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엔 남자는 무조건 이발관에 가서 남자 이발사에게 머리카락을 맡겼고, 여자는 여자 미용사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남자들도 이발관 대신에 미용실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여자들이 이발관을 찾는 경우는 드물겠지만요.
그리고 이발사는 남자가 하고 미용사는 무조건 여자만 하던 관습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한마디로 남녀의 역할을 구별짓는 관습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저도 상황에 따라 이발소와 미용실을 바꿔가면서 이용하고 있듯이.
남자 미용사의 손 기술이 뛰어나 여자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른바 잘 나가는 미용실이 정읍에도 꽤 많다고 하는데, 반대로 여성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관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편견과 통념때문에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여성이 이발관을 운영하기는 아직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깨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읍의 특별한 이발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남자 이발사 대신에 여성 이발사 두 분이 운영하는 '오성 이발관'입니다. 정읍시 상동 명성교회 건너편에 위치한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상냥하게 손님을 반겨주고 실내 인테리어 시설도 깔끔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발관입니다.
사실 오성이발관의 역사는 꽤 오래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남자 사장님(이발사)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이 가게는 업종을 변경해야 할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용기있는 여성 두 분이 의기투합하여 동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이 곳을 인수하여 최근 영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내부시설은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던 곳인데 어제 기회가 되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사실 그 옆에 제가 이용하던 미용실이 있었는데 어제는 문이 닫혀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녁 시간 날씨도 춥고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손님이 없고 한가한 모습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두 분의 중년 여성들이 리모델링한 이발관을 지키고 있네요. 한 분은 사장님이고 한 분은 그냥 놀러오셨나 하는 추측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들어보니 두 분 모두 사장님이었습니다. 원래 오성이발관을 운영하시던 남자 주인분이 돌아가신 이후 이 곳을 인수하여 리모델링하고 두 분이서 영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용기있게 시작한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정읍의 특별한 이발관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성 이발관의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정읍에 이런 특별한 이발소를 비롯한 이야기꺼리가 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진다는 것은 지역사회가 보다 재미있고 살맛나는 곳이 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는 소소한 얘기지만 저에게는 감동이 되는 이발소 체험이었습니다.
[다음지도에서 사진캡춰]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인 것 같은데, 현재 오성이발관의 허름한 모습은 사라지고 깨끗하고 아담한 모습입니다.
첫댓글 정말 특별한 이발관이네요.
편안함을 주는 이발관 분위기와 최선의 서비스를 베풀기위해 애쓰시는 미모의 사장님..정말 짱입니다.^^ 꼭 다시 가고싶은 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