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님 페북
자기들의 ‘의도적 의심’을 사실인 양 공표하여 사람들의 인격을 살해하고 그 가족들까지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걸 능사로 알던 자들이, 아무 잘못 없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건 ‘패륜’이라고 주장합니다.
인륜을 어그러뜨리는 게 ‘패륜’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인격체’들을 수치로 치환해 버리는 것, 얼마 전까지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들을 ‘아예 없었던 존재’처럼 만들어 버리는 게 패륜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테러나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새긴 비석이 세워지곤 합니다.
그런 비석들에는 유사한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공동체의 약속도 새겨집니다.
희생자들을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이, 산 사람들의 도리입니다.
이제껏 참사 희생자 명단을 상세히 공개해 왔던 언론사들이, ‘반성문’ 한 장 쓰지 않고 희생자 명단 공개를 ‘패륜’이라고 공격하는 건 오히려 작은 문제입니다.
‘거기 간 게 잘못’이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인성파탄자들이 날뛸 때, 그들의 진짜 패륜과 2차 가해를 격렬히 비난한 언론이 거의 없었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이 시대의 중대 문제는, ‘패륜’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점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