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화를 낸다고 나도 덩달아 화를 내는 사람은 두번
패배한 사람이다.
상대에게 끌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하고 용서해 주는 표정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만히 있어도 깐깐하고 성깔이 있어 보이는 불쌍한 얼굴이 있다.
80~90이 다 되어도
그 누구를 그리도 미워하고 집착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번민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본다.
人生 草露 !
어차피 인생은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이라 떠오르는 햇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
그 찰나의 순간을 살다 가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마음에 담아야 하고 무엇을 내려놔야 할까......
살인 누명 쓰고 절해고도에 갇힌 빠삐용은 어떻게든 탈출해서 누명을 벗으려 하지만 탈출에 실패하고 독방에 갇혀있을 때 악몽을 꾼다.
사막의 지평선에서 검사가 나타나 빠삐용을 바라보자 빠삐용은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소."
그러자 검사는 말한다.
"맞다. 너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너는 살인보다 더한 죄를 저질렀다."
"그게 뭡니까?"
그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다."
"인생을 낭비했으므로 유죄다.."
'인생을 낭비한 죄'
빠삐용의 자유를 향한 초인적 집념보다 몇 배 더한 울림이다.
쓰레기를 버리려 아파트 동 밖으로 내려갔더니, 아주 고급스런 책장들을 비롯한 꽤나 비싸 보이는 가구들이 한살림 가득하게 나와있다.
값께나 나갈 것 같은 서양화와 가구.가족 사진들이 쓰레기장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중고 가구점에 연락하면
헐 값에라도 가져 갈만한 고급품이기도 하다.
그림들과 가족 사진들은 태워버리지도 않고, 왜 저렇게 버렸는지 자식들이 욕먹을 것 같기도 하다.
죽으면 아무리 값진 것도 모두 다 버리고 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늙어서 죽는다는 것은 한 가정이 자연스럽게 해체되어 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한참 자식들이 태어나 쑥쑥 자랄 때는 식구끼리 모여서 웃고 떠들면서 맛난 거 먹으며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것처럼 좋아했다.
집안이 시끌벅쩍 들썩거리던 기쁨!
그 때의 사랑!
좀 더 고급진 가구들을 꾸며 놓고서 만족해 하던 시절,
자식이 공부 잘해 가슴 뿌듯해 하거나,
공부 못해 가슴 조리던 시절~~~
세월따라 그런 오붓했던 시절은 점차 멀어지고, 자식들은 제각기 자기 가정 제 일을 찾아 뿔뿔히 흩어져서 산다.
기둥같았던 엄마, 아빠는 이제 병들고 쇠잔해져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세상 떠나면, 그 가정은 허물어지듯 해체돼 버린다는 사실이다.
비단 내 이웃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현실로서 내 코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회피할 수가 없다.
하나 하나 정리해야 되는데도 아직 붙들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젊은 시절에 읽던 책들 더러는 읽지도 않고 허영으로 모은 것도 있겠고,
내가 아껴 입던 옷들...!
드라이크리닝해서 비닐 커버를 씌워 놓고 입지도 않은 채 걸려 있는 옷들,
숫하게 찎은 사진들,
나름엔 욕심 내서 구입한 가구들 등등...
한낱 거품 같은, 연기 같은, 물리적인 세물(世物)에 목숨 걸고 살아온 인생이여!
아둥바둥 아껴서 모아놓은 재산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하는데......
비단 그보다도 마음 속에 아직 비우지 못한 갖가지 상념.만욕(晩慾).세상일에 대한 관심.정치적 간섭.분노 그리고 얼마 안되는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갈등은 언제쯤에나 비워 없앨까.....?
불안과 우울함과 분노는 함께 붙어다니는 3형제 정신질환이라 한다.
도대체 이런것들은 언제부터 주변을 맴돌고 다니는지...
인생을 낭비한 죄....
이 죄에서 나는 형량을 얼마나 받게될까?!
버릴것과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비울것과 담아둘 것 들을 이제는 곰곰히 생각해보고 정리해 나가야 할 때인것 같다.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
그리고 草露처럼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
해우이동명톡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