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후 과속하여 광양으로 운전하였다.
서천변 시내식당에서 광양숯불구이 좋은 안주에 술 마시는 이는
나와 웅규 뿐이다.
성식 충현 경호는 술을 받지도 않고
웅규도 나와 대작하느라 조금 마셔줄 뿐이다.
학교에 일이 있다는 정헌이는 연락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백운산 휴양림은 옥룡에서 옥룡사지 가는 길쪽이다.
가득 먹고 왔으면서도 또 경호가 준비한 도구로 삼겹살을 꿔 먹는다.
마시는 술량이 많아지자 내 말도 많아진다.
교감 자격서류를 내 놓은 경호는 나와 후배들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계속하라고 한다.
교사라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 나이 많은 평교사의 문제
이상과 현실, 승진할 요건의 문제,
자기 삶을 수단적으로 살지 말고 목적적으로 살자고 헛소리를 한다.
충현이는 독실한 신앙인이 되었고
성식이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눈이 더 좋아졌는데
말도 많아졌다.(실은 내 말이 더 많다)
화투라도 치자고 했지만, 경호가 좋은 애길 더 하자고 해
그러고 나서 잤다.
아침엔 경호가 광양읍내에 나가 김치찌개에
도시락 밥을 다섯개 싸 왔다.
낚시에 육상지도에 혼자 많이 지내는 그의 살림 이력이 보인다.
아침을 안 먹는다는 이들이 모두 제 몫을 다 비우고
산에 오른다.
난 술을 챙긴다. 배낭은 나 뿐이다.
가벼워서 챙긴 오리털 옷이 금방을 땀을 만든다.
술 탓이다. 나의 장기들은 이 일로 깨끗해질까, 더 더러워지고 약해지는 걸까?
백운산 억불봉이 보이다가 제비추리봉에 서자 상봉과 신선대가 보인다.
내려와 삼나무 숲을 지나, 충현이랑 뒤에 출발해서 옥룡사지에 들렀다.
순천에서 충현이가 산 점심 먹고 운전하고 오다 졸음이 와서 진트재 고개 주유소에서
차를 세우고 잤다.
기훈이 아버지 제사에 들러 동생 매제들과 소주를 또 마셨다.
어머니께는 들르지 않고 광주로 차를 운전하였다.
다행이 술기운도 많지 않았고, 검문도 당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