현재 인류가 먹고 있는 대표적인 곡식은 쌀과 밀이다. 원래 쌀은 동양권에서, 밀은 서양권에서 주로 먹어 왔다. 전세계적으로 쌀은 10억톤 이상, 밀은 4억 톤 이상 생산되고 있다. 벼의 원산지는 인도와 중국 남부로 알려져 있는데, 아시아 몬순지대와 같이 고온 다습한 기후가 알맞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는 쌀이 남아도는 바람에 푸대접을 받는 듯한 경향이 있으나 쌀만큼 훌륭한 곡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쌀의 많은 이점을 가장 먼저 깨닳은 사람은 검소한 아시아 사람들이었다.
450g의 쌀로 밥을 지으면 그 부피가 3배로 불어나서 14인분의 밥이 만들어지며 별다른 저장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같은 양의 감자는 6인분의 양이 나올 뿐이다. 낟알이 많이 줄거나 영양가 손실도 크지 않고 쌀뒤주에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식품으로 완전 무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식품을 어떻게 배합해서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밥은 맛이 좋고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고 소화성도 우수하다.
쌀의 주성분은 녹말로, 77% 가량이나 되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쉽게 공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 소화 흡수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또 6% 이상의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영양가가 식물성 식품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편이다. 그래서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은 쌀에서 쉽게 열량의 대부분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의 일부를 섭취하고 있다. 쌀의 단백질은 밀이나 보리 등에 비해 함량은 조금 떨어지나 질은 휠씬 우수한다. 그래서 부식으로 육류나 채소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아도 건강 유지가 가능했던 것이다. 나트륨과 지방이 적은 데다가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아서 비만을 걱정하는 사람이나 다른 곡물을 먹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내린 축복 받은 선물인 것이다. 최근 영양학자들이 복합 탄수화물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설탕 같은 것은 혈당량을 갑자기 상승시키지만 쌀은 서서히 올리고 서서히 내려서 좋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벼는 5∼6세기경까지만 해도 귀족적 곡물이었고 통일신라시대 이후부터는 그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일반 국민은 흔히 먹을 수 없었다. 벼는 크게 일본형과 인도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쌀알의 모양, 맛, 씹어먹을 때의 느낌에 큰 차이가 있고 밥을 짓는 방법, 향미에 대한 기호 등이 각 민족의 식습관에 따라 크게 다르다. 일본형 벼는 쌀알이 둥글고 굵으며,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강하다. 우리는 이런 것을 좋아하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인도형인 길쭉하고 끈기가 없는 쌀을 잘 먹는다. 쌀의 영양성분 중 부족되는 것은 지방(0.8g), 섬유소(0.4g), 칼슘(5mg), 철(3.3mg), 비타민 A와 C(0), B1(0.1mg) 등이다.
단군신화 이래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야채인 쑥은 이러한 결점을 보완해 주는 훌륭한 식품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줄기는 약용, 어린잎은 식용과 뜸쑥으로 사용한다. 쑥의 성분으로 특징적인 것은 칼슘(93mg), 섬유(3.7g), 비타민 A(2000I.U.), 비타민 B1(0.4mg), 비타민 C(20mg)와 다량의 엽록소를 가지고 있는 점이다. 비타민 A 효과가 있는 베타 카로틴이 쑥잎에는 풍부한데, 이것이 부족하면 인체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저항력을 상실하고 만다. 베타 카로틴은 항암효과가 인정되고 있는데, 쑥에는 또 항암효과가 있는 복합 다당제도 보고되고 있다. 감기의 치료와 예방 효과가 큰 비티민 C도 많다.
쌀에 적은 칼슘이 많아 영양의 균형을 이루며, 세포 재생 부활력이 강한 엽록소가 풍부하므로 그야말로 쌀의 부족 성분을 보충해 주는 대표적이 건강식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쌀은 대개 밥을 지어먹어 왔는데 제사나 잔치용으로는 가루나 밥을 찧어서 떡을 만들기도 했다. 떡 말고도 쑥을 삶아 다져서 고기 다진 것과 섞어 양념하여 둥글게 빚어서 고깃국에 넣어 먹는 애탕(艾湯), 된장국에 넣어 끓이는 쑥국 등은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봄철 음식이다. 도 기름에 튀기거나 나물로 무쳐서 먹기도 하고 향기가 좋기 때문에 밥에 얹어 쑥밥을 해먹기도 했다. 쑥을 튀김으로 할 때는 기름의 온도를 낮게 하고 천천히 튀기는 것이 좋다. 쑥에는 약간 독한 맛이 있기 때문에 식품으로 사용할 때는 쑥을 삶아서 하룻밤 물에 우려서 써야 한다. 쑥을 말리거나 삶은 것을 냉동해 두고 먹으면 1년 내내 두고 먹을 수가 있다. 쑥에는 치네올이라는 정유(精油)가 있어 향이 독특하고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하므로 소화력 향상의 효과도 크다. 쑥떡이나 밥반찬으로 먹는 쑥은 쌀에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하며 인체의 항체 능력을 높여 주고 소화도 도우므로, 쌀과 쑥은 잘 어울리는 궁합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