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선수를 30살에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 나의 용기 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
차범근(58) 전 수원 감독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를 두고 절절한 자책의 글을 남겼다. 차 감독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호주와 일본의 2011 아시안컵 결승전 후 올린 글에서 축구계 선배로서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에 대한 소회와 한국 유소년 축구의 힘든 현실, 이에 침묵했던 자신의 대한 반성을 담았다.
'지성이가 은퇴를 합니다. 아니 한다고 합니다'라고 운은 뗀 차 감독은 '환갑이 별로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했다. 박지성의 은퇴가 자신에게 '어렴풋한 미안함이 아니라 가슴 속에 뭔가가 콕 박혀 들어오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고백한 그는 박지성의 무릎에 물이 차는 것이 무릎을 너무 혹사시켰기 때문이라며 한국 유소년 축구의 가슴 아픈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얘기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유럽의 프로선수들처럼 무리하게 훈련하면 안 되는 문제점을. 초등학교 선수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축구만 하는 나라. 10세도 안 되는 선수들도 하루에 세번씩 훈련을 하는 현실. 정말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걱정스러웠습니다.'
차 감독은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으려 했다며 자책했다. '나는 아무 일도 적극적으로 바꾸려고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어린이축구교실을 만들어 즐겁게 축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게 겨우 내가 한 일이었습니다. … 강력한 방법이 없이는 변화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욕 먹고 싸우고 오해받고….'
자신이 오래 선수생활을 한 것은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 그는 '어린 선수들이 그들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를 강요당하면서 축구를 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그토록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던 최고의 선수를 30살에 은퇴시키는 안타까움 앞에서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한탄한 뒤 '그동안 내가 한국축구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지성이의 은퇴는 나에게 묻습니다. 한국 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준게 뭔데? 나의 용기없음이, 비겁함이 부끄럽습니다'라는 통절한 자기 반성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차 감독은 1일 오전 글을 삭제했다. 차 감독 측은 "아시안컵 결승전 뒤 아픈 마음에서 글을 썼으나 속마음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 논란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임홍규기자 hong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