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부터 석봉 삼촌의 행동이 수상했다. 가출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깊게 살피며 조치를 취해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가방에 옷가지를 싸 놓은 걸 보곤 내 명함을 드렸다. 혹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내 명함을 내 밀라고 교육을 했다. 그래야 빨리 찾을 수 있으니까...
오늘 오후 3시 10분쯤. 석봉 삼촌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단다. 담배를 사 주는 목사는 나 밖에 없을 것이다. 담배를 사 주지 않으면 운동하러 간다며 나갔다가 꽁초를 줍고 만나는 사람마다 담배를 달라고 한다. 동네서 시끄러웠다. 동네 어르신들께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그 후론 담배를 사 드렸다.
오늘도 비가 내렸다. 병점 열차에서 봉사를 와서 고추를 심어 주셨다. 병점 열차가 철수를 하고 석봉 삼촌은 밖에 나와 담배를 피웠단다. 평상시 담배 피우고 운동 한다며 동네 한바퀴 돌았는데 오늘은 운동할 상황도 아닌데 안 보였단다. 보청기도 놓고 가셨다. 그 보청기가 어떻게 마련된 건데... 난 지금도 고마워 매일 기도하는데... 아무튼 잘 보관해 놨다가 돌아 오시면 다시 착용하게 해야겠다.
석봉 삼촌은 벙어리 흉내에 익숙하다. 그래서 보청기는 두고 나가셨나 보다. 2시간 동안 갈만 한 곳을 찾고 안보이니 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아이와 장애인과 치매노인은 가출이 아닌 실종으로 처리한다.
저녁에 화성서부경찰서 실종팀 형사들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보름전에 사진을 찍어서 컴퓨터에 보광해 놨었다. 그 사진을 보여 드리니 스마트 폰으로 찍는다. 여러가지 설명을 해 드렸고 형사들은 돌아 갔다.
저녁 8시쯤 화성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전화가 왔다. 남양에서 900번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나간 것이 확인 되었단다.
자오쉼터에 입소한지 만 5년이다. 이번까지 9번째 가출이다. 따뜻하면 나갔다가 추워지면 돌아오지만 올해 연세가 72이다. 60년동안 방랑벽이 있는 삼촌. 날씨 따뜻해지면 나가고 추워지면 돌아 오는 석봉 삼촌. 실컷 돌아다니다 건강하게 돌아 오기를 기도한다. 그래도 내 마음은 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