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부부는 서초3성당으로 발길을 잡았다.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동쪽으로 한 블럭 정도 가면 되는 위치에 있다.
서초중학교가 있는 그 언저리에 서초3성당이 있다.
그러나 동네 한바퀴 돌아서 가는 기분으로 미사 시간보다 일찌감치 집을 나와
서초역까지 갔다.
서초역 7번 출구로 나와서 서초경찰서 방향으로 걷다보면 <흰물결 아트센타>
가 있다.
그곳에서는 영국화가 <데스 브로피>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른 미술 전시회와는 달리 <데스 브로피>의 전시회에 온 관람객들의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관람객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작품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할머니들... 노년의 삶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힘을 얻고 가는 가는것 같았습니다.
<Life is beautiful!> 그림의 모델들은 할아버지 춤추는 할머니, 그리고 친구같은 개가 주인공이다.
<데스 브로피>의 작품은 주로 사람들의 뒷모습이 많다.
뒷모습에도 다양한 표정이 있고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다니!
그림을 한점 사서 벽에 걸어두면 매일 매일이 신날 것 같다.
예술의 전당쪽으로는 서초네거리에 <사랑의 교회>의 우람한 건물이 있고 음악회가 있어서
많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서초네거리에서 두블록 쯤 더가면 서초3성당이 있다.
사실 나는 성당을 순례랍시고 걷고 있지만 성당의 건물을 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따스한 불빛아래 평화롭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동화속의 그림을 꿈꾸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미사는 평안한 분위기이다.
사제인 신부의 움직임과 낮고 부드러운 그리고 느린 목소리는 조용한 가운데 울림이 크다.
마치 slow city 속으로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느림의 미학..... 걸음걸이와 그 소리에는 서두름이나 바쁨이 없다.
도시속에서 사람들은 서두르고 바쁜 발걸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놀러 다니고 있는 나는 백수 신분임에도 바쁘고도 바쁘다.
그 바쁨의 한가운데 거북이처럼 달팽이처럼 느리고 여유있음을 느끼게해준 오늘은 축복의 날이다.
한줌의 맑고 신선한 바람이 큰 교회당보다 소중할 수 있다.
서초瑞草...서리풀에서 나온 말이고 '서초'란 좋은 일이 일어날 예감을 주는 풀 즉, 벼를 뜻한다.
기록을 찾아보면 서초에서 나온 쌀을 임금에게 보냈다고 한다.
반포대로와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지점 즉, 예술의 전당과 서초역 사이 일대는 왕씨들이 정착하여
500여년을 거주했다. 꿈속에 나타난 왕건이 이성계에게 부탁하여 왕씨들에게 대한 핍박을 멈추게 되었고
왕씨들은 비로서 이곳에 모여 살게된다. 왕씨들이 모여 살아서 <왕촌>으로도 불리웠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오늘은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이다.
이태리의 <라벤나>는 베네치아에서 남쪽으로 내려간 아드리아海쪽에 위치하고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기전에 군대를 집결 시킨 곳이며 5세기부터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다.
이곳은 모자이크의 수도라고 할 만큼 모자이크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섭정 통치하던 여인 <갈라 치디아>는 자기가 묻힐 영묘를 만들었으나 그곳에 묻히지는 못하였다.
제 뜻대로 되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영묘안의 많은 찬란한 모자이크중에 <착한 목자>라는
성화가 오늘 소개하는 <모자이크화>이다.
양들은 모두 예수를 바라보고있고 예수도 양들에게 눈을 맞추고있는 아름다운 <모자이크화>이다.
<단테>의 역작인 <신곡>은 <라벤나>에서 완성되었고 그의 무덤도 <라벤나>에 있다.
현역 시절에 Milano에서 Ancona 로 가는 길목에 있는 <라벤나>를 그냥 스쳐간 적이 있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아직 기회가 없다.
경전이나 책이 아니라 자연의 숨결을 통해 삶을 느끼게 해주소서!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신성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소서!
고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