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07(수) 하루종일 신나게 놀기
안녕하세요 참새입니다.
한학기동안 토끼똥 아이들과 재미있고 신나게 보내고 싶어요.
놀이가 공부가 되고 삶의 배움이 되는 이 곳에서 스물일곱 청년도 함께 자라요
토끼똥 잘 부탁해 ♥ : )
수요일은 아이들과 두 번째 만남입니다.
어제보다 익숙하게 사무실에 가방을 내려놓고 무거운 외투도 벗어 놓고 큰 방으로 곧장 들어갔어요.
벌써 아이들이 꽤 많이 와있었어요. 세시반부터인데 세시면 거의 다 도착하는 것 같아요.
0.0003초만에 방안을 쫙- 스캔해보니 삼삼오오 모여 저마다의 놀이에 집중하고 있더군요.
역시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아내고 그 것에 열중합니다. 볼때 마다 신기해요. 이 한정된 공간안에서 아이들 스스로 찾아내는 다종다양한 놀이와 자신들이 찾아낸 그것에 집중하는 모습.
무튼,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서니 수진이 선우 도현이가 반겨줬어요.
아이들이랑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옷을 달리 입어볼까해서 털모자도 쓰고 패딩조끼도 입어보았는데, ^^; 헤 ~ 다행히 선우가 알아봐줘서 ~
여자아이들 셋이서 뜨끈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그림을 그리고 있던 중이었나봐요.
수진이가 쌤이리와~! 하고 저 옆에 같이 누워서 그림을 그리자고 했어요. 어제보다 제가 편해진 모양인것 같아 정말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신이 나서 옆에 누웠죠. 나비를 그려달라고 해서, 책꽂이에서 곤충도감 찾아 꺼내와 최선을 다해 최대한 비슷하게 나비를 그렸어요. 때마침 도착한 세림이가 정말 나비같다고 칭찬을 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세림이에게 '넌 칭찬을 잘하는 아이구나~' 하고, 하이파이브를 청했어요.
짝-! 둘이 손뼉을 부딪히고 그랬더니 세림이는 그 뒤로도 서너번은 더 나비 칭찬해줬던것같아요.
저도 머쓱해서 시도한 건데, 하이파이브 재미있더라구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보였던지, 어디서 현우가 나타나서 자기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이쪽으로 왔어요.
현우가 오니까 여자아이들이 꺼려하는 눈치라서 현우를 제 옆자리에 앉히고 그때부터는 현우에게 신경써서 함께 그림그리기했어요. 그러던 과정에서 여자아이들이랑 나누고 있던 교감의 끈을 놓아버린게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고 미안하네요.
현우는 누나들이랑 놀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고싶어하고, 누나들이 껴주지 않고 밀어낼때면 그때마다 토라지는 것 같아요. 현우가 아이들과 두루 잘 어울렸으면 싶어서,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
현우가 토라지면 일부러 그 옆에서 제가 필요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제는 선생님이 신발이 없는데 옆방에서 슬리퍼좀 가져다줄래 현우 도움이 필요해~ 굳이 부탁을 했어요.
현우가 울어서하는 말인데, 선생님은 울고나면 되게 졸리더라 현우야 너는 안졸려~ 라는 둥 귀찮게 계속 말을 걸어요. 혼자인 것 같은 기분안주고 싶어서 옆에 꼭 있어주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토라져서 엎드려있는 와중에 대답은 다 해주던데요?^^
참! 현우는 관찰력이 굉창히 뛰어난 아이에요. 헬리콥터를 그려보기로 했는데, 헬리콥더에 대해서 좍- 꿰고 있을 뿐만아니라 특징도 자세하게 잘 그렸어요. 오로지 책에서 본 기억만으로 그림을 그려낸다는게 참 신기하죠?
어제는 눈사람이 있어 간식걱정이 없었는데, 오늘은 제가 간식당번이 되었어요.
그림 그릴때 현우한테 4시가 되면 선생님한테 알려달라고 현우에게 부탁해놓고 저도, 신나게 놀았거든요?
현우는 정말 까먹지않고 4시가 되기 5분전에 저한테 와서 시간을 알려줬어요^^
덕분에 약속한 4시부터 간식을 준비했어요. 오늘은 만두에요. 큰 솥에 물을 붓고 쪄내기만 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쉽고 간단한 요리도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생협에서 사온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두 번에 걸쳐 쪄냈습니다. 그러느라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아이들에게 미안했어요. 때마침 현우가 부엌에 와서 그릇에 만두가 공평하게 4개씩인지 세어달라고 또 부탁했어요. 그 많은 접시를 일일이 확인하고 도와줬어요. 칭찬해줬더니 현우가 신나하더라구요. -현우는 제가 귀찮겠어요^^
큰 테이블에 함께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리가 모자라서 떨어져 앉았어요 우선은 신입생끼리 앉아서 먹었어요. 재현이랑 연이는 단짝인 모양인지 늘 붙어다니는군요. 책도 같이 읽고 간식을 먹을때도 나란히 앉아서 먹고, 만두도 똑같이 두 개만 먹겠다고 덜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재현이는 빨간색은 매우니 초록색만두 2개를 먹겠다고 했고, 연이는 김치만두1개랑 고기만두1개를 먹었어요. 서진이는 김치만두와 고군분투했어요. 어른인 제가 먹기에도 살짝 매웠는데 서진이는 얼마나 매웠겠어요. 그런데도 남기지 않고 먹어야한다 생각하는 모양인지, 물을 한컵~ 받아오더니, 물과 함께 김치만두를 끝까지 먹었어요.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지요. 화요일에도 남기지 않고 잘 먹더니^^ 서진이랑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진이는 정말 의젓한것 같아요.
서진이에게 왜 남기지 않고 먹었는지 물었더니, 할머니 때문에 그런다고 했어요. 할머니가 농사를 지으시는데 음식을 남기면 슬퍼하실 거라고 했어요. 엄마를 도와서 설거지를 하고 싶은데 엄마는 괜찮다고 자꾸 말리신다고 그게 불만이래요^^ 엄마는 서진이 마음만으로 충분하셔서 그런거라고 말해줬어요.
이름을 마저 외우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남자아이들은 하루종일 방안에 보여 카드게임에 열중했던것같아요. 그래서 말을 걸어도 바쁘더라구요. 특히 규남이의 집중력은 대단해요. 간식먹는 시간에도 카드를 손에 놓지않고 방안에서 나오지 않더라구요.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규남이가 잘 먹을 수 있게 고민해봐야겠어요. 아무튼 간식 먹고 난 후에도 남자아이들은 모여서 카드게임을 했는데 그 많은 캐릭터의 이름과 기술을 다 꿰고 있는게 신기했어요. 남자아이들이 카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연이랑 재현이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맥락없이 동익아~ 찬영아~ 동민아~ 하고 불러봤는데, 그때마다 돌아봐서 재미있었어요. 서너번 그랬더니 이제는 안 속던데요?
그러던 중에 현우가 또 토라졌어요. 공놀이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봐요.
식탁에 엎드려 있는 현우 옆에 같이 엎드려 있어줬어요. 귀찮게 말 걸어서 그런건지 좀 그러다가 눈물, 콧물 쓱 닦고 큰방에 가던데요. 기린쌤은 현우에게 우리가 여자애들보다 더 신나게 놀자~ 현우마음을 최종으로 달려주셨어요. 역시~!
마음이 풀린 현우랑 같이 기린쌤에게 에너지 게임을 배웠어요. 한창 게임 발동걸리려던 중에 시간이 다 되서 아쉽지만 내일 다시 하자 게임을 마쳤죠. 현우도 보채지 않았어요.
게임막판에 주환이도 에너지게임에 관심을 보였는데, 목요일 오늘 현우랑 주환이가 에너지게임을 완벽 마스터 했는지 궁금하네요^^ 월요일에 가면 물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