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가자들이 구족계를 수지하여 비구니로 인정받는 것은 곧 비구에 견줄수는 없지만 엇비슷한 입장에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테라바다 불교권에서 계를 받지 못한 여성 출가자는 귀의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돼 재가 불자들의 보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들은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다. 테라바다 불교권의 여 수행자들은 “비구들은 재가자들의 보시와 제한된 직분을 여성 출가자들에게 분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테라바다 불교권에서 영향력 있는 상당수의 비구들은 비구니 계맥 복원 문제에 관해 대단히 냉소적이다. 이들은 상좌부의 비구니 계맥이 아주 오래 전 자연적으로 소멸됐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테라바다 승단에서는 비구니계를 전승할 수 있는 그룹이 없기 때문에 비구니 승단의 부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부 비구니가 대만, 한국 등 대승 불교권에서 받은 비구니계수지한 것은 정식 구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테라바다 불교 비구들의 편견은 비구니 승단의 성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성수행자들의 내부적인 문제 또한 비구니 승단 설립에 큰 장애로 작용한다. 몇몇 비구니 지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 수행자들은 아주 낮은 단계의 교육과 사회적 지위를 갖은 상태에서 출가한다. 이들은 자국에 비구니 승단이 설립돼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희박하다. 또 단일 조직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이들이 결집할 수 있는 동력 또한 미약하다. 소수의 리더와 다수의 일반 여성들 사이에서 사회적 지위로 보나 학식으로 보나 그 격차가 지나치게 큰 실정이다. 제대로 된 비구니 승단이 설립돼 있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여성 출가자들이 정식 교육이나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는 통로 또한 아예 없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 보니 테라바다 불교권의 비구니 지도자들은 뉴스레터를 발간해 여성들의 교육을 도모하고 대만이나 한국 등의 비구니 승단을 전승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의 비구니 지도자 찻수만 카빌싱은 “태국 내에서 여성수행자가 제대로 된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하며 “여성 수행자들이 좀더 나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여성 수행자 그룹의 세계 여성 수행자 그룹들과의 연대 △사회적 편견의 극복 △미디어와 매체의 활용 △여성 수행자에 대한 교육 확대 등을 어느 정도 갖추었을 때 비구니 승단 설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승단 설립의 과정을 설명했다.
남배현·탁효정 기자
<2004-04-14/751호>
입력일 : 2004-04-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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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못받고 허드렛일…승단설립 주창에 ‘돌세례’
여성 출가자들의 차별실태
태국의 메이지, 스리랑카의 다사 실 마타보, 미얀마의 틸라스 등 수계를 받지 못한 여성출가자들은 사부대중에 속하지 못한다. 이들은 우바새보다 낮은 신분으로 취급되며, 비구들을 위한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성출가자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행의 상징 내지 인생의 낙오자로 간주되기 일쑤다. 남방의 여성출가자들 대부분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을 받았다. 출가를 한 뒤에도 정식 강원교육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법회 집전이나 법문을 펼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여성출가자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는 바로 태국이다. 태국의 메이지들은 아주 가난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거지나 창녀보다 낮은 취급을 받으며 걸식을 통해 생활을 연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진보적인 여성운동가들 또한 사회적 편견과 비구 승가의 비난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 운동가이자 방콕 탐마사트 대학교 불교학 교수로 재직하던 찻수만 카빌싱은 2002년 홍콩에서 비구니계를 받고 온 직후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1990년대초 태국에서 처음으로 수계를 받은 여성들이 비구들만 입을 수 있는 흰색 승복을 입고 거리에 탁발을 나서자 태국인들은 그녀들에게 돌을 던졌다.
스리랑카의 여성운동가 란자니가 비구니 계단 설립을 주장하자 스리랑카 승가에서는 그녀를 ‘미친 여자’로 취급하기도 했다. 남방불교의 여성출가자들은 여전히 교육과 사회적 활동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비구 승가와 재가불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