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16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 속의 진정성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의 부드러운 어조와 말투 속에는 그의 사람됨이 보였다. 대통령 후보가 뿜어내는 선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만으로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사회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기호 5번 노동자 대통령 후보 선거투쟁 본부의 김혜진 정책위원은 이같은 물음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문제는 진정성이나 그가 살아온 선한 삶의 발자국이 아닌 그를 둘러싼 정치적 위치와 세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소연 선투본은 문재인 후보가 서있는 자리 너머에서 이번 대선을 바라본다. 김소연 선거투쟁본부 김혜진 정책위원은 진보적 의제가 형성되고 전파되는 과정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박근혜보다 나은 문재인 후보가 왜 희망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으로 김소연 후보의 존재 자체를 제시했다.
그는 대선에서 무수히 난무하는 ‘현실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담긴 허구적 논리와 비정규직·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 왜 현실적인 대안인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김소연 후보의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단순한 노동의제가 아닌 재벌에 대한 통제 문제였고, 재벌 중심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소연은 문재인과 이정희 너머에 서 있었다.
김혜진 위원은 “재벌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문재인 후보도 그걸 캐치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분노들을 모아 재벌들에게 약간의 압력을 넣고, 약간의 양보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게 할 거냐 아니면 보다 근원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을 제출하고,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모아낼 계획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라고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참세상>은 지난 13일 오후 선거를 6일 남겨둔 시점에서 김혜진 정책위원을 만나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의 의미와 문재인 후보가 대안이 될 수없는 현실적인 지점을 짚어봤다. 김혜진 위원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나눠 게재할 예정이다.
이 인터뷰는 애초 지난 5일 교수단체가 주최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대선 토론회의 연장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에 제기된 노동의제의 현실성 문제와 노동의제에 관한 문재인 후보의 인식 등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김소연 선투본이 전면에 내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2012년 대선과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 보았다.
아래는 김혜진 정책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참세상] 선거가 6일 정도 남았는데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일단 마음이 아프죠. 처음에는 경제민주화라고 해서 비정규직 의제가 굉장히 중요한 의제인 것처럼 비춰졌는데 그러다 안철수와 단일화로 정치개혁 문제가 핵심의제로 등장했잖아요. 단일화를 하고 나니 유신 청산이냐 아니냐로 논쟁이 붙으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안타깝죠.
-[참세상] 워낙 열악한 상황에서 김소연 후보가 출마를 했는데 김소연 선거투쟁본부가 남긴 것은 무엇이고, 어떤 의제를 던졌나요
[김혜진] 완전히 묻힐 뻔했던 노동관련 의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TV토론도 마찬가지고. 쌍용자동차 문제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 것은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러나 저희가 진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지 이런 의제를 알렸다는 것이 아닌 그동안 투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는데, 따로따로가 아닌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고 결국 재벌의 문제라는 하나의 전선을 만들려고 했던 데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요.
-[참세상] 그런 답변엔 이런 반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이정희 후보의 역할이 아녔는가. 김소연 후보나 선거투쟁본부의 영향은 별로 많지는 않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혜진] 당연히 김소연 선투본은 영향을 많이 미치지는 못했죠. 그런데 김소연이 원래 목표로 한 건 김소연 자체의 영향이 아니라 지금 투쟁 중인 노동자가, 지금 투쟁하는 강정이,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이, 대선 때 무기력하게 있는 게 아니라 이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고 그 흐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걸 봐야 해요. 김소연 후보나 선본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 사회 이런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그 문제들의 근원적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데 있습니다.
김소연의 등장, 어떤 의미가 있나 “진보정치, 상층에서 각 투쟁 영역의 고민을 압도해 왔다”
-[참세상] 선거 초기에 나왔던 질문이긴 한데, 그런 목표였다면 굳이 후보 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요. 수 억의 돈을 들여가며 선거에 나올 필요가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시나요
[김혜진] 투쟁을 잘하게 하는 게 뭘까요. 저는 그게 고민이 되요. 개별사업장 투쟁을 잘하는 것은 선거 이전이든 직후든 다 잘할 거라는 거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개별 투쟁을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별 투쟁이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문제인가를 이야기 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왜 우리 사회가 문제인가. 왜 철탑에 올라갈 수밖에 없을까, 왜 많은 사람이 자기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느냐에 대한 질문이라는 거죠. 저는 김소연 후보의 등장 자체가 그 질문을 내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람들의 투쟁이 왜 우리사회에 있을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단지 투쟁의 개별 요구 해결이 아닌 때로는 대단히 정치적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사회가 어떻게 재벌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는 거죠.
-[참세상] 그런 부분에서 유세나 여러 투쟁현장을 가서 보고 느낀 성과가 있나요
[김혜진] 생각보다 실제 노동자들이 굉장히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일단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로부터 무기력해진 것도 있구요. 민주노총이 자기 역할을 못하면서 무기력해진 것도 있고 이러니까, 투쟁사업장은 대단히 고립되고 자신들만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받는 것 같아요. 특히 선거 때가 되면 이런 느낌은 훨씬 심해지거든요. 무수히 많은 얘기가 난무하지만 정말 목숨을 거는 자기들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인거죠. ‘그럼 도대체 우리는 뭔가’ 하는 마음이 든다는 거예요.
그러나 어렵지만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이야기하면서 최소한 이 작은 0.01%라는 공간 안에서라도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무력하게 있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점유하고 그 안에서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큰 것 같아요. 당연히 이 시기에 투쟁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하는 데요, 투쟁을 열심히 한다는 게 정치일반이 전면화된 상황에서 배제된 자들의 목소리 이상으로 이 공간을 휘젓기는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죠.
누구도 김소연 후보가 이슈 파이팅이 확 될 거라는 기대는 안했어요. 꾸준히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인 거죠.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의 첫발을 디딘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참세상] 유세 현장 분위기도 전해주신다면
[김혜진] 대구에 갔을 때 현장 노동자들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김소연 후보가 안 나왔으면 무기력할 뻔했다는 거예요. 대구는 특히 박근혜 편향이 강한 곳이라 다른 진영은 힘도 못쓰고 투쟁노동자 얘기는 더 어려운 조건에서 대구 동지들이 힘을 합해 목소리를 내고 공공연하고 대중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활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고민은 이런 거예요. 김소연은 자꾸 투쟁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투쟁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하고 이런 것만 투쟁이 아니잖아요. 정보인권을 위해 정책을 내고 노력하는 것도 투쟁이고요, 인권단체들이 반인권적인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도 투쟁이죠. 꼭 강정처럼 부딪히는 것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것은 이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하는 흐름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흐름이 아직 포괄적으로 엮이는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민주노동당 운동의 경험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운동이 각 영역에서 사회변화를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의미를 충분히 엮고 받아들이고 있었느냐를 봐야 해요. 거꾸로 보면 정치라는 게 상층정치라는 개념으로 각 영역의 고민을 압도한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회 변화를 위해 정책이든 투쟁이든 끊임없이 애써왔던 수많은 사람의 문제의식을 온전히 하나로 엮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정치인 것 같아요. 그걸 이제부터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죠.
“문재인 일자리 정책 성공하려면 설득이 아닌 직접적인 규제정책 필요”
-[참세상]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일자리 뉴딜을 제안했습니다. 그 시점이 네거티브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던진 건데요. 노동운동 진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정책은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아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축소는 오래된 얘기고 일정 진전시킨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민주당과 서울시가 이야기한 각종 외주용역 정책은 민간위탁을 제외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공공부문에서는 용역과 민간위탁을 다른 개념으로 사용해요.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민간위탁은 완전히 업무자체를 통으로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민영화의 한 과정이기도 한 거죠. 외주용역은 사업을 통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노무 도급의 형태를 갖고 있죠. 지금 대다수 간접고용 대책은 다 거기 집중돼 있어요. 원래 공공부문 정책이 대부분 한 축으로는 직접고용을 줄이고 한 축은 간접고용으로 처우개선을 하면서 민간위탁을 전면 확대하는 전략이었어요. 그래서 민간위탁 재직영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것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대기업 관련한 문제에 있어요. 저는 민주당의 일자리 정책을 볼 때마다 도대체 대기업을 어떻게 강제하겠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민주당 정책은 고용형태 공시제도에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비정규직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겠다는 건데, 공시제도를 통해 재벌대기업 규제가 된다고 누가 믿겠어요. 저기는 비정규직을 100%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효과만 있을 뿐이죠. 그것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다는 건데, 굉장히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설득이 아니라 직접적인 규제정책이 필요해요.
▲ 김소연 선투본은 공식 선거 첫 날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첫 유세를 진행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참세상]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김혜진] 오늘 아침에도 아웃소싱 타임즈라는 신문을 봤는데 (재벌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재벌규제에 반발하고 있어요. 가당치도 않은 허무맹랑한 공약이라며 너희들의 얘기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죽이는 정책이라고 역공을 하고 있어요.
결국 이데올로기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면 사회적인 호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재벌규제 정책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법과 제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양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밝혀야 해요. 재벌 대다수가 기간제보다는 간접고용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간접고용에 대해 얼마나 책임 있는 법안을 내놓을 거냐에 있어요. 민주당은 직접고용에서 사용사유제한이라는 굉장히 긍정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간접고용 관련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파견법을 허용하고 일정하게 손을 보는 수준이라 결과적으로 재벌 개혁은 실패할 거라고 봐요.
그렇게 보면 비정규직을 반 수 이상 줄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구요. 문제는, 그럼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 수를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를 봐야 해요. 재벌들이 단가인하 압력을 하고 심지어 재벌들이 비정규직 고용형태까지 공공연히 개입하고 관여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저 중소기업에 돈을 지원함으로써 정규직을 많이 사용하게 한다? 이건 이미 비정규직 문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게 드러난 대책이잖아요.
물론 공공부문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자가 많을 무렵이라 일정하게 일자리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재벌에 강력한 규제가 없이는 허황된 얘기로 끝날 겁니다. 그리고 재벌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사회적 압력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또 일자리 빅딜 제안에서 말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도 꼭 한마디 해야겠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엔 손도 댈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해요. 노무현 정부부터 사회서비스시장화 전략을 택해서 자격증을 마구 양산하고,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만 남게 한 거예요. 바우처 제도로 사회서비스 확산을 오히려 가로막는 구조고요.
그런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이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해요. 지금 같은 바우처 시스템과 시장화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는 저죠.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각각의 영역을 공적영역으로 전환시켜야 해요. 지자체가 됐던 정부가 됐던 책임지고 기관을 설립하고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하거든요. 그 정도의 재정지출 의사가 있느냐는 거예요. 이렇게 양산해 놓은 불안정 노동자(비정규직) 수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걸 공적으로 전환시킬 의사가 있다면 그만큼 재정지출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 재벌에 대해 실질적인 규제할 수 있을까” 문재인의 진정성 문제가 아닌, 삼성과 현대차 불법도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못하는 문제
-[참세상] 뉴딜선언에서 내년부터 당장 20조를 추경으로 편성해 일자리를 선도하겠다고 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몇 가지를 담긴 했던군요
[김혜진] 국방비 줄이겠대요? 아니잖아요.
-[참세상] 제기하신 문제 중 중소기업 고용 여력을 늘리기 위해서 대기업이 납품단가 문제도 경제민주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평가해 줄 만하지 않나요
[김혜진] 그런 정도는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에 대해서 실질적인 규제를 할 수 있느냐를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가장 대표적으로 삼성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고, 정몽구의 불법파견 문제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도 정몽구를 구속시키라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재벌의 왜곡과 잘못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사회적 압력으로 해결할 수 있냐는 거예요. 정말 재벌과 맞장을 뜰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거죠. 저는 그런 점에서 김소연 후보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문제의 핵심이 재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그들에게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치고 나가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수준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가능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참세상] 문재인을 두고, 김소연 진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의 노동 탄압만 너무 물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문재인은 계속 진정성과 소통을 얘기하는데 진정성 부분에서 좀 평가해 줄 수 있지 않나요
[김혜진] 저희가 얘기하는 건 문재인 후보에게 진정성이 있다 없다 이런 문제가 아니에요. 과거에 당신들이 어땠다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권력구조 안에서 여전히 재벌기업에 일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세력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재벌에 칼을 뽑고 강력한 규제를 할 수 있는 세력이냐는 것입니다. 그들의 진정성 문제가 아니라 위치의 문제라는 거죠.
야권이 우세인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쌍용차 문제는 많이 얘기하지만 56명이나 사망한 삼성 백혈병 문제는 청문회 요구도 높았지만 강하게 하지는 않고 있죠. 그 문제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제기하기 보다는 심상정 의원이 주도한 측면이 커요. 과연 민주당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지 궁금해요. 결국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문제라는 겁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노동자인가. 아니잖아요.
노동자들은 박근혜가 끔찍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찍어야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민주당이 노동자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면 중산층이냐? 중산층도 허구적 개념이거든요. 민주당은 여전히 기업에 기반을 두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재벌 대기업들이 민주당이냐 새누리당이냐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보다 편하게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관한 문제로 보인다는 거예요.
대통령 후보 개인이나 몇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전반적 세력관계 안에서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느냐, 자기 힘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정말 우리는 재벌과 단절하고 노동자 편에서 재벌과 맞장을 뜨겠다고 선언한다면 모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는 정책을 내면서 재벌을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죠.
“문재인의 재벌규제, ‘재벌 심하니 적당히 해라’ 수준”
-[참세상] 2차 TV 토론에서 문재인은 그래도 재벌규제를 강조하긴 했습니다. 물론 이정희는 더 강하게 했지만요. 문재인이 외형적으로라도 재벌규제를 강조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혜진] 재벌에 대한 공분이 높아서죠. 문재인은 재벌과 맞장을 뜨는 방식보다는 사회적 공분이나압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요. 사회적 압력을 이용해 재벌에 받아낼 수 있는 양보치가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출자총액제한제나 순환출자문제를 보면 소유구조에서 핵심적 잘못 등은 제기하지만 근원적으로 재벌 시스템 자체를 흔들만한 계획을 내놓지는 않잖아요. 소유구조의 일부 문제를 개선한다고 해서 사회전반에 행사하는 재벌의 영향력이 줄어드느냐는 거예요. 그건 ‘너희는 너무 심하니 적당히 해라’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재인 후보가 사회적 설득과 사회적 압력 방식을 끊임없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안쓰러워 보여요.
-[참세상] 문재인의 그런 태도는 한국 사회는 레드컴플렉스보다 더 심각한 게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콤플렉스가 강한 것 같습니다. 공포가 있다고 할까요
[김혜진] 굉장히 큰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죠. 그러나 거꾸로 재벌이 망한 사례를 볼 필요가 있어요. 이를테면 대우그룹이 망하고 뿔뿔이 흩어졌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망했느냐는 거예요. 재벌끼리 경쟁에서 한 재벌이 밀려나면 대부분 또 다른 재벌이 그 재벌을 잡아먹고 다시 몸집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을 하죠. 사회가 망하는 구조가 아니죠. 재벌이 망한다는 뜻은 기업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재벌그룹에 속했던 각 기업이 분산되고 무수히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다시 또 누군가의 소유로 전환한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공적자금 측면을 보면요, IMF 경제위기이후 재벌기업에 엄청난 공적자금을 들이부었고, 고환율정책으로 재벌기업의 이익을 유지시켜주고,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감면해줬죠. 이미 그런 공적자금이 어마어마하게 재벌기업에 들어가 있는 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방법을 찾으면 재벌이 망했을 때 완전히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라 그 재벌의 소유구조 자체가 왜곡시켜왔던 것을 다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재벌이 잘되면 나라가 잘되느냐도 봐야 해요. 재벌의 경제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죠. 중소기업은 단가인하 압력으로 한계상황이 됐어요. 예전처럼 중소기업에 기술을 공유하면서 공생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도 않잖아요. 실태조사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최근에는 기술공유를 어디까지 하느냐면 현대차라면 모비스는 기술공유를 한다는 거예요. 재벌그룹 안에서 다른 하청을 관리하는 하청을 쪼개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한지 오래 됐어요. 나머지 하청은 살아남기 어렵죠. 그런데다 재벌이 중소영세 상권에도 마구 진출하면서 거기도 파괴하고 있어요. 재벌의 환경파괴, 민주주의 파괴 모두 심각한 수준에 왔죠.
재벌의 집중력은 사회적 구조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거예요. 재벌이 망하면 사회가 망하는 게 아니라 재벌이 빨리 망해야 사회구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재벌이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하고 사회적 자원을 얼마나 독식하면서, 다른 자원들을 한계상황으로 만드는지를 충분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재벌자산 사회화, 고환율, 감세 정책 등으로 재벌에 퍼준 재산을 본다면...”
-[참세상] 그런 면에서 재벌자산 사회화 같은 주장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응은 좀 있나요
[김혜진] 몰수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인상이 있는 것 같아요. 표현을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고민은 지금의 재벌의 자산은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삼성 이건희 일가가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삼성을 움직이며 부를 축적하느냐. 그들이 축적한 부가 노동자나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일반 노동자 민중의 자원을 그들이 다 흡수해서 축적해왔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가진 재산이 핵심이 아니라. 정부가 퍼다 준 재산이 있죠. 대표적으로는 고환율, 감세 정책으로 정부가 돈을 퍼다 준 게 있고, 자기사업장 노동자들을 어마하게 빨아 먹은 게 있어요. 불법파견 문제나 백혈병 문제가 이를 반증하는 거죠. 여기에 더해 불법과 탈법도 있죠. 이런 과정을 거쳐 그들이 사회적 자원을 전부 독식했다는 거예요.
그럼 그 독식한 자원을 토해내게 하지 않으면 사회 왜곡 구조를 전환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재벌자산이라는 표현이 너무 생경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참세상] 그런 왜곡된 구조를 전환 시키는 방식자체가 몰수방식이 아니고선 어렵지 않나요
[김혜진] 그렇죠. 어려워요. 고민 끝에 몰수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이면 몰수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실제 불법도 어마어마하죠. 불법도 엄청나겠지만 문제는 불법자산을 몰수하려면 당연히 어떤 행위가 불법이었는지 확인해야 돼요. 그동안 주가조작 등 경영권 인수과정부터 시작해 그런 자산을 몰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저는 불법뿐만 아니라 실제 법을 빙자해서 저질렀던 문제에는 사회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정부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노동자 민중의 삶을 괴롭히면서 재벌에 그것을 집중시켜 줬는가, 그 정책을 문제제기하고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강제몰수가 될지 다른 정책적 방식으로 특정 기간에 대폭적인 증세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런 탐욕을 통해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참세상] 그런데 새누리당은 불법파견도 합법으로 만들기 위해 사내하도급법을 제출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합법인 법안을 다시 규제로 돌리자는 것은 여야 힘 관계상 어렵지 않나요
[김혜진] 당연히 힘 관계 문제가 있죠. 말씀하셨듯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공포감이 있죠. 그런데다 재벌이 각종 법적 사회적 자원과 부를 독식하고 있어서 싸움도 어려워요. 정치적 권한도 많이 행사하고 있잖아요. 농담처럼 삼성 장학생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기에 맞서 싸운다는 건 우스운 얘기처럼 보인다는 거죠.
저희는 그렇기 때문에 노동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건 뭐냐면 실제 재벌의 문제들을 내부로부터 드러내고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생기냐. 한 축으로는 바깥에 있죠, 바깥에서 문제제기하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 재벌기업 내부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아나가면서 그 기업의 문제를 스스로 폭로해 나가고 견제하는 힘을 갖기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노동법 문제가 단지 노동자의 권리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김소연 후보가 하고자 했던 그 역할을 통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힘을 구축해야 한다는 거예요.
재벌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생각보다 굉장히 커요. 문재인 후보도 그걸 캐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통해 일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정책을 내놓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분노들을 모아 재벌들에게 약간의 압력을 넣어 약간의 양보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게 할 거냐 아니면 보다 근원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을 제출함으로서, 우리가 재벌자산 몰수라 표현했던 그런 방식을 통해 재벌에 피해를 받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조직하고 모아낼 계획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라는 거죠.
아직 우리는 그런 계획과 전선을 형성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이제부터라도 그런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첫 출발이 재벌 문제와 그들이 어떻게 이 사회를 왜곡시켰느냐에 대한 폭로였다는 거죠.
김소연 선거투쟁본부 김혜진 정책위원은 문재인의 정치와 김소연의 정치의 차이를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에서 찾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딛고 넘어 이미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앞으로 당할지도 모를 노동자들에게 함께 싸우자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치를 현실화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의 공약대로 재벌이 규제되고,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정리해고가 어려워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김혜진 정책위원은 “김소연이 없으면 문재인의 공약은 현실화되지 않는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나 김소연처럼 앞서서 싸우는 이들의 투쟁이 없다면, 착한 문재인이나 박원순은 자본의 요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소연은 문재인 너머의 희망이며, 쌍용차와 현대차 철탑 농성은 의회 권력이 없어도 법안에 현실성을 가미할 유일한 힘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면에서 김소연 선투본은 문재인에 어떤 희망도 걸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2013년 이후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시작할거고 삶의 질은 더 나빠질 겁니다. 사람들은 이게 개선됐다는 느낌이 아니라 더 나빠지고 왜곡된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그때 그 절망감은 더 심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문재인 후보에게 과연 대안이 있을까요. 이를테면 이건 착한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김혜진 위원은 문재인의 예견된 실패에 좌절할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렵지만 이렇게 싸워 왔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희망”이라며 “우리가 앞에 있으니 우리와 함께 또는 우리의 길을 따라서 같이 싸우자는 것이 2013년 경제위기에서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자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사회적 힘의 축척으로 나아가자”며 “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가 앞에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참세상>은 지난 13일 오후 선거를 6일 남겨둔 시점에서 김혜진 정책위원을 만나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의 의미와 문재인 후보가 대안이 될 수 없는 현실적인 지점을 짚어봤다. 김혜진 위원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나눠 게재한다.
이 인터뷰는 애초 지난 5일 교수단체가 주최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대선 토론회의 연장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에 제기된 노동의제의 현실성 문제와 노동의제에 관한 문재인 후보의 인식 등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김소연 선투본이 전면에 내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2012년 대선과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 보았다.
아래는 김혜진 정책위원과의 인터뷰(2) 전문이다.
“경제위기, 착한 마음 이상의 해결방안 요구 재벌에 세금 걷고, 규제하기 위해선 근원적 방안으로 접근해야”
-[참세상]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고통 받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노동자들도 오히려 더 나쁜 노동정책의 박근혜보다는 덜 나쁜 문재인이 낫지 않느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문재인 찬조연설에 나선 정혜신 박사도 그런 지점을 본 것 아닐까요
[김혜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생각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가) 더 나쁘기 때문이라는 그런 생각이라고 믿어요.
그런데 저희의 고민은 어디선가 씨를 뿌리지 않으면서 언제까지 남의 열매만 구걸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의 고민은 무엇인가. 마지만 남은 밑천과 씨앗까지 다 털어먹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열매를 구걸할 것이 아니라면 언제 어느 시점에 씨를 뿌릴 건가의 고민이죠.
물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더 나을 것인가? 저는 더 기대하지는 않아요. 2013년에 경제위기가 올 거란 얘기가 있잖아요. 박근혜도 계속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위협하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 경제지표가 위기상태로 가고 있는 걸 다 느끼고 있잖아요. 이걸 가지고 경제학자들도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지속적인 경제위기로 갈 것수 있다는 고민도 있는 것 같고, 전경련도 일상적 구조조정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표현을 했죠.
제 고민의 지점은 이 부분에 있어요. 위기가 가속화되고 갑자기 어마한 위기가 탁 터진다던가 이러면 모르겠지만, 꾸준히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으로 가고 구조조정으로 한 번에 몇 백 명을 마구잡이로 해고하는 방식이 아닌 일상적 구조조정 행태로 가면 사람들은 무기력감에 빠지게 된다는 거예요. 집단적 해고를 당해 억울해서 하는 투쟁과 또 다른 상태로 가게 되죠. 아마도 문재인 후보가 일자리 정책을 얘기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설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2013년 이후 그 앞에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시작할거고 삶의 질은 더 나빠질 텐데, 사람들은 이게 개선됐다는 느낌이 아니라 더 나빠지고 왜곡된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그때 그 절망감은 더 심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랬을 때 문재인 후보에게 과연 대안이 있을까요. 이를테면 이건 착한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김혜진 정책위원[참세상 자료사진]
-[참세상] 착한마음도 사람들의 동의를 끌기 위해선 중요하지 않나요
[김혜진]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이루기 위해선 정부가 재정을 지출해야 하고, 그 재정은 세금을 각출해야하는 문제거든요.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낼 것이 아니면 결국 재벌기업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걷고 규제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점에서 단지 착한 마음 이상의 해결방안이 요구된다는 겁니다.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상 문재인 정권이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겁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노골적 탄압이나 공권력으로 두들겨 잡는 일은 없을 수 있겠죠. 이미 한번 해봤기 때문에요. 그러나 실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게 과연 그것일까요. 다가올 2013년 이후 경제위기를 바라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한 번에 맞아죽지 않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일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단지 씨를 뿌려서 오랫동안 열매를 기다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마음은 조급해요. 사람들의 분노나 불만이 굉장히 광범하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문재인이나 안철수 지지로 표현되는 것이 단지 이명박 때문에 정말 괴롭다는 것은 인텔리들의 문제의식에 가까워요. 정치적으로 정말 이 상태로는 못살겠다는 문제의식인데요. 실제 개별노동자의 마음에 면면히 흐르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말도 안 되는 노동탄압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돼 오면서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던 삶의 문제라는 거예요. 그게 지금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라는 거죠.
-[참세상] 이명박에 대한 불만이 어떻게든 정치적 표현으로 나온 것은 나름 진전이 아닌가요
[김혜진] 저는 그게 정치적으로 진전은 있을 수는 있다고 보지만,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할 때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 이런 문제들을 드러낼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정치적으로 급진적 변화들이 눈에 보이지만 삶에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이 택할 길은 뭘 까요.
약자에 대한 폭력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의 형태로 드러나게 될 거예요. 게다가 (대통령이 선해서) 정부도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않는 이런 경우에는 극심한 분노가 그런 방식으로 드러나죠. 그게 저는 파시즘의 전조라고 봅니다. 지금도 ‘무슨무슨 녀’ 사건 같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 드러나잖아요. 저는 그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뭐가 희망인지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의 삶이 근원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경제위기에서 일상적 구조조정을 택하라는 자본에 맞서 싸우다 다쳤을 때 옆에서 빨간 약이나 발라주는 그런 처방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에 맞서 싸우는 힘을 축적해야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된다는 거죠. 그 힘을 어떻게 축적할 거냐의 문제인데요. 지금까지 싸워왔던 사람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이야기하고 드러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예요.
-[참세상] 김소연 후보는 그걸 어떻게 보여주나요
[김혜진] 김소연 후보가 투쟁하는 노동자 얘기를 한다는 게 단지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직 투쟁하지 못하는 사람들, 숨죽이고 침묵하는 사람들, 그나마 여기에라도 기대를 걸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사람들, 문재인이 돼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에서 혹시라도 좌절하고 파시스트화 할 사람들에게 우리 희망은 원래 그게 아니었다는 걸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부딪치고 저항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것은, ‘그들이 어렵고 힘들게 싸우니까 들어주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는 이 길이 침묵하는 당신들의 길’이라는 걸 보여주자는 거예요. 이걸 통해서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라는 거죠.
김소연의 모든 유세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우리가 어려우니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아요. ‘우리는 어렵지만 이렇게 싸워 왔다’ 이게 희망이라고 얘기해요. 우리가 앞에 있으니 우리와 함께 또는 우리의 길을 따라서 같이 싸우자. 저는 내년 위기를 볼 때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저희가 아직은 서툴러서 그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고, 워낙 언론 등에서 찬밥 신세라 저희 문제의식이 투명하게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울림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가 앞에 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이런 게 저는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앞에서 투쟁하고 있다. 그러니 두려워말고 같이 하자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정혜신 박사를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TV에서 하신 문재인 찬조연설이 번지수를 잘못 짚으셨다고 생각해요. 쌍용차 노동자들이 왜 투쟁하는가에서, 그들이 23명이 죽고 괴롭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 문제를 딛고 그들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저는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려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쌍차를 위해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 왜? 쌍차는 자신의 한계를 딛고 넘어서서 이미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앞으로 당할지도 모를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어려움을 딛고 이렇게 가고 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함께 하시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 중요한 싸움의 의미를 단지 어렵고 안타까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싸움을 하는 동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 거예요.
“투쟁하는 사람의 목소리 없다면, 문재인 공약은 현실화될 수 없다”
-[참세상] 좀 더 구체적인 얘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실제 문재인 후보의 정리해고와 노동 공약은 뭐가 부족한가요
[김혜진] 저는 그의 공약에 뭐가 부족한지 관심이 없어요. 공약이 완벽하다고 해도 실현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김소연 후보와 같이 투쟁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없다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제대로 세력화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후보의 계획은 불행히도 현실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참세상] 문재인 캠프엔 과거 민주노총에 몸담은 분들이 최대 규모로 몸을 담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기대가 없나요
[김혜진] 이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힘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참세상] 문재인 캠프엔 투쟁하는 세력도 어느 정도 포괄하고 있지 않나요.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그네틱스 투쟁도 했고,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도 한때 투쟁을 했던 분이고 세력도 형성했고, 상층단위라도 세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김혜진] 그 점에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안철수 캠프를 찾아갔더니 안철수 캠프에서 나온 분이 전 민주노총 이용식 사무총장과 민주노총 여성국장을 하신 분이 나오셨어요. 이분들 말씀이 ‘민주노총 요구는 원래부터 정리해고 폐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정리해고 폐지를 얘기하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은 정확하지가 않아요. 민주노총 입장은 정리해고 금지였어요.
민주노총이 정리해고 금지 입장을 내게 된 과정은 뭐였을까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거예요. 물론 그 법안엔 정리해고 요건 같은 것도 들어있었지만 밖으로 드러난 공식 입장은 금지였어요.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쭉 올라오니까 정리해고 금지를 내걸었는데 상층에서는 그게 가능하냐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면서 오히려 정리해고 투쟁 노동자의 내부를 흔들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문재인이나 안철수로) 넘어간 거예요. 그렇게 넘어간 사람들이 지금 와서는 민주노총이 언제부터 정리해고 금지였냐는 말을 하고 있어요. 바뀐 게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열심히 투쟁을 하다 거기로 넘어가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 투쟁하는 사람의 요구가 반영된 안을 가지고 민주노총 안에서 무수히 왜곡하고 있었던 한 축의 사람들이 넘어가서 자기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들이 투쟁하는 노동자를 대변했을까요? 민주노총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마치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무수히 많은 논쟁을 보면 꼭 그러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착한 박원순에 담긴 우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다른노동 다른임금으로
-[참세상] 하지만 민주당 당원인 박원순 시장의 정규직화는 일단 노동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느낌입니다. 이런 식의 단계적인 성과라도 뭔가 조금씩 노동자에게 좋게 변한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혜진] 저는 현실이 변화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다 절망하게 되죠. 그런데 그 현실이 어떻게 변하기 시작했느냐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착한 박원순 씨에 의해서 변한 게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 이건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한 사람들에 의해 비정규직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러니 박원순 시장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게 되는 거죠. 사람들이 자꾸 오해하는 것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귀가 완전히 막혀 듣지 않는 인간들이 많으니까 박원순에게 그런 느낌을 받지만, 진짜 비정규직 문제로 서울시를 변화시킨 건 박원순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였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여전히 박원순 시장에게서도 우려를 발견해요. 민간위탁 문제도 있지만 다음번에 다룬다고 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게, 청소노동자에 대해 직무분석을 해서 임금체계를 그에 맞게 조정하겠다고 얘기한 거거든요. 저는 이게 사회적 편견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보여준 대표사례라고 생각해요. 청소업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정규직이 되더라도 임금 수준이 다른 이들과 같을 순 없다고 판단하는 거죠. 낮은 직무라 낮은 임금을 받아도 좋다. 처우는 개선되겠지만 이런 인식이 반영되면서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거잖아요. 제가 제일 놀란 게 그런 거예요.
사회적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게 막으려고 애써왔던 높은 직무와 낮은 직무로 나누고 그래서 높은 직무는 높은 임금으로 나누고. 다시 말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다른노동 다른임금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인거죠.
이 편견과 맞서 싸우기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력해 왔는데, 너희들의 직무가 애초 낮은 직무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학교 비정규직 업무는 가르치는 선생들에 비해 부수적이기 때문에 이것은 고용형태나 임금이 낮아도 좋다는 편견과 맞서 ‘그렇지 않다. 이 업무가 필요한 업무기 때문에 우리는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싸워왔다는 거예요.
모든 노동자들을 직무에따라 함부로 낮추고 차별해선 안된다고 투쟁해 왔는데 여전히 차별의식에 조응하는 방식이 훌륭한 개선책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면 진짜 사람들의 인식은 더욱 공고해지는 거죠. 청소노동자들이 ‘왜 우리를 그런 걸로 차별하느냐’고 하면 사람들이 ‘아니 그 정도 임금을 줬으면 됐지’라며 욕을 할 걸요.
-[참세상] 그런 점에서 문재인도 참 착한 이미지인데요
[김혜진]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이 그랬으니 ‘너 거짓말이지’ 이런 발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저희는 그들의 진정성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참세상] 김소연과 선투본에 대한 얘기로 가죠. 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인가? 다른 나쁜 문제들도 많은데 굳이 두 가지를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뭔가요. 두 가지 의제가 한국 사회를 전면으로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혜진] 실제 그런 판단에서였어요. 단지 비정규직 숫자가 얼마고 이런 의미로 제기하는 게 아니에요. 900만 명을 넘은 게 큰 문제라는 것도 있지만,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자체가 기업에게 해고의 권한을 완전히 부여하는 제도거든요. 지금까지 기업들이 끊임없이 사회적 자기 권력을 확장해 왔어요. 그 두 가지가 권력 확장의 최종 완결판이라는 거예요.
기업에 해고의 권한이 완전하게 있다는 것은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차별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건데요. 다시 말해 비정규직 차별과 생존권 문제는 노동권 박탈의 결과물이라는 거예요.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 내지 못하게 하고, 해고 권한을 자유롭게 휘두르면서 기업에 대한 견제 세력이 완전히 없어지게 하는 것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는 거예요. 노동권으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기업을 견제해야 하는데 그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기 위한 구조적 방식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사회변화의 핵심 고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참세상] 그런 문제의식은 더 강한 재벌해체나 재벌 기업 사회화, 재벌에 대한 통제권 강화의 요구로 제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나요
[김혜진]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재벌을 해체하고 사회화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사회적 힘의 축척으로 나아가자는 겁니다. 막연한 세력도 없는 선전선동이 아니라 그동안 투쟁해 왔고, 현실적으로 그것(재벌 규제)을 구현해 왔고, 이미 애를 써왔던 노동자와, 함께한 사람들이 자신의 구체적 요구를 드러내자는 거죠. 그게 왜 사회의 핵심적 의제인지 얘기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모으는 과정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벌과 맞장 뜰 힘이 없는 문재인은 현실적인가 재벌에 맞서 싸울 힘을 구축하는 김소연이 더 현실적”
-[참세상] 김소연 후보에게 가장 많은 질문은 ‘현실성이 있느냐, 힘이 있느냐’인 것 같아요. 또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없애기 위한 강력한 법안들 다 좋은데,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시킬 거냐는 물음도 많은데요.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김소연 후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김혜진] 저는 당연히 김소연이 가장 현실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문재인 후보가 현실을 변화시키고 싶을지도 모르고, 진성성도 있다고 해요. 그가 진정성을 현실에 구현하려면 재벌과 맞장을 뜰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힘이 없다고 봐요.
저희는 지금 당장 변화될 거라고 믿지 않아요. 그러나 불만과 고통이 목까지 차오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빠른 시일 내에 변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에는 이미 도달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 사람들에게 어디로 갈 건지, 어떻게 할 건지를 제기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싸운다는 문제의식으로, 10만이 100만이 되고 1,000만이 되는 싸움을 조직하면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자는 거죠.
많은 사람이 지금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계속 침묵할 것이라고 믿어선 안돼요. 90도까지 끓어올랐을 수 있어요. 90도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을 문재인 후보가 약간 김을 빼고 가라앉히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끓어오른 분노가 뚜껑을 뒤엎는 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자고 호소하고 실제 세력화하는 전략으로 가자는 겁니다. 그 시기가 실제 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어요.
▲ 김소연 후보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참세상] 정치에선 뭔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야 하고 주고받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정치세력은 의회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문재인과 연대를 강조합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입법화 전략을 위해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 후보 쪽과 협력도 필요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힘을 쏟아 민노당이 많은 의석을 얻었어요. 그런데 민노당이 실제 그 점에 영향력을 행사했을까요? 오히려 노동자에게 요구수준을 낮추고 타협하는 것을 설득하는 사이에 결국 비정규 보호법이 자본이 원하는 대로 통과되고 더 왜곡됐어요.
노동자들이 강경하게 버텨서 타협이 안 돼서 그렇게 됐을까요? 천만의 말씀이라는 거예요. 노동자가 강경해서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내부가 흔들려서 노동자의 전선이 흩어진 틈을 타 한나라당이 악법을 통과시켰다는 거죠. 노동자 내부의 강고한 투쟁전선이 흩어지기 시작하니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통과시켜 버린 거죠. 저는 그때 정치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해요. 실제 뭔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타협이 필요하고 그럴 때도 있죠. 그런데 그 타협의 전제는 이쪽의 힘이에요. 이쪽의 힘과 이쪽의 전선이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타협이 되는 것이지, ‘우리 요구는 100인데 50만 요구 할게요’ 이런다고 해서 타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우리의 요구라는 건 우리가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기를 원하는지를 우리 지향을 분명히 밝히면서 서로를 세력화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서 있어야만 이후 변화된 정세 안에서도 우리가 가능할지 아닐지도 판단이 됩니다. 우리 내부가 흩어지고 오로지 야당후보에 목매달고 기대하는 조건에서는 도대체 무슨 타협이 가능한지 모르겠어요. 스스로 세력화 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세력화를 위해서 무엇이 가능한지 이제는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는 거죠.
“현실의 눈높이 수준은 파견법 개정 폐지 논쟁이 아닌 정몽구를 구속할 거냐의 문제”
-[참세상] 교수단체 주최 대선 토론회에서 진보후보들은 기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좀 더 유연하게 해라 이런 뜻이라고 보는데요.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그 점에 대해서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목표 지점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는 게 필요해요. 제가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는 게 어떤 거냐면, 현실과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으로 승부해야지 뭔가 원칙적인 얘기만 한다고 해서 돼냐는 건데요. 저는 그 말에 100% 동의해요. 그런데, 예를 들어 파견법 폐지는 원칙적인 것이고 파견법 개정은 눈높이에 맞느냐는 거예요. 천만의 말씀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둘 다 수준으로 보면 똑같아요. 폐지냐 개정이냐는 오히려 대단히 원칙적인 수순의 논의고, 이걸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저희의 고민은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거예요.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뻔뻔하게 정몽구가 아직도 저러고 있는데 왜 그를 구속하지 못하느냐?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왜 그들의 요구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느냐?’ 이걸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 유연하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요. 만날 파견법 폐지 이런 걸 외친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드러나는 문제와 구체적 사안에 관해 우리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접근 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죠.
-[참세상]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이 10년 전 자신들의 대표 상품인 공약이 다 의제화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들은 그때보다 못하고 뻔한 의제를 내고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다른 진보정당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혜진] 기존 진보정당 운동의 의제가 어떻게 선정돼 왔나를 봐야 해요. 예를 들면 파견법 폐지라는 의제는 그냥 저절로 된 게 아니죠. 2000년도 방송사 비정규직 투쟁부터 시작해서 ‘야 이거 진짜 심각한 문제구나’ 이렇게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노총이 얘기하기 시작했구요.
민주노총이 얘기하다보니 진보정당도 이 요구를 핵심의제로 받을 수밖에 없었죠. 요구라는 건 그렇게 형성돼 왔어요. 진보적 의제는 그렇게 형성돼요. 그런데 이 진보정당 운동이라는 게 ‘야 이거 파견법 폐지가 쉽게 되는 게 아니네. 주고받기를 해야 되는 거네’ 하면서 폐기는 어려울 것 같고 개정을 하면 나름대로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쭉 논의가 들어가면서 후퇴했죠.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지요. 실제 파견법 폐지 요구가 정책적 수준의 요구였다면, 그것의 논리적 구조나 이런 걸 따지고 세력관계에서 주고받기를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걸 고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 문제의 근원을 드러내는 요구였다고 생각해요. 파견법 폐지는 정책적 요구가 아니라 투쟁의 요구이자 조직의 요구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김소연 후보는 그럴듯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소연의 무수히 많은 정책은 정책위원들이 앉아서 낸 정책이 아니라 인권단체 동지들을 만나보니 그 동안 국가의 경찰제도나 검찰제도를 이렇게 변화시키기 위해 이렇게 싸워온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함께 하자고 한 겁니다. 표현의 자유 왜곡에 대해 투쟁한 사람의 요구를 함께 가지고 싸우자고 얘기하는 거구요. 성소수자의 인권이 어떻게 왜곡돼 왔고, 우리는 이런 것을 요구한다고 그 동지들이 얘기하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 함께 싸우자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요구를 낮추고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그들의 요구를 드러내고 알려 나가고, 요구를 함께 한다는 믿음으로 우리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다른 진보정당과 의제를 만드는 방식과 이를 현실화하는 경로가 다른 것 같아요.
-[참세상] 진보후보가 여러 명 후보로 등록한 상황에 대해 설왕설래도 많은데요. 그렇다면 김소연 후보의 출현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혜진] 저희는 노동자 후보라는 개념이 노동자 출신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정치라는 것을 정치인들의 몫이 따로 있다고 간주하고 그 중 가장 우리와 가까운 사람을 뽑는 행위로 간주하는데요. 그렇게 본다면 문재인도 굉장히 우리와 가까워졌죠. 문재인을 뽑는데 덜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르죠. 그러나 김소연 후보는 정치라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를 통해 대리되는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여태 그렇게 해오면서 우리의 삶이 이 상태로 왔다는 것이죠. 정치행위를 다시 재구성하자는 거예요. 단지 김 후보가 투쟁을 열심히 하자! 투쟁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린다 이런 게 아니라, 왜 사람들에게 우리가 앞서 있으니 함께 하자고 외치는가에 대해 주목해줬으면 한다는 거예요. 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개인적으로 김순자 후보가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김순자 후보도 대리주의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투쟁했던 사람이 나왔다, 당신들의 요구와 가장 가깝다, 김소연 후보는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는 여러분을 대리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거죠. 어차피 정치행위가 자꾸 대리로 인식되는 순간 영원히 노동자는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정치의 주체다. 당신의 목소리가 정책이 되고, 구체적으로 삶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시작입니다.
“힘에서 밀리니까 요구를 축소할 게 아니라 힘을 키우자는 것”
-[참세상] 민주당 공약 중 진정성을 보인다고 평가 받는 정리해고 요건강화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정리해고 요건 강화로는 죽었다 깨나도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정리해고 요건 강화의 방식은요, 정리해고 법 안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명시하고 이런 경우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것입니다. 정리해고를 당해서 괴로움을 당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법안에 넣는 거예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거나, 미래에 올 경영 위기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봐선 안 된다거나, 이런 걸 넣는 것인데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사례를 넣으면 7가지 정도 됩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새로운 이유를 가지고 정리해고를 또 해요. 그럼 그 다음에 법에 또 넣을 거냐는 거예요. 법 논리적으로도 굉장히 이상해요. 그리고 매번 그때마다 법에 넣을 수도 없어요. 다시 말해 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거예요.
정리해고 문제를 진짜 막는 방법은 노조와의 합의 조항을 넣으면 돼요. 그 조항을 넣는 순간 정리해고를 하지 말라는 얘기죠. 어느 노조가 합의를 하겠어요. 그렇게 온갖 종류의 조항을 줄줄이 요건이라고 넣어 놓느니 깔끔하게 정리해고는 안 된다고 하는 게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가장 깔끔해요. 그렇게 해도 정리해고는 벌어지죠. 왜냐 지금껏 다 판례로 인정됐거든요.
정리해고제 폐지한다고 해서 정리해고제가 없어지지 않아요. 그런데 왜 폐지를 얘기하느냐. 폐지를 하면 기업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안 된다는 것을 못 박고, 지금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 불법인데 이걸 가능한 조항으로 만듦으로써 구조조정을 현실에서 막을 수 있는 힘을 기르자는 겁니다. 그래야 판례도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넓어지지 않거든요. 이런 걸 현실성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면서 요건을 늘려가는 게 무슨 현실성이 있을까요.
-[참세상]하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현실성은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안 받아들인다는 뜻 아닌가요
[김혜진] 힘에서 밀리니까 우리 요구를 축소하자는 게 아니라 힘에서 밀리니까 힘을 키우자는 게 우리 논리입니다. 그 방법을 택하자는 거예요. 우리의 힘을 축소시켜서 우리를 왜소하게 만들고 갈라 치게 만들고 방향을 흩어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지향을 명확하게 하면서 그 사이에 힘을 키우는 게 우리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도 이제는 좀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언제까지 남의 열매를 기웃거리면서 힘을 키우겠냐는 거예요.
-[참세상] 힘 키우자는 말은 참 좋은데, 민주노총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에게 가신 분들도 과거엔 다 그렇게 얘기했었죠. 그런데 오래 투쟁하다 보면 힘들잖아요 그러다 보니 현실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요
[김혜진] 힘을 키운다는 데 대해, 열 명 스무 명 되던 게 백 명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는 게 힘을 키우는 게 아니라 백 명이 어느 날 갑자기 백만 명 되는 게 힘을 키우는 거예요. 그건, 일종의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신뢰입니다. 이건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지금 굉장히 많은 노동자들이 아프고 어렵지만,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내면의 준비가 있다는 걸 믿는 일이라는 거죠. 마치 87년 대투쟁은 어느 날 온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으면서 밑에서 씨를 뿌린 사람들이 특정한 정세와 만났을 때 어느 날 힘이 분출되는 과정으로 가는 것이죠. 근데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거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은 노조가 깨지는 구로공단 파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이요. 마찬가지로 그런 시기가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불만이 방향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그곳이 어디인가 알려주는 역할은 우리에 대한 신뢰감이 있을 때 가능해요. 우리에 대한 신뢰감이라는 건 뭐냐.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정말 노동자와 민중에 이해를 온전히 얘기해 왔고 어렵지만 그 길을 뚫고 왔다고 신뢰감이 있을 때 가능해요. 우리도 그 시기가 왔을 때 겁나서 한발 빼거나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 게 아니라 그렇게 분출하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민중에 대한 신뢰가 추상적인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게 없었다면 몇 명이 자글자글 거리면서 이 난리를 치겠다고 하지 않았을 겁입니다. 역사가 그래 왔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는 거예요.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인가요?
-[참세상] 그냥 투쟁을 열심히 하자는 건 추상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답을 해주셨는데요.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김혜진] 당연하죠. 투쟁하는 사람이 투쟁을 열심히 하는 게 대안이 아니고 더 많은 사람이 투쟁에 일어서는 게 대안이죠. 바로 그 점에 대해 ‘투쟁하는 사람이 앞서 있겠다.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가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이 길이 있습니다’ 이걸 말하겠다는 뜻이라는 거예요.
-[참세상] 남은 선거기간이 6일 남았는데요. 어떤 활동계획이 있고, 그간 성과가 있었다면
[김혜진] 지역별로 선투본이 다 꾸려졌고, 그동안 개별로 무기력하게 있었던 많은 동지들이 이 기회에 함께 모이고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단 점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이후를 예비하는 조직적 성과잖아요. 굉장히 재미도 있었구요.
또 한편으론 노동운동이란 측면으로 좁혀지지 않고 각 부문에서 함께 싸우는 이들까지도 시야가 넓어졌고 그 동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인 것 같아요.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이라고 얘기했지만 자칫 노동자로 좁혀지기 쉬운 우리 시야가 스스로 넓어지고 함께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노동문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고민이 많이 생겼어요. 노동문제에 대한 총체적 비전에 대해 아직 충분한 토론이 덜 됐다고 할까요. 노동3권 하면 우리는 각론은 강한데, 진짜 노동자 세상에서 노동권이 어떤 의미를 지녀야하고 각론의 문제가 아닌 철학과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 스스로 정책적 사고가 많이 좁혀져 있었구나 하는 고민이 많이 들었고, 하다못해 민주노총도 언제부턴가 전체를 바라보고 조망하는 힘을 잃은 것 같아요. 그게 현실 가능성 논리의 폐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은 기간은 투쟁하는 이들이 조금 더 기운내고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서 14일에 울산에서 함께 유세하자고 것은 진짜 정몽구를 구속시켜야 한다는 것만은 어떻게든 드러내 보자고 고민하고 있구요. 남은 기간 동안 재벌의 상징인 삼성, 현대와 맞서는 싸움은 끝까지 힘을 몰아 볼까 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적 성과가 이후에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 여세를 잘 몰아서 함께 조직적 행보를 하는 길로 가야하지 않겠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를 짧지만 집약적으로 하면서 지금까지의 성과가 흐트러지지 않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