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지역 주요 재건축시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활성화를 기대하며 ‘정중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매수세는 따라붙지 않는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의지가 부각되면서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제 막 재건축 연한(1983년 입주)을 채워 재건축 추진에 본격 나설 아파트들이 적지 않아 주목을 끈다. 일각에서는 이들 단지들이 ‘이명박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향후 아파트 매매시장의 주요 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재건축 허용 연한을 준공연도에 따라 차등 적용키로 한 서울시 조례 개정에 따라 재건축 연한이 최대 ‘준공 40년 이상’으로 강화됐다.
서울시는 2003년 7월부터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준공 40년 이상’ ▶1980년대 아파트는 ‘20년 이상에 1년이 지날 때마다 허용연한을 2년씩 연장’ ▶1970년대 준공 아파트는 기존 ‘20년 이상’을 적용키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관련 조례를 마련, 시행 중이다.
예컨데 1980년대에 준공된 아파트는 1년이 지날 때마다 허용 연한을 2년씩 늘어나는데, 1980년은 20년, 1981년은 22년,1983년은 26년 등으로 차등 적용되는 것이다. 1989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할 수 있다. 그동안 서울지역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 연한이 20년으로 일괄적용됐다.
대부분 강남권에 몰려 있어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재건축 연한이 꽉 찬 아파트는 전체 321개 단지, 23만8248가구에 달한다. 이 중 올해부터 당장 재건축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은 61개 단지, 3만8724가구다.
지역별로는 강남권에 많이 몰려 있다. 강남권에서는 28개 단지, 2만3700여가구가 올해부터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강남권에서는 32개 단지, 1만5000여가구가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16개 단지, 1만9716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송파구 4개 단지(2001가구), 서초구 8개 단지(1987가구) 순이다. 비강남권에서는 강동구가 7개 단지, 8250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영등포구(6개 단지, 1987가구), 노원구(1개 단지, 864가구), 구로구(4개 단지, 638가구), 광진구(2개 단지, 584가구) 등이 재건축 대열에 들어설 전망이다.
“매물도 없지만 매수세도 없어요”
강남구에서는 우성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빅3’로 불리는 선경1차와 한보미도1차아파트가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최근 재건축 추진 얘기가 부쩍 늘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대치동 우방공인 관계자는 “일 년 전만 해도 리모델링 추진 얘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재건축사업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가 강남권에서도 핵심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향후 재건축사업이 시작되면 아파트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집주인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매물도 쑥 들어갔다. 호가도 오름세다. 선경1차 102㎡는 13억5000만~15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한 달전보다 5000만원 가량 올랐다. 한보미도1차 112㎡도 대선 이후 3000만원 이상 올라 11억~11억 8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아 거래가 거의 없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 일대 한신아파트(14차, 17~19차)가 재건축 대상이 됐다. 올해로 입주 26년차를 맞는 이들 단지는 동작대교·반포대교·올림픽대로로 진입하기 쉽다. 지하철 7호선 잠원역 및 반포역과 3호선 신사역, 3·7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등이 단지 내 있는 등 교통여건이 뛰어나다. 또 한강변에 있어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한강시민공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인근 한신 1~11차는 재건축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신 17차 89㎡는 6억9000만~7억3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161㎡는 한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라 최고 15억원 선에 이른다. 한신 18차 115㎡도 8억5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방배동 신삼호4차도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이 단지 181㎡는 13억5000만~15억원을 호가한다.
송파구 송파동 한양1차는 지난 3년부터 리모델링이 추진됐으나 지금은 재건축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이 아파트 89㎡는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호가가 5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152㎡는 최고 10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강동구 일대에서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골고루 구성된 길동 삼익파크(69~171㎡)와 전체 240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명일동 삼익그린2차가 재건축 추진 대열에 끼게 됐다. 삼익파크 142㎡는 한달 새 3000만원 가량 올라 6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삼익그린2차 125㎡는 호가가 최고 10억원 선에 육박한다.
한강 조망에다 강변북로·잠실대교로 진입하기 쉬운 광진구 자양동 한양아파트도 재건축시장에 입성했다. 이 단지 매매 호가는 119㎡는 8억~8억5000만원 선이다.
영등포구에서는 문래동 남성아파트와 당산동 유원1차가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가능해 졌다. 유원1차 102㎡는 최고 4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여의도 및 목동과 가깝고,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과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을 동시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섣부른 투자는 금물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크지만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차기 정부가 용적률을 완화한다 하더라도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재개발·재건축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을 확대하되 투기를 막기 위해 개발이익환수장치를 확실히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용적률 상향의 최종권한을 쥐고 있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은 철저히 환수하는 시스템을 만든 후에 용적률을 높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용적률 및 층고 제한 완화나 소형 아파트 의무비율 축소 등이 내년 이후 시행되겠지만 재건축개발이익 환수나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재건축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개발이익의 환수 폭이나 소형평형의무비율의 완화 폭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재건축 투자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규제완화 폭이 크지 않을 경우에는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한 쪽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등포구 당산동 삼호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규제 완화가 되더라도 일부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재건축 단지만을 선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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