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봉 지나 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바람이 태어나는 곳, 이 겨울 숲에서 혹 내 몸 속에 있을 증오와 아귀와 허욕의 물신들을 풍장
시켜 버린다. 그리고 내 청춘에 담가두었던 뭔가 초심의 골수만이 담겨있는 뼈를 수습해가고
싶다. 그러면 곧 다가올 풀꽃들과 나무들의 꽃눈과 잎눈들이 치고 나오며 벌이는 아름다운 춘
투(春鬪)만큼, 청딱따구리의 경쾌한 드러밍만큼, 나비가 되는 애벌레의 변신만큼 삶이 경이롭
고 새로워질 것이다.
―――― 유영초, 『숲에서 길을 묻다』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3월 9일(토), 맑음, 바람, 황사
▶ 산행인원 : 14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스틸영, 드류, 김전무, 대간거사, 온내, 상고대,
신가이버, 해마, 도자, 산소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9분
▶ 산행거리 : 도상 10.4㎞(1부 5.1㎞, 2부 5.3㎞)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7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11 - 단양군 대강면 미노리, 미노교(未老橋) 건너 농로 따라 660m 들어가서 산행시작
10 : 16 - 암릉, 산부인과바위
10 : 38 - 719m봉
11 : 11 - 안부
11 : 45 - 올산(兀山, △858.2m)
12 : 23 ~ 13 : 19 - 올산리 샛터마을 아래 채석장터 입구, 1부 산행종료, 점심
13 : 19 - 올산리 단양샘물기도원, 2부 산행시작
14 : 35 - 1,025m봉
15 : 20 - 백두대간 시루봉(1,116m)
16 : 02 - 1,084m봉, ┤자 능선 분기, 백두대간 벗어나 왼쪽 지능선으로 내림
16 : 45 - 946m봉
17 : 30 - 임도
17 : 50 -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南造里) 단양온천, 산행종료
1. 올산 가는 길에 북쪽 조망
▶ 올산(兀山, △858.2m)
무릇 지명은 오랜 세월을 두고 습속과 인문지리는 물론 풍수지리를 거르고 걸러 그 명명 대상
의 표상으로 굳어진 것일진대 괜히 미노리(未老里)라고는 하지 않을 터. 마을이 산자수명한
경개에 둘러싸여 이곳에 살면 늙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노리 윗마을은 산이 우뚝 솟았다는 올
산리((兀山里)이다. 산객으로서는 우선 암릉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그렇지 이름이 없을 리 없다. 산행 마치고 알아보니 두꺼비바위였다. 미노교로 남조천
(南造川)을 건너나마자 오른쪽 차창 밖으로 산등성이 올올한 바위 위에 의젓한 자태의 소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눈이 번쩍 뜨이는 천혜의 분재다. 소나무는 놔두고 바위에 이름 붙였다. 화
분에 이름 붙인 꼴이다. 우리는 518m봉 넘은 잘록한 안부를 겨냥하고 농로 따라 더 들어간다.
회차할 수 있는 빈터가 나와 차 세운다.
개울 건너고 잡목 젖히며 생사면을 치고 오른다. 개척산행인가? 우리가 가는 산행코스에 국
토지리정보원 지형도나 영진지도에는 아무런 산 이름이 없었다. 내심 뿌듯하였는데 능선에
진입하자 등로는 형형색색 산행표지기 줄 이은 탄탄대로다. 더하여 경사진 마사토 길에는 철
주 박아 굵은 밧줄을 매달았고, 슬랩에는 데크 계단까지 설치하였다.
아무래도 산은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야 오르는 맛이 난다. 열 걸음이 멀다하고 기암괴석 슬
랩이고 그 옆 바위틈새마다 소나무가 수피로 연륜을 자랑한다. 올산(나중에 알고 보니 올산이
었다)이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습이다. 거느린 지능선 또한 멀리서는 밋밋하게 보이더니만
다가갈수록 암릉의 마각을 드러낸다.
너른 암반에 올라 수리봉, 황정산, 도락산 감상하고 그 아래 산부인과바위를 지난다. 엄청나
게 큰 바위다. 산부인과바위보다는 통천대문(通天大門)이라 함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다
음 암릉은 우회하는 편이 나았다. 흐릿한 인적 따라 직등했다가 빙판길 달달 기고 내릴 때는
좁은 암벽 사이에 끼여 양 팔꿈치 다 까진다.
봄날이 너무 익었다. 덥다. 잔설 희끗희끗한 긴 오름길에 솔바람 솔솔 불어대 땀 식힌다.
719m봉이다. 내림 길은 오를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암릉이다. 바위 모서리 잡고 살금살금 내
렸다가 약간 트래버스 하여 긴 슬랩을 맨손바닥 화끈하게 밧줄 잡고 내린다. 등로는 마루금을
벗어날 듯 오른쪽으로 치우쳤다가 슬랩 밑 사면을 크게 돌아 주릉에 든다.
2. 흰봉산, 오른쪽 산 사이로 소백산 제2연화봉이 보인다
3. 올산,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습이다
4. 왼쪽 멀리가 올산
5. 올산 가는 길에
6. 황정산(960m)
7. 지나온 암봉
8. 산부인과바위
9. 올산
10. 수리봉(1,019m)
11. 올산
12. 719m봉
719m봉 내려 잠시 바위와 오르내림이 소강상태다. 왼쪽 사면은 입산을 엄금한다는 임산물
재배지다. 올산 품에 안긴다. 되게 가파르다. 등로 벗어나 잡목 뚫고 전망바위에 올라서 지나
온 산바위과바위와 719m봉 들여다보고 발자국 계단으로 주릉에 오른다. 이어 짧지만 빙판길
수직인 슬랩을 밧줄 잡고 올랐다가 북사면 눈길을 간다.
올산 정상은 아직 멀었다. 테라스로 트래버스 하여 너럭바위를 오른다. 경점이다. 황정산 연
릉이 바로 건너편이고 그 왼쪽으로 우뚝한 수리봉은 설산이다. 바람이 봄바람답지 않게 세게
불어 바윗길 지나기가 겁난다. 입석 돌아 얕은 안부 지나고 한 피치 바짝 오르면 △858.2m봉
정상이다. 내내 반반한 등로상태와 산행표지기의 행렬로 볼 때 아무렴 이름 붙은 산인 줄 짐
작했다. 올산이라고 한다. 충청북도 표준규격인 오석의 정상표지석이 있다.
하산. 남들이 오가는 등로를 따랐으면 좀 수월했을 것을. 잡목 헤치며 남진하였다가 안부께에
서 왼쪽 사면으로 쏟고 지계곡에 이르러서는 가시덤불숲 뚫는다. 피신할 겸 왼쪽 산등성이를
오르자 주등로인 임도가 나온다. 채석장터 지나고 927번 도로. 올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점심
먹을 자리 물색한다.
도로 옆 민가 마당이 넓다. 문 두드려 주인 아주머니로부터 마당 사용승낙을 얻어낸다. 흔히
정월에는 풍악패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묵은 해 잡귀를 쫓아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입춘
대길과 건양다경((建陽多慶 :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을 기원하는 굿을 했다. 우
리의 왁자한 가가대소가 그러하는 셈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점심 마치고 마당을 원상회복하자니 흘린 라면국물을 닦아낼 미스나우시가 불가피하다. 온
내 님이 그 말을 듣더니 ‘미즈나오시(みずなおし, 水直)’가 본말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입말의
맛은 우직한 ‘미스나우시’가 제격이다.
13. 왼쪽 바위가 지나온 산부인과바위
14. 황정산 연릉
15. 멀리가 도락산
16. 올산 북릉
17. 올산, 바윗길 가는 이는 메아리 대장님
18. 황정산 연릉
19. 왼쪽부터 스틸영, 버들, 메아리, 자연, 온내, 김전무, 해마, 도자, 상고대, 대간거사, 앞은
신가이버, 산소리
▶ 시루봉(1,116m)
2부 산행. 벌목한 사면보다는 잡목이 우거진 사면이 영영가가 있다. 그러자니 단양샘물기도
원 위 사면으로 오른다. 간벌한 낙엽송 숲이다. 얕은 골짜기 따라 임도가 났다. 임도로 간다.
땅이 거죽만 녹았다. 흙 드러난 맨땅이라고 밟았지만 쭉쭉 미끄러진다. 눈을 골라 딛는 편이
낫다. 임도 끊기고 북사면 올려친다. 얼어 있어 미끄럽다.
능선에는 눈이 제법 깊다. 어쩌면 금년 마지막으로 밟아보는 눈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 계절
이 바뀌는구나 하니 아쉽다. 줄곧 오름길이다. 우리가 처음 눈길을 낸다. 1,025m봉에서 잠시
숨 고르며 전면 장벽으로 드리운 백두대간 우러르고 고개 숙여 눈길을 간다. 1,058.2m봉 오
르는 길. 한 사람(신가이버 님)의 러셀 발자국으로 다수가 간다.
시루봉. 저수령 넘어온 백두대간이다. 휴식. 얼음물이 맛나는 계절이다. 페트병 물을 눈 속에
묻었다가라도 마신다. 능선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처마가 높아 자주 양지바른 사면으로 비켜
간다. 그렇게 길이 났다. 1,084m봉 오르는 길 오른쪽 사면은 울창한 잣나무 숲이다. 흑림이
다. 등로는 빙판이라서 잣나무 숲길 발자국 계단으로 오른다.
하산 기점인 1,084m봉에서 배낭 털어 마신다. 오늘은 도자 님 과메기다. 맨입으로 먹기는 별
맛이라 쌈마다 막걸리 자청하였더니 얼근하다. 남조 단양온천으로 내리는 길. 오늘 산행의 하
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아무 인적 없는 우리 길 오지다. 잡목의 저항이 심한 너덜에 빙판길이
다. 여기저기서 곡소리 난다. 주기가 단박에 달아난다.
고도를 낮춘다고 등로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고약해진다. 943m봉 내리는 사면도 사나
웠지만 임도 절개지 절벽 피해 내리는 사면은 그 결정판이었다. 낙엽 밑은 얼었다. 더구나 수
직사면이다. 에라, 울퉁불퉁한 자갈 불사하고 주저앉아 엉덩이썰매 타고 내린다. 제동하려고
붙든 잡목이 활처럼 휜다.
임도. 능선 잡는다. 벌목하여 가시나무가 극성이다. 이곳도 땅이 거죽만 녹아 미끌미끌하여
주춤주춤 내린다. 다 내리고 나서 대체 누구의 엉덩이가 흙투성이 없이 무사한지 두루 찾았으
나 찾지 못했다. 단양온천은 문 닫았다. 아무리 온천이 몸에 좋기로 이런 산중까지 올 이가 있
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봄꽃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종일 산을 누비면서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등
을 찾았으나 빈 눈이었다. 중국 송나라 사람 대익(戴益)이 탐춘(探春)한 것처럼.
종일 봄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終日尋春不見春
지팡이 짚고 험한 길 다니다가 杖藜踏破幾重雲
집에 돌아와 매화가지 바라보니 歸來試把梅梢看
내가 찾던 봄은 이미 가지 끝에 와 있구나 春在枝頭已十分
그런데 집에 돌아와 베란다 화분을 보니 작년에 묻어주었던 튤립이 피어 있다.
20. 임도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는 해마 님, 조교 같다
21. 시루봉 가는 길
22. 시루봉 가는 길
23. 시루봉 가는 길
24. 백두대간 산릉
25. 백두대간 시루봉 내리는 길
26. 백두대간 시루봉 지나서
27. 시루봉 넘고 배재 가기 전 1,084m봉
28. 하산, 단양온천으로 내리는 길
29. 멀리는 백두대간 묘적봉(1,186m)
30. 단양온천으로 가는 가시밭길
31. 튤립
첫댓글 올산에서 보는 주위 전망이 좋다고 하던데 사진을 보니 정말 시원하게 잘 보이는군요..........
발밑의 얼음이 우리의 엉덩이를 그냥 놔 두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조망도 좋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