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2차 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세명이 나란히 1, 2, 3위를 휩쓸었다.
지난해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부문에 '샛별'처럼 등장한 15세(러시아의 시니어는 14세부터)의 카밀라 발리예바는 3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ISU 피겨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화려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 기술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것도 자신이 20일 전에 세운 2개(프리스케이팅과 총점)의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랑프리 대회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카밀라 발리예바/사진출처:인스타그램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이자 '러시아 여성 피겨 3인방'으로 꼽히는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는 3위로 처졌고, 관록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의 이해인(세화여고)는 처음 출전한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총점 127.37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84.19점을 받은 발리예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무려 180.89점을 얻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2위와의 점수 차이가 무려 30점 가까이나 됐다. 총점 265.08점은 이전 기록(249.24점)보다 무려 16점이나 높았다.
발리예바, 캐나다서 열린 피겨 그랑프리 대회 우승, 1, 2, 3위는 모두 러시아 선수 차지/얀덱스 캡처
그랑프리 2차 대회가 열리기 전, 현지 피겨스케이팅 계의 관심은 두가지였다. 1차 대회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앞세워 우승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에 이어 코스토르나야가 2번째 금메달을 차지하느냐 여부와 그랑프리 대회에 첫 출전한 발리예바의 성적이다.
2차 대회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샛별' 발리예바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지금까지 '피겨 3인방'으로 꼽히던 코스토르나야는 총점 214.54점에 그쳐 발리예바(265.08점)보다 무려 50점이나 낮았다.
발리예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점프 3개를 깔끔하게 소화했고, 트리플 악셀에서 약간의 실수가 나왔으나 프리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180점대(180.89점)를 넘어섰다. 그녀는 쿼드러플 살코, 트리플 악셀(스텝 아웃 실수), 쿼드러플 토루프-오일러-트리플 살코 등을 가볍게 해냈다.
발리예바는 경기가 끝난 뒤 “당초 계획했던 것을 모두 잘 해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받은 점수에 만족하지만, 앞으로 (트리플 악셀 등)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예바 경연 모습/현지 TV 채널 캡처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를 좌지우지하는 러시아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 사단에 속한 발리예바는 올 시즌 처음으로 시니어 국제대회에 출전한 신예다. 지난 10월 7~10일 핀란드에서 열린 챌린저 트로피 대회에 첫 출전해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를 차지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점프 세 차례나 성공시키며 프리스케이팅과 총점, 두 개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당시 그녀는 여자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쿼드러플 점프를 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세운 프리스케이팅 기록을 가뿐히 넘어섰고, 쇼트프로그램 점수와 합친 총점에서는 249.24점으로 알료나 코르토르나야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채 한달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자신의 세계 신기록을 넘어서는 역사를 썼다.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단숨에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3위로 처진 '러시아 피겨 3인방'의 코스토르나야/사진출처:인스타그램
이해인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3.77점, 예술점수(PCS) 63.60점으로 합계 127.37점을 받았고, 전날 쇼트 프로그램 점수 62.63점을 더해 총점 190.00점으로 12명 중 7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