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이 중학생 때인갑다. 여름방학을 맞아 영산포 고모님 댁으로 온 가족이 피서여행을 갔다. 그때만 해도 낚시를 엄청 좋아할 수 있었던 젊은 나이이고 보니 해수욕보다는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하도 간절해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어거지로 하룻밤을 보낸 나는 더는 못견디고 이튿날로 아들만 데리고 영산강으로 나갔다. 석양무렵 강가에 도착해 채비를 끝내고 강물에 낚시를 드리우자 마자 "덜컥" 입질이 왔다. 낚시꾼이 낚시터에 자리를 잡을 때는 사실 반신반의 하기 마련이다. 이 낚시터에서 입질을 받아보느냐 못 받아보느냐로 그 확률은 50% 정도인데 넣자마자 입질이라니 이 얼마나 대단한 횡재인가.
민물낚시는 붕어를 제일로 친다. 잉어도 소용이 없다. 붕어 말고는 모두 잡어에 속하니까 말이다. 헌데 첫 수를 낚고 보니 그것이 빠가사리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빠가사리는 동자개라는 토종 민물고기인 것이다. 그놈이 뭍으로 끌려나오면 아가미로 /빠가 빠가/ 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빠가사리라고 편하게들 부르는데 이놈은 앞지느러미로 쏘기도 하는 고약한 놈이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 미끼로 썼던 지렁이를 털어버리고 떡밥을 달아 던져넣었다. 한동안 입질이 뜸하다 했더니 잠잠하던 찌가 기지개를 켠다. 낚아 올리니 월척에 가까운 놈인데 잡아놓고 보니 잉어다. 또 실망이다. 이렇게 밤새 미끼를 갈아끼우며 실랑이를 하고 보니 낚시 살림망이 그들막한데 정작 붕어는 여닐곱마리 뿐이어서 섭섭했었다. 나머지는 거의가 빠가사리인 것이다. 그런데 영산강에 사는 빠가사리는 엄청 크다. 빠가사리는 기껏 커봐야 10센티 미만인데 그날 영산강에서 낚은 빠가사리는 거의가 15-20센티에 가까운 대물들이었다. 밤이 지나고 심들렁해져 고모님 댁으로 돌아온 아침 고모님 네외분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 탄성은 붕어나 잉어 때문이 아니었다. 낚시꾼들에게 잡어 중에도 하찮은 잡어라고 천대를 받는 빠가사리를 보신 고모님 내외분은 마치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와도 같은 표정들이셨다. /워메 너 참 용타. 이 귀한 것을 워쩌크름 요렇게 많이 잡었냐? 재주도 좋다 와/하시며 대견스러워하시니 내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헌데 그 빠가사리로 매운탕을 끓이신 고모님의 요리솜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갖은 양념에 풋고추 송송 된장 푸짐하게 넣고 끓여 밥상에 올린 빠가사리 매운탕은 내가 먹어본 요리 중에 최고의 진미였던 것 같다. 오늘 /나그네/ 표지판에 올라있는 사진의 배경에 빠가사리매운탕이라는 메뉴가 보인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식사 직전이라서 그런가?
|
document.writel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