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 없는 엄마들은 '엄마표 놀잇감' 이야기만 들어도 부담스럽다. 놀잇감을 만드는 것이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만들기나 그리기 등에는 도통 소질이 없었는데, 갑자기 미술 재능이 생겨날 리는 없지 않겠냐는 것. 하지만 평소 아기 놀잇감을 곧잘 만드는 엄마들은 한목소리로 미술적인 재능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잘 살리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미술 작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기의 '놀이'를 돕기 위한 것이 바로 '엄마표 놀잇감'이기 때문이다.
손재주나 미술 감각 없어도 만들 수 있다 "우리 아들 홍기는 돌쟁이 아기들이 다 그렇듯이 여러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았어요. 그래서 우리 집은 늘 장난감과 장난감 박스로 가득하지요. 얼마 전엔 집 안이 하도 어지러워 청소를 하려는데 홍기가 자꾸 청소를 안 한 곳만 골라 기어다니더라고요. 보다 못해 홍기를 박스 안에 앉혀두었지요. 그랬더니 심심했는지 연신 칭얼대더군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박스를 조금 밀어주니 홍기가 좋아했어요. 하지만 박스를 미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끈을 달고 방바닥에 흠집이 생길까봐 방석을 깔았는데, 만들고 보니 영락없는 '붕붕카'가 되었지 뭐예요. 그날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몰라요." 지금은 그 박스 안에 볼까지 넣어서 '볼풀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최양숙 씨. 청소를 하던 중에 우연히 아기랑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어낸 엄마의 행복한 마음이 전해진다. 이처럼 '엄마표 놀잇감'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아기를 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도록 약간의 아이디어와 정성만 들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박스에 끈을 달아 만든 붕붕카일 수도 있고, 엄마의 셔츠로 만든 미술용 가운일 수도 있으며, 고장난 전화기에 아기가 좋아하는 예쁜 캐릭터 스티커를 붙인 모형 전화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 놀잇감으로서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전하고 싶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 주변에는 수공예의 원리를 이용해 엄마표 놀잇감을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
핸드메이드 초보자에게 적당한 소재 '펠트' 펠트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만드는 방법이 쉽고, 수강료 부담이 없으며, 재료값도 비교적 저렴해서 특히 핸드메이드 놀잇감에 처음 도전하는 엄마들에게 좋다. "펠트는 부직포와 비슷하지만 부직포보다 업그레이드된 소재로, 양털이나 합성 섬유를 압축하여 시트 모양으로 만든 것입니다. 펠트는 도안대로 오리고 잘라서 실로 꿰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잘 다룰 수 있고, 질기면서도 부드러워서 장난감을 만들어놓으면 아기가 비교적 오랫동안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색깔도 아주 다양해서 아기 교육용으로도 좋아요." 게다가 펠트는 순면만은 못해도 다른 소재들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 화학 약품이나 색소로부터 자유롭진 못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물고 빨지만 않는다면 해가 없다는 것이다. 화학 약품 등이 염려스럽다면 펠트를 구입한 뒤 세탁을 해서 사용한다. 다만 펠트는 마찰에 약한 편이어서 옷감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슬리퍼나 생활용품, 놀잇감 등을 만드는 것이 알맞다. 또한 가위질과 바느질이 잘 되는 소재이긴 하지만 날이 잘 드는 섬세한 것을 써야 한다. 펠트는 무수지 1.0㎜, 유수지 1.2㎜로 나온다. 무수지는 얇고 부드러워 섬세한 인형 만들기에 주로 쓰이고, 유수지 1.2㎜는 아이들 교구 만들기에 적합하며, 2㎜ 펠트는 딱딱해서 글자용으로 주로 쓰인다. 펠트를 자를 때는 품질 좋은 가위를 따로 마련하되, 가급적 펠트 전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도안 자르는 가위와 박음질한 실밥을 뜯을 때 쓰는 쪽가위나 송곳, 골무 등도 준비하면 유용하게 쓰이고, 바늘도 긴 것과 짧은 것을 고루 준비하되 얇은 것이 바느질하기에 수월하다. 실도 가능한 한 얇은 것이 좋은데, 수를 놓을 때는 약간 굵은 실을 쓴다. 또한 펠트 공예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이 '글루건'이다. 마치 총처럼 생긴 글루건은 전기를 꽂아 열을 가해서 심을 녹여 사용하는데, 220V 전원에 반드시 5~10분 정도 뜨겁게 달구어서 사용해야 접착력이 좋아진다. 바느질거리가 너무 많은 곳에는 글루건으로 붙여서 만들면 한결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 "펠트를 고정하기 위해 글루건을 사용할 때에는 가장자리보다 2㎜ 정도 안쪽으로 충분히 발라준 후 붙여서, 가장자리를 손으로 살짝 눌러주면 가장자리로 심이 넓게 퍼져서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간혹 접착제가 가장자리 밖으로 삐져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손으로 닦으면 손자국이 남아서 흉해지므로 투명하게 굳힌 뒤 칼로 긁어내면 됩니다." 이밖에 펠트 놀잇감을 만들 때 사용되는 부재료들은 다음과 같다. 펠트용 실, 자석, 단추, 지퍼, 핸드폰 줄, 솜, 열쇠고리, 머리핀, 머리끈, 리본, 노끈, 인형 눈, 비즈, 스팽글, 방울, 스티로폼, 찍찍이 등. 물론 이 재료들은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디어를 살리면 집 안에 굴러다니는 작은 소품들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펠트는 실, 바늘, 솜, 글루건만 있어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