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 다림질하며 봄을 기다리는 남자
2월 시작이다. 달력을 보니 입춘이 가깝다. 복지관 점심 후 일월호수 두 바퀴 도는 것이 일상화됐다. 기온이 영상인가? 겨울옷이 더울 정도다. 호수 위에서 노니는 새들을 보니 물닭과 뿔논병아리가 먹이 찾기에 제일 활발하다. 흰뺨검둥오리, 기러기, 원앙, 고니 등은 얼음판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움직임이 적다.
이제 봄 잠옷 준비할 때다. 장롱 속 개어놓은 잠옷을 꺼내 다림질을 했다.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다이소 매장에도 가 보았다. 봄 잠옷 가격을 보니 상하 각각 5천 원이다. 체크무늬도 마음에 든다.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세탁에 대비해 잠옷도 최소 두 벌이라는 말을 들었다.
잠옷이라? 문득 유년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잠옷은 ‘있는 집’ 아이들이나 입었다. 아래위 잠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 아이가 그렇게 부럽게 보였다. 우리 가족은 여름엔 팬티와 런닝, 겨울엔 긴팔, 긴 내의가 잠옷 겸용이었다. 우리에겐 잠옷은 사치였다. 잠옷 없어도 취침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결혼해서 잠옷을 입었다. 이제 잠옷도 춘추복과 동복이 있다. 여름철엔 반바지 잠옷을 입는다. 잠옷이 필요하면 내가 직접 구입하면 된다. 잠옷을 입으면 잠이 편안하다. 잠을 잘 준비를 갖추었다는 인식이 되어서인지 잠도 잘 온다.
잠 잘 때는 잠옷 입기. 이게 문화생활인가 보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어려운 시대를 살아 가능하면 지출을 줄이려는 게 습관화되었다. 이제 나를 위한 투자는 해도 된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