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의 태동 스토리를 품고있는 삼척의 대표적 역사문화유산인 준경묘(濬慶墓)와 영경묘(永慶墓)의 국가문화재(사적)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때맞춰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삼척시와 강원도민일보 공동 주최로 28일 강원대 삼척캠퍼스에서 개최됐다. 강원도민일보 박미현 기획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학계 전문가와 지역인사들은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대내·외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연계해 조선 왕조의 원조 묘역으로서 국민적 인지도 제고와 역사문화 환경조성,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노력을 강화하면서 국가문화재(사적) 지정과 세계유산 추가 등재가 실현되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포지엄의 발제와 주제
발표. 토론 논의 등을 요약해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기조연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 왕릉과 준경묘·영경묘
“준경·영경묘, 조선 왕조 원조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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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상명대 교수 |
삼척 준경묘와 영경묘는 왕조 태동의 스토리가 깃들어 있는 곳이기에 조선 왕조의 원조 묘역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태조의 5대조인 양무장군(陽茂將軍)과 부인 이씨의 묘역인 이곳은 태조의 4대조인 목조(이안사)가 한 도승의 말을 듣고 이곳에 선친을 안장함으로써 5대에 이르러 태조가 탄생하고, 조선 왕조를 건국했다는 ‘백우금관(百牛金冠)’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81년 강원도 기념물 제43호로 지정된 두 묘역은 모두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풍수지리적으로도 안정된
명당의 형국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조선 왕릉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조선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2009년)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시점을 맞아 왕실의 묘역으로서 대내외적 인지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고 역사문화 환경 조성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노력이 강화돼야 하는 것이다.
우선 현지 현황에 대한 정밀 분석 및 고증 자료의 보완, 주변 가옥 및 시설물의 경관적 부조화, 현상변경허가 기준의 미비 등을 잘 살펴 보존정비 및 활용계획이 세워져야 하고, 원형 복원계획을 추진함으로써 역사적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 또 지난 2005년 ‘아름다운 천년의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묘역 주변의 금강송 권역을 잘 보존·관리해 역사적 명소에 걸맞는 탐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노력과 함께
홍보 활동 강화, 행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관광상품 및
마케팅 전략을 구축, 실질적 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 40기와 맥을 같이 하도록 국가 사적으로 승격 관리하고, 향후 세계유산 추가 등재에도 대비해야 한다.
▶주제발표 1-
삼척 준경묘·영경묘의 역사적 고찰
“국내 유일 조선 태조 이성계 조상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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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순 코리아루트 대표 |
조선 태조의 4대조인 목조 이안사의 부모 묘가 삼척에 존재하게 된 것은 전주 지방의 유력한 토착세력이었던 목조가 향촌사회를 붕괴시키는 수령의 악정과 당시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 때문에 추종 세력을 거느리고 삼척으로 이주한 것이 계기가 됐다.
목조는 당초 의주를 최종 목적지로 했으나 대규모 추종세력의 이동 여건상 삼척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배를 건조하는 등 준비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목조는 삼척에 약 17년 동안 머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 중에 부모가 모두 사망해 삼척에서
장례를 치렀다.
목조가 삼척에서 다시 이주해간 이후 부모 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준경묘와 영경묘는 조선시대 내내 진지한 논의를 거쳐 고종대에 들어와 광무 3년(1899
년)에 목조의 부모 묘로 공식 추봉을 받고, 묘역정비사업도 실시됐다. 따라서 준경묘와 영경묘는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조선 태조 이성계 조상의 묘이다.
조선 왕실의 다른 능·원·묘와 형평을 기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사적’으로 지정해 보호 관리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주제발표 2-
준경묘 전설과 천명사상
“‘왕은 하늘이 정한다’는 사상 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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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재 한림대 명예교수 |
준경묘 전설은 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천명(天命)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천명사상을 담고 있다. 즉, 조선의 건국은 개국 시조의 4대조(목조) 이전부터 하늘이 마련해 놓은 뿌리 깊은 사업이라는 것이 준경묘 전설의 주지인 것이다.
준경묘에 얽혀 있는 ‘백우금관(百牛金冠)’의 전설을 살펴보면, 부친상을 당한 목조가 도인의 말에 따라 이곳에 묘를 쓰게 됐는데, 도인은 “소 백마리를 잡아 제사를 지내고, 황금관을 쓰면 후대에 왕이 탄생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 백마리와 황금으로 만든 관을 구할 방도가 없었던 목조는 소 백마리는 흰백(白)자에 한일(一)을 더해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흰소 한마리로 대신하고, 금관은 황금색의 귀리 짚으로 대신해 장사를 치른다는 내용이다.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첫번째 용인 목조의 이야기를 전하는 준경묘 전설은 태조의 등극이 하늘의 뜻임을 담고 있는 것이다.
고종은 1897년에 대한제국의 수립을 선포한 뒤 1899년에 준경묘와 영경묘를 수축했다. 조선 왕조의 권위와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고종 황제의 의지가 함축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준경묘 전설은 ‘제2의 용비어천가’라고도 할 수 있다.
▶주제발표 3-
삼척 준경묘·영경묘 보존정비 및 활용기본계획
“주민·방문객 위한 편의시설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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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순 강원대 교수 |
삼척 준경묘와 영경묘는 △사료의 발굴 및 검증을 통한 역사적 정체성 강화, △주변 자연경관 관리와 복원을 통한 쾌적성 및 상징성 강화 △역사문화환경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요소의 발굴 및 부가가치 창출 사업이 필요하다.
보존 정비 및 활용의 공간은 준경묘와 영경묘, 재실, 목조대왕 구거지를 포함한 문화재구역 6만5109㎡이다.
먼저 기존 문화재의 정비와 함께 기 조사된 내용을 근거로 전체적인
이미지 복원(수라방, 수복방)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묘역 및 주변을 둘러싼 금강송 송림을 비롯 재실과 목조대왕 구거, 미인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과 혼례한
소나무) 등의 주변 경관과 임야는 준경묘·영경묘의 배후경관 역할을 하도록 조화도를 고려한 자연경관보존계획을 세워야한다.
또 주민과 방문객의 편의와
정보제공을 위해 지원 및 편의시설 조성도 강구하는 것이 좋다.
전담조직 구성 및 자문기구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관리운영을 체계화하면서 관광자원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요소를 확충하고, 특히
풍수지리 명당의 시작,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등의 이미지로 특화된 지역축제를 개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자발적인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어메니티)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제발표 3-
삼척 준경묘·영경묘의 풍수지리적 입지와 현대적 의의
“풍수지리 ‘명당’ 이미지 살려 휴양 관광지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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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한석 강원대 교수 |
조선 왕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의 기록을 보여준다. 조선 왕릉은 조선의 역사,
건축 양식, 미(美) 의식, 생태관, 철학이 담긴 문화의 결정체로,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경관 때문에 ‘신의 정원’으로 불린다.
준경묘·영경묘가 이곳 삼척에 조성된 것은 벌써 700년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 남아 있고 잘 보존된 이유는 풍수지리적 영향이 크다.
준경묘와 영경묘는 모두 천하의 명당으로 특히 영경묘는 대업을 이룰 수 있는 대지다. 주변의 봉우리들이 모두 명당을 향해 조문을 드리는 형국이 수천마리의 벌들이 꿀을 따서 일렬로 줄을 지어 들어오는 ‘봉소형’의 전형적인 명당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함흥으로 이주한 뒤 자손이 고려조에 입조해 병마절도사가 되기까지 채 100년이 걸리지 않은 것도 풍수지리적으로 보면, 산과 물이 서로 앞뒤로 비례하면서 기운을 발휘한 결과다.
이에따라 풍수지리를 고려해 유럽의 궁전 같은 휴양관광촌 조성을 제안한다. 물론 유럽의 궁전처럼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생기 넘치는 곳’이라는 풍수지리적 명당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주변에 숙박 펜션 단지나 왕실 관련 박물관을 신축한다면 ‘명당=쾌적성의 미학’을 토대로 관광지 조성이 가능하다. 또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가 등재도 시도돼야 하는 과제다.
[토론요약]
“철저한 고증 통해 원형 보존·정비 계획 세워야”
“주민 협의 전제 보호구역 지정”조운연 문화재청 사무관(이학박사)
◇조선왕릉은 풍수로 인해 보존됐다는 면도 일리가 있지만, 충효사상과 조상숭배 등 유교적 측면에 의해 보존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또 국가문화재인 사적 지정을 위해서는 먼저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요즘은 가급적 규제를 최소화하려고 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되면 약간의 규제가 따르게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준경묘·영경묘의 기반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는 점도 개선 과제다. 지난 2005년 준경묘 주변 금강송 숲이 ‘아름다운 천년의 숲 대상’을 받도록 신청을 한사람으로서 매번 느끼는 것은 주차장 등 기반·편의시설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천은사, 능침수호사찰로 봐야”
김도현 강원대
강사◇목조의 부모 묘에 대해서는 조선 전기부터 그 위치와 관련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영조대를 지나면서 현재의 준경묘·영경묘 위치설에 관심을 가지고, 왕실의 후손들이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하게 되고, 결국 고종대에 전주의 조경단과 함께 준경묘·영경묘를 수축했다. 고종대에 수축이 이뤄진 것은 대한제국의 위상을 황제의 권위를 통해 표출하려는 노력의 일부분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양묘 수축을 굳이 고종대에 단행한 배경이 궁금하다. 또 영월의 보덕사가 장릉능침수호사찰 이듯이 고종 때 준경묘·영경묘 수호 유지를 위한 조포사 역할을 한 천은사를 능침수호사찰로 보는 것은 어떠한가.
“목조 삼척지역 인물로 여겨야”김태수 삼척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인물 전설은 이야기 속에 담긴 민중들의 평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의 인물 전설은 대체로 그 지역출신의 비범한 역사 인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삼척지역에서 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조상들이 비교적 후한 대접을 받는 것은 전주에서 삼척으로 이주해 17년간 생활한 목조와 부모를 삼척사람들이 삼척지역의 인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목조 이안사의 음택풍수로 인해 4대 후에 왕이 탄생하는 ‘준경릉 유래’는 이성계가가 천명에 의해 왕이 되는 긍정적 인물로 집약되는데, 이는 삼척 주민들이 그들을 삼척의 인물로 받아들인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풍수지리학 교육장 조성 추진”이정훈 삼척시의원
◇일제가 조선의 정통성을 부정해 ‘이조(李朝)’ 등으로 격하해 지칭했다는 점에서 조선의 개국을 낳은 준경묘와 영경묘는 식민사관에 대응해 조선, 즉 민족사의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 풍수지리학적으로도 조선의 개국을 가져온 명당으로 평가되기에 그 중요성은 조선 왕실의 다른 능·원·묘에 비해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고, 주변의 황장목 숲은 궁궐 복원과 관련해 건축사적으로 주목을 받는 명소다. 문화재적 가치 제고와 복원,
생태관광 자원화를 추진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풍수지리 학습장으로 조성하는 작업이 강화돼야 한다. 삼척지역의 역사인물 등 문화 자원 발굴 및 관련 시설의 복원과 드라마·영화 제작 등의 대중화 노력이 곁들여 진다면 지역 문화 관광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완성”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
◇조선왕릉 40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서를 쓰고, 복원 계획도 짜는 등 몰입을 했던 당사자로서 입장을 피력하면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있는 제능과 후능, 그리고 목조·익조·도조·환조의 능, 준경묘·영경묘까지 모두 등재가 이뤄져야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는 완성된다. 조선왕릉은 단독적인 유산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 유산으로서의 특징이 있기에 준경묘와 영경묘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고 볼 수 있다. 준경묘와 영경묘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부분, 즉 재실과 봉분, 능침의 거리가 먼 것에 대한 이유 등을 잘 밝히고, 주변 금강송 숲의 역사경관보존, 제례의 동선과 특성 등을 잘 분석해 전체적인 틀 속에서 복원 및 보존·관리 대책을 체계화하고, 세계유산 추가 등재 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주변 경관 연계 관광자원화”박봉우 강원대 교수
◇준경묘·영경묘에 대한 보존·정비는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 돼야 하고, 대상 문화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 또한 문화재와 동등한 위상을 갖는 공간으로 취급돼야 한다. 특히 두 묘역의 배경 숲이 되고있는 황장목 소나무 숲은 묘역의 경관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묘역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유지 및 존재 가치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시설의 복원은 과잉 복원이 되지 않아야 능묘로서의 공간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관광자원화와 연계되는 지원지역
개발계획은 인문적·자연적 조화로움을 추구하는데 초점을 맞춰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삼척/최동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