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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목요일, 1일차
인천공항에서 나리타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10:20 KE703 12:30 나리타 도착. 일행은 한 시간 뒤에 따라 올 것입니다. KE001 11:20 - 13:30 함께 북알프스에 오를 것인가 따져 보다가 막바지에 합류하면서 비행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업무 일정 상 팀에서 빠졌고 9월 단독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가 막바지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일행과 함께 갈 신주쿠행 차편을 알아봅니다. 음료수 하나 빼 들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냅니다. 한 시간 후 일행이 도착합니다. 모두 다섯명입니다. 18회 최효경(원정대장), 20회 진윤호(부원정대장), 22회 김승호(등반대장), 27회 고재천(보험 등 회계 담당), 그리고 28회인 나. 막내입니다. 행정 담당, 결국 보직이 없다는,,, ㅋㅋ
신주쿠행 JR을 탑니다. 1,450엔 두 시간 걸립니다. 14:50-16:50 신주쿠에 도착해 가미코지행 야간 버스를 찾습니다. 없습니다! Highland Bus, 전에 있었는데 지금 없는 것인지, 처음부터 그런 버스는 없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장인 김승호 선배가 알고 있는 정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버스터미널 사무실에 알아 보아도 그런 버스는 없었고, 지금도 물론 없습니다. 내가 조사한 바로도 그런 버스는 없었습니다.
신주쿠 불고기집에서 간단히 식사합니다. 일본에서 곱배기 처음 먹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소바 또는 덴뿌라정식을 먹어야 하는데,,, ㅋㅋ
버스터미널에 물어 마쓰모토행 버스를 탑니다. 18:20-22:40 결국 마쓰모토에서 자고 아침 일찍 가미코지로 들어가야 합니다. 보통 마쓰모토에서 신시마시마역까지 열차로 이동하고 셔틀버스로 가미코지까지 들어갑니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신시마시마역 이후로는 허가받은 차량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셔틀버스나 택시 등만 출입합니다.
마쓰모토역사에서 노숙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호텔 숙박을 강력히 주장하고 관철합니다. 산행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쉬어야 합니다. 마쓰모토 역전에 있는 Toko City Hotel Matsumoto! 16,000엔=@8,000엔X방 두 개 결국 몇 일 후 이 곳이 사고 수습을 위한 base camp가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2010-06-18 금요일, 2일차
약 세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길을 나섭니다. 04:40 열차가 없습니다. 그제서야 열차 시각표를 보니 이른 시각 열차는 여름에만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여행에 있어서 사전점검이 무척 중요한데,,, 벌써 두 번째 실수입니다. 누구 탓이라 해야 하나? 모든 것은 내 탓입니다!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택시 기사와 가격 협상 끝에 택시를 탑니다. 이시가와상! 12,000엔 신시마시마역 이후에는 상점이 없고 가미코지는 고가하며 마지막 Seven-Eleven에 차를 세웁니다. 가미코지를 향하는 길은 신시마시마역 이후엔 깊은 계곡입니다. 곳곳에 계곡을 유선형 댐으로 막아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터널을 비좁게 지나갑니다. 터널에서 갈림길도 나타납니다.
갑자기 준봉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망이 좋습니다. 마에호다카다케와 호다카다케입니다. 일정에 있는 봉우리, 반갑습니다. 쉬며 증거 사진을 남깁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가미코지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합니다. 라면입니다. 06:35-06:55 옷을 갖춰입고 출발합니다. 오늘 목표지점은 야리가다케산장입니다. 산장은 산소라 읽습니다. 참고로 휘태(Hutte, 독일어, 산막), 고야(대피소), 산소(산장), 롯지(Lodge) 등으로 각각 불립니다.
길이 아름답습니다. 눈 녹은 물이 깨끗한 내를 이루고 고원 습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미코지가 이미 1,500미터 고지입니다.
첫 쉼터인 묘진칸까지 약 한 시간, 왼쪽으로 북알프스 연봉을 언뜻 언뜻 올려다 보며 즐겁게 걷습니다. <오하이오고자이마스> <오하이오> 산책하는 이들과 마주치면 즐겁게 인사합니다.
묘진칸 가까이에 아름다운 호수, 묘진이케가 있습니다. 그냥 지나칩니다. 보고 갔으면 했지만,,, 대장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ㅠㅠ
묘진칸에서 한 숨 돌리고 도쿠사와로 전진합니다. 8:23 마찬가지로 약 한 시간, 이제는 물을 건너 내가 왼쪽입니다. 길 가 조릿대 숲에 야생 원숭이가 노닙니다. 조릿대 순이 아침식사입니다. 녀석을 따라 조릿대 순을 씹어 봅니다. 향은 좋은데 뻣뻣합니다. ㅋ
도쿠사와에서 그 유명하다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 먹습니다. 9:32 회계담당에게 구걸해 얻어 먹습니다. @400엔X5=2,000엔
요코오산장까지 다시 한 시간 소요됩니다. 이제 제법 숲 길입니다. 길도 좁아집니다. 고도 변화는 아직 없습니다. 가미코지 1505m, 도쿠사와 1562m, 요코오 1620m,,,
이 곳 요코오로 가리사와고야로부터 다시 내려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오랫동안 기억될 곳입니다. 요코오산소! 10:36
이제 야리사와롯지까지 오릅니다. 1700m 잇뽀, 니보 갈림길을 지나 그 곳에 오릅니다. 11:41, 11:48, 13:00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점심으로 간식을 즐깁니다. 앞엔 아직 녹지않은 눈 길입니다. 계곡에 크레바스를 포함한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깍아지른 절벽에도 골이 있고 그 골을 따라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집니다. 장관입니다. 높이 탓에 이제 벚꽃이 피고 나뭇잎은 초봄의 연초록 빛입니다. 나무 줄기는 눈을 이기지 못해 계곡방향으로 모두 휘어 있습니다.
덴쿠하라분기점 이후에는 가파른 눈길입니다. 갈지자로 길을 만들며 오릅니다. 비가 거세집니다. 온 몸이 젖습니다. 경사가 꽤 급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셋소휘테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묵기로 합니다. 계획대로 야리가다케산소까지 가기에는 너무 지쳤습니다. 너무 춥습니다. 16:39
건조실에 젖은 옷과 신발을 널어두고 따뜻한 저녁식사를 즐깁니다. 시원한 생맥주도 곁들입니다. 비가 거세집니다. 내일 경로를 논의합니다. 비가 듣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하자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대장,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산장지기가 하산을 권유합니다. 우리 경로를 설명하니 위험하다며 하산을 권유합니다. 우리의 대장님,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8000미터 고봉 경험이 담대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잠자리가 깨끗합니다. 냄새도 없습니다. 오리털이불이 꿈나라를 행복하게 합니다. 셋쏘휘태는 우리말로 <살생, 殺生>입니다. 궁금해 다음 날 아침 그 뜻을 확인해보니,,, 산장자리가 예전에 사냥꾼들 산막이었다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셋쏘라니,,,
2010-06-19 토요일, 3일차
비가 여전합니다. 건조실 옷가지는 다 마르지 않았습니다. 소등시각이 꽤 이른데 그 시각에 건조실도 히터을 끈다 합니다. 왜 산장에 일찍, 오후 3-4시경에 도착해야 하는 지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ㅎ
시계 제로! 폭우를 무릅쓰고 출발합니다. 08:08 판쵸우의 덮어쓰고 묵묵히 일행을 따릅니다. 심호흡을 깊게 합니다. 이미 해발 2900미터가 넘었습니다. 이정도에서도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8000미터 경험이 풍부한 대장이 경고했습니다.
야리가다케산소에 도착합니다. 09:04 왼쪽으로 야리가다케산소, 오른쪽으로 야리가다케입니다. 대장은 아직 산장이 아니라며 바로 야리가다케행을 주장합니다. 산장임을 확인하면 그 곳에 짐을 풀고 야리가다케에 오르자 요구하고 바로 산장으로 향합니다. 산장입니다!
젖은 신을 벗고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입니다. 대장과 총대장은 그대로 야리가다케로 올랐다 합니다. 이로 인해 잠시 후 대장과 총대장께 제대로 혼납니다.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합니다. 그 폭우 속에서,,, 정보 전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산 후 맥주 사마!>며 사과했습니다.
채비하고 야리가다케에 오릅니다. 가파른 길입니다. 직벽을 사다리 타고 오릅니다. 3180미터, 일본 100대 명산, 야리가다케에 올랐습니다. 09:51 작은 신사가 있고 그 앞에 야리가다케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증명 사진을 남깁니다. 추운 비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한 장 찍고 물기 닦고, 또 한 장 찍고 물기 닦고,,,
야리가다케산소에서 짐을 메니 짐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11:00 비가 거세긴 하지만 계절 탓에 차가운 빗물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급경사를 내려갑니다. 많이 내려갑니다. 낙석을 조심하며 갑니다.
오오바미다케 3101미터, 나카다케 3084미터,,, 고원 날등지대입니다. 미나미다케 3032미터에 이를 때까지 한 차레 길을 잃습니다. 흩어져 길을 찾다가 스틱 휘고 부러지고,,, 바윗돌이 성글게 쌓여있어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곳곳에 쓰레기가 있어 많은 이가 머물었던 것을 알겠습니다.
미나미다케에 도착합니다. 15:45 얼른 증명사진 찍고,,, 미나미다케고야까지 진행합니다. 16:30 이런! 미나미다케고야에 사람이 없습니다. 나중에 하산해 확인해보니 7월1일 문을 연답니다. 20회 진윤호 선배께서 동계용 대피공간을 찾아냅니다. 안내글에서 폐쇄 중인 산장에도 공간 하나는 열어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입니다.
사다리가 이층 높이에 걸려있는 문에 놓여 있습니다. 먼저 들어가 살핍니다. 훌륭한 공간입니다. 침실, 화장실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관리 상태가 아니라 아랫층 벽으로 비바람이 들어옵니다. 아무튼 비상식량도 풍부하고 비상 연료도 풍부합니다.
버너에 불을 지펴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입니다. 바람소리, 빗소리도 음악입니다. 버너불로 실내 온도를 높입니다. 버너용 개스가 동나고,,, 비상용 신문지, 책, 잡지를 태웁니다. 쌓아 놓은 목재를 하나 부러뜨려 불을 지핍니다. 내염 목재인지 불이 붙지 않습니다.
춥습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개 떨 듯 떨었다.>고 일행이 말합니다. ㅋ
2010-06-20 일요일, 4일차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전날보다는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구간이 두 곳 있습니다. 칼날같은 능선을 넘어야 합니다.
출발합니다. 사위는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04:30 이미 풍광을 즐길 생각은 접었습니다. 대장은 야간 산행을 각오하고 랜턴을 점검하라 합니다. 하루 종일 바삐 움직여야 가미코지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A사와골에 이르러 날이 갭니다. 08:09 장쾌한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 간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집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 것도 잠시,,, 다시 전과 같아지고 또 길이 안보이는 일이 반복됩니다. 위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칼등 능선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한쪽 사면이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 곳 어디엔가 길이 있을텐데,,,
움찍거리는 바위를 붙들고 조심스레 칼등을 오릅니다. 앞장선 18회 선배가 소리칩니다. <산장이다!>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 왼쪽은 가파른 눈사면,,, 외길입니다. 그저 올라야 합니다. 조심 조심 오릅니다. 드디어 내 눈 앞에 산장이 올려다 보입니다. 기타호타카고야입니다. 11:44
산장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참으로 꿀 맛입니다. 산장지기가 지나 온 길을 묻습니다. 걱정합니다. 웃음으로 답합니다.
다시 길을 나섭니다. 갈 길이 바쁩니다. 이런! 길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넘을 칼등도 없습니다. 깍아지른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참을 길을 찾습니다. 대장이 지시합니다. 산장으로 돌아가 <산장지기에게 길을 물으라!> 합니다.
산장지기는 가라사와산장 방향으로 탈출을 권유합니다. 유일한 길이라 합니다. 아이젠과 피켈을 묻습니다. 아이젠과 스틱이라 답합니다. 설사면을 곧장 내려가라 합니다. 누구나 가는 길이라 합니다. 이 때까지 아이젠을 크램폰이 아닌 그저 아이젠으로 알아들었습니다.
대장께 전합니다. 안내를 따르기로 결정합니다. 대장이 앞장서서 러셀합니다. 18회 선배, 27회 선배, 20회 선배, 그리고 내가 따릅니다.
약 20미터를 조심 조심 사선으로 내려갑니다. 안개 때문에 20여미터 밖에는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갑자기, 갑자기,,, 선두에 섰던 대장이 미끄러집니다.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설사면을 마주합니다. 왼쪽으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바로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13:40
머리가 멍해집니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배낭에 달린 비상 호각을 붑니다. 미끄러진 자국을 따라 내려가자고 요구합니다. 20회 선배가 반대합니다. 빨리 산장으로 가서 구조요청하라 이릅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20kg 배낭을 짊어지고 산 길을 쏜살같이 달립니다. SOS! 빠르게 상황을 설명합니다. 할 줄 아는 일본말과 영어가 참으로 다행입니다. 산장지기와 대화하는 동안 구조대가 벌써 움직입니다. 무선으로 경찰과 연결합니다.
산장지기는 <시신은 가라사와고야로 이송한다!>고 알려 줍니다. 현실감이 없습니다. 그저 무선 송수신기를 귀에 대로 대화에 집중합니다. 정보 제공에 집중합니다. 경찰은 이미 사고 보고서 작성을 시작합니다. 인적사항을 묻습니다. 차림을 묻습니다.
선배들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조 결과를 듣습니다. 살았답니다. 찰과상을 입고 걷지 못하는 것 외에는 괜찮다 합니다. 이제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물을 찾습니다. 이제는 무선 송수신기를 타고 오는 모기만한 소리도 음악입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키타호타가고야에서 구조대 한 명, 가리사와휘테와 가리사와고야에서 구조대 각 한 명, 주변을 지나던 구조헬기 그 헬기가 찍은 사진을 경찰이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구조대원들의 빠른 대처와 가까이 있던 구조헬기 덕에 천만다행, 살았습니다.
이제 나머지 팀원이 내려갈 일이 걱정입니다. 구조대원들이 함께 내려가겠다 합니다. 우리 장비를 보곤 어이없어 합니다. 아이젠아닌 아이젠에 피켈도 없고,,, 그네들이 갖고 있는 크램폰을 내 놓습니다. 피켈을 내 놓습니다. 안전띠에 캐러비너를 걸어 내줍니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선배들께 즐겁게 내려가자 이야기합니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채,,, 죽다 살아난 사람이 있으니 기쁩니다.
간단한 교육을 받습니다. 크램폰으로 자일을 밟지 말라! 구조대장이 내 곁에 와타나베라는 구조대원을 붙여 둡니다. 나를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둘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차근 차근 내려갑니다. 16:50 와타나베상은 서울에 관광 온 적도 있다 합니다. 다시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 이릅니다. 산장에서 한 장 넣어 둔 명함을 건넸습니다.
고마운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간단한 선물도 보내야 하겠습니다. 고야마 요시히테 구조대장 와타나베 유키오, 그리고 마쓰오 야스히로
약 세시간에 걸친 그 길이 짧지 않습니다. 미끌어집니다. 얼른 피켈을 눈에 박습니다. 계속 미끌어집니다. 구조대원이 내 배낭을 잡습니다. 또 내려 갑니다. 여전히 안개 탓에 시계가 좋지 않습니다. 경사도가 적은 곳은 30도, 가파른 곳은 60도도 넘겠습니다.
저 아래 산장이 보입니다. 가라사와휘테입니다. 마주보고 있는 가라사와고야는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중에 가미코지까지 가겠다 하니,,, 일본인은 이 시각에 가지 않는다 합니다. 야간 산행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한 발 한 발 내려가면 산장 예약을 합니다. 메뉴도 고릅니다. 가라사와휘테보다는 가라사와고야가 좋다 합니다. 실제로 새로 설비했는지 깔끔합니다.
드디어 가라사와고야에 도착합니다. 19:50 여러번 넘어졌습니다. 크램폰이 익숙치 않아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거나 크램폰 핀 사이에 붙은 습설을 제 때 털어내지 않은 탓입니다. 어찌 되었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일행 넷을 챙기는 세 구조대원들이 고맙습니다. 참으로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졌습니다.
고맙다는 인사 챙기고 맥주 한 잔 함께 나누자 요청하고,,, 결국 그들은 그들대로 식사하고 기타호다카고야로 그 밤에 다시 올라갔습니다. 오르는데 단지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합니다. 선배들과 귀국하면 그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보내기로 했습니다. 빠르면 내년 <8월>경 다시 그 산장을 찾겠노라 약속했습니다.
이부자리가 고맙습니다. 잠시 전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잠이 오질 않습니다. 몸서리 쳐지는 상황이 자꾸 떠오릅니다. 미끄러져 내려오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슴이 먹먹합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300미터 높이를 미끌어져 내려왔답니다. 참으로 천운입니다. 거리로 따지면 경사도를 감안해 약 600미터는 되겠습니다. ㅠ
2010-06-21 월요일, 5일차
새벽에 눈을 뜹니다. 날씨는 더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능선에 구름이 걸려 있습니다. 마에호다카다케가 산장 건너편입니다. 어스름 새벽이 아름답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바쁜 걸음을 재촉합니다. 05:20 눈길이 곧 끝납니다. 오를 때 보았던 연초록 나뭇잎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계곡에 물소리도 들립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신무라바시까지 아름다운 숲길입니다. 06:48 요코오 산장에 도착합니다.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즐깁니다. 08:26
전화를 찾습니다. 셀폰이 터지질 않으니 공중전화라도 찾습니다. 없습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는데,,, 그 이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또 발길을 재촉합니다. 경찰에서 09:00에 전화해 달라 했는데,,,
토쿠사와롯지를 거쳐 묘진칸에 도착합니다. 공중전화가 있습니다. 병원에 전화합니다. 그런 사람 없답니다. 있어도 바꿔 줄 수 없다 합니다. 경찰에 연락합니다. 처음 알려 준 병원이 아닙니다. 신슈다이가쿠뵤인 999센터에 있다합니다. (신슈대학병원 응급센터) 마쓰모토에 있다 합니다.
또 길을 재촉합니다. 가미코지에 도착합니다. 가는 길에 마쓰모토에서 가미코지까지 태워준 택시기사에게 연락합니다. 11:21 가미코지 도착 시각을 알려 줍니다. 반갑게 전화 받습니다. (이시가와상입니다.)
가미코지에 이르니 셀폰이 터집니다. 서울에 연락합니다. 비행편 예약 변경을 국내에 있는 산친구에게 요청합니다. 대한항공 전화는 일본에선 연락되지 않고, 일본 대한항공은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마쓰모토에 이르는 시간이 길기만 합니다. 병원에 도착합니다. 선배를 찾습니다. 기다리라 합니다. 면회할 수 있다 합니다. 13:00 선배 셋은 면회하러 가고 나는 병원사람들과 시간 맞춰 도착한 경찰들과 면담합니다. 병원 행정처리, 보험관계, 경찰 보고서 완성 등,,, 참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차근 차근 한 가지씩 해결합니다.
가족에게는 오전에 연락이 되었다 합니다. 선배 배낭에 있던 셀폰에서 가족 전화번호를 찾았다 합니다. 선배 형수에게 전화합니다. 제반 사항을 확인 합니다. 선배 상황을 전달합니다.
경추 골절 의심, 쇄골 골절 의심, 안면 찰과상, 이마 자상 꼬매고, 꼬리뼈 골절 의심, 골수는 괜찮고,,, 헬기 수송 중 한차레 의식불명이었던 사실 때문에 양쪽 동공크기를 비교하니 불균형,,, 뇌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 촬영 준비 중,,, 치료비 최소 300만엔, 구조비용 약 40만엔 예상 등
일단 병원일 수습하고, 경찰 보고서 완성하고 마쓰모토역전에 있는 호텔로 돌아옵니다. 일단 개운하게 씻고 모두 모여 대책을 협의합니다. 모든 사실을 산악회장께 보고합니다. 동기인 18회 선배가 전화합니다. 누군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선뜻 나서는 이가 없습니다.
일단 20회, 27회 선배 둘은 하루 늦게 우선 귀국하기로 합니다. 11시에 예정되어 있는 MRI 결과 통보에 따라 내 귀국시점을 결정하기로 합니다. 만약 결과가 좋으면 저녘 비행기로 귀국키로 합니다. 18회 선배는 가족이 도착하면 인계하고 귀국하기로 합니다.
대사관, 총영사관을 통해 마쓰모토 거류민단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합니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제반 사항을 연락합니다. 셀폰이 뜨겁습니다. 줄기차게 통화한 탓입니다.
또 잠이 오지 않습니다.
2010-06-22 화요일, 6일차
오전 9시에 업무상 전화 회의가 있습니다.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미 휴가는 어제 끝났습니다. 자연스레 휴가를 하루 더 연장합니다. 모두 상황을 이해해 줍니다.
MRI 결과, 캬오! 바로 병원을 옮겨도 좋다 합니다. 뇌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합니다. 바로 옆에 누워있는 김선배에게 농담을 건넵니다. <형! 갑시다!> ㅎ
남아 있을 18회 선배에게 제반 메모를 전하고 가볍게 마쓰모토역으로 출발합니다. 13:30 병원에 지원 차 방문해준 거류민단 직원들이 고맙습니다. 뒷 일을 부탁합니다. 셀폰이 열려 있으니 수시로 연락하기로 합니다. 경찰은 내게 더 머물러 달라 했지만, 다음 주 업무 출장 관계를 언급하며 양해를 구합니다.
날씨가 쾌청합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하네다공항에 도착할 가족을 위해 출국공항을 하네다공항으로 변경합니다. 마쓰모토에서 신주쿠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차장 밖에 펼쳐지는 북알프스 산자락을 올려다 봅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합니다. 현실감이 없습니다.
이것도 여행인데,,, 에키벤을 삽니다. 소고기 덮밥에 깔끔한 반찬 몇가지가 놓여 있습니다. 우롱차를 마십니다. 짧다고 느꼈는데,,, 벌써 신주쿠입니다. 야마노테선을 갈아탑니다. 시나가와까지 가서 하네다공항행 기차로 갈아타야 합니다. 게이규사철입니다. 400엔
하네다공항에 내려 아무 생각없이 터미널로 향합니다. 17:13 국제선 청사로 셔틀버스를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데,,, 멍청하게 그냥 갑니다. 하네다공항은 국내선인 1, 2청사와 국제선 청사로 나뉘어 있고 1, 2청사는 전철역에서 바로 연결되지만 국제선 청사까지는 공항 셔틀버스로 이동해야 합니다. 돌아 나오며 혼자 웃습니다. 정신이 없긴 없는 모양입니다.
짐 부치고 비행기표 받아들고 가족을 기다립니다. 전화옵니다. 비행기 내렸고 20여분 기다리라 합니다.
가족을 만납니다. 제반 진행 사항을 설명합니다. 19:00 의외로 가족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마쓰모토로 이동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발 길을 돌립니다. 긴 하루가 끝났습니다.
같은 비행기편에 가수 <조성모>가 탑니다. 열성팬 일본 아주머니들이 터미널에 가득합니다. 비행기에 앉아 꾸벅 꾸벅 좁니다. 동해를 건너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포항 상공을 나르는 비행기 화면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듭니다.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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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큰 마음고생을 했구먼.. 고산등반은 첫째도 안전,둘째도 안전이라네.. 사고난 선배님의 빠른 쾌유를 바라네...
감사 ^^
고생 많이 했네. 선배님의 건강이 빨리 회복하길바랍니다.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정감독이 선물한 신발 덕에 편히 다녔습니다. ^^
*** 당분간 편집을 위해 공지로 올려 두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ㅎ ***
정말 큰일 치를번 했군 그려~~~ 사고 난 선배님은 귀국 하셨나? 항상 조심 또 조심 하시게나...
오늘, 7월5일 귀국했습니다. 한 1-2개월 요양이 필요하답니다. ㅠㅠ
오을 저녁 아무렇지 않게 마주앉아 웃으며 소주 한 잔 나눴는데..., 까딱했으면 아주 못 볼뻔 하지 않았는가.
여행도 좋고, 도전도 좋지만 무모한 짓은 삼가게나. 오래도록 한 잔 술이나 나누도록 하세나.
명심하겠나이다. 맛있는 차,,, 맛있게 즐기겠나이다. ㅎ
정말 다행입니다. 선배님의 쾌유를 바라며, 다시 산행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 바랍니다.
한 편의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 느낌입니다.감동적 이었습니다.
그래도 잘 돌아와서 정말 다행입니다.며칠내로 얼굴 한번 봅시다.
우리 가게에 오는 일본 사람들에게 보다 잘 해줘야겠네..고마운 사람들 이야.
선배님의 쾌유를 빕니다.
참으로 고마운 이들입니다. 한 번 더 그들을 찾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ㅎ
눈녹은 8월에도 수시로변하는 날씨때문에 고생하는데 참으로 무리한 산행을했구먼, 고생했수 앞으로는 산행시 안전최우선으로 하길바라네,
명심하겠나이다.
알프스가 괜한 알프스가 아니네......일본의 알프스라 과소평가 한것 같기도 하고... 산행은 언제나 나스스로의 무력함과 겸허함을 동시에 지니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선배님의 빠른 쾌유를 바라고, 이런 삶과죽음에 대한 '니어미스'상황은 우리에게 간접 체험을 하게만드는 좋은 교과서가 되는군요. 혹한의 기후가운데, 기록을 넘가느라 더 고생이 심했을듯....
많이 배웁니다. 배움의 끝이 도대체 어디일지,,, ㅎ 다시 한 번 그곳에 가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