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문학비평 99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 칵텔 'Pink Lady'를 마시며’]
칵텔 'Pink Lady'를 마시며
- 이의웅 시인의 '술 한잔 언더락을 마시며' 答詩 -
활활 타오르는
분홍빛 정염아
인두에 지진 듯 타는 살 내음
너를 내 속에 억세게 담아
흔들고 싶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외치지 마라
그날 밤 파티에서 너와 난
이미 열정의 포로가 되었노라
내가 널 뜨겁게 끌어안아
연보랏빛 입술을 짓누른 것은
구십 년 전 안개 짙은
런던의 뒷골목에서
서러운 무명으로 너를 연모하다
돌계단에 뿌린
핑크빛 각혈이 그리워서지.
(2002 . 3 . 20)
*핑크 레이디 ~ 구십 년 전(1912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한 무대 '핑크 레이디'를 기념하여 만든 칵테일. 공연 마감 파티에서 주연 여배우 헤이즐 돈에게 바친 술이라 함.
⛄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칵텔 'Pink Lady'를 마시며>는 이의웅 시인의 시에 대한 답시(答詩) 형식을 취하면서, 칵테일 한 잔에 얽힌 서사와 강렬한 감각적 이미지를 밀도 높게 녹여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작품의 주요 특징과 매력을 몇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비평해 드립니다.
1. 감각적 이미지의 폭발 : 시각·청각·촉각의 결합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핑크 레이디’라는 칵테일의 분홍빛 유혹을 극단적으로 뜨거운 감각으로 변주해냈다는 점입니다.
⚫불과 타오름의 이미지 : 분홍색은 보통 포근하거나 부드러운 이미지로 쓰이지만, 시인은 이를 "활활 타오르는 / 분홍빛 정염", "인두에 지진 듯 타는 살 내음"으로 변용합니다. 차가운 음료(칵테일)를 마시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내면을 뜨겁게 태우는 시각·촉각적 자극으로 전환됩니다.
⚫격정적 동작 : "억세게 담아 / 흔들고 싶다"라는 구절은 칵테일을 셰이킹(Shaking)하는 바텐더의 행위이자, 내면의 역동적인 욕망을 고스란히 투영합니다.
2. 촌스러운 고백을 넘어서는 '열정의 당위성’
2연에서는 진부한 연애의 언어("사랑한다 / 보고 싶다")를 오히려 거부함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한층 격상시킵니다.
"사랑한다 / 보고 싶다 외치지 마라
그날 밤 파티에서 너와 난 / 이미 열정의 포로가 되었노라“
구태여 말로 읊조리지 않아도 이미 서사와 감정이 완성되어 있다는 선언입니다. '말'이라는 형식을 뛰어넘어 이미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귀속되었음을 강조하며, 시의 분위기를 단숨에 고조시킵니다.
3. 시공간을 초월한 서사성 : 1912년 런던과 '핑크빛 각혈'
3연은 이 시의 하이라이트로, 주석에 명시된 1912년 런던 연극의 배경과 칵테일의 유래를 시적 모티브로 완벽하게 흡수합니다.
⚫비극적 낭만성 : 9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어 "런던의 뒷골목", "서러운 무명으로 너를 연모"하던 과거의 기억을 호출합니다.
⚫'핑크빛 각혈'의 미학 : 칵테일 핑크 레이디의 붉은 분홍빛을 지독한 짝사랑과 애수의 상징인 '각혈'로 연결짓는 대목은 매우 강렬합니다. 연보랏빛 입술을 짓누르는 뜨거운 입맞춤이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전생과도 같은 절절한 그리움의 부채를 갚는 행위로 승화됩니다.
♣ 총 평
한기홍 시인의 <칵텔 'Pink Lady'를 마시며>는 칵테일이라는 현대적 소재에 대중적 낭만과 고전적 비극미를 결합한 수작입니다.
답시(答詩)로서 원시의 감성을 받고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칵테일의 역사적 배경을 서사적 모티브로 끌어들여 '독한 그리움'의 미학을 완성해 냈습니다. 분홍빛이라는 화려함 뒤에 숨은 '각혈'과 '탄 살 내음'의 잔향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