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눈에 비친 악마
들어가기 앞서...
이 이야기는 대단히 환상적인 소설입니다. 정답과도 같은 논리정연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제 눈에 비친 악마의 모습들을 그려보았습니다. 저의 기괴하고 몽롱한 세계속으로 접속하시길 원하는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
내 눈에 비친 악마
“지금 끝난 거니?”
고양이는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하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진 살찐 암고양이다.
나는 칼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떡하면 좋을까?”
고양이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같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투라기보다 나에게 모든 뒤처리를 떠넘기려는 투로 들렸다. 실제로,
“어쩔 거냐고?”
라고 다그쳐 묻는 고양이의 말속에는 그런 낌새가 분명해 보였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네가 부추긴 거였으면서, 라고 고양이에게 따져 묻고 싶지는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사후처리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어딜 가려는 거야?”
내가 주뼛거리며 등을 보이자 고양이는 노란 눈동자를 번득이며 날카롭게 물었다. 목이 좀 말라서, 라고 서둘러 대꾸하며 냉장고 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어떡하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다. 아-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곧잘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렇게 중얼거리기를 반복하곤 했다. 그런다고 해서 이제껏 단 한 번도 문제의 해결책을 찾은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그런 것들뿐이었다.
냉장고에서 이 리터짜리 생수통을 집어 들었다. 막상 물을 마시려니 별로 목이 마르지 않아서 물을 마시는 것조차 하나의 노동처럼 되어버렸다. 암고양이가 그렇게 강요한 것도 아니건만 나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처럼 이 리터들이 생수를 벌컥벌컥 다 마시기로 작정했다. 한 가지 괜찮았던 것은 그렇게 물을 마시는 동안 내 안에서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수통을 입에 문 채로 거실의 상황을 살폈다. 냉장고 바로 옆에 아버지가 천장을 쳐다보고 반듯하게 누워있었다. 어머니가 있을 안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이 닫혀 있었지만 그 너머의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나는 그때까지 꼭 쥐고 있던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퉁, 하는 작음 금속음의 울림과 함께 바닥에 고여 있던 피가 튀었다.
*
암고양이를 처음 만난 것은 팔 년 전, 내가 열아홉 살 때였다. 그러나 암고양이의 말에 의하면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우린 몇 번인가 만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암고양이는 내가 일부러 기억하지 못하는 척 하는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어쨌든 당시 고 삼이었던 나는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초여름의 밤이었고 모의고사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암고양이가 창 밖에서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무서웠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더욱 무서운 꼴을 당할 것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창문을 열어주었다. 암고양이는 북슬북슬한 털을 자랑하며 들어왔다.
“넌 대체 누구야?”
내가 물었지만 고양이는 대답할 생각은 않고 느글느글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서?’에는 ‘알았어, 알았다고, 이제 네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겠으니 그 느글느글한 웃음은 당장 멈추란 말야!’라는 항변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제야 고양이는 웃음을 거두고 이런 말을 했다.
“이제 그만 이런 현실은 접을 때가 되지 않았니?”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 또 그 느글느글한 웃음을 지을까봐 나는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땅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보고 있던 참고서를 뒤적거렸다. 오종 교과서의 통합 참고서였으므로 어쩌면 그곳에 마땅한 답이 나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 개의 주사위를 720회 던질 때, 1의 눈이 나오는 횟수를 확률변수 X라 한다. 표준 정규 분포표를 이용하여, X의 평균과 분산을 구하여라.’
그곳에도 도통 알 수 없는 말들뿐이긴 마찬가지였다. 대체 한 개의 주사위를 무엇 하러 720회씩이나 던진단 말인가! 확률변수 X의 평균과 분산을 구하면 뭔가 좋은 세상이 열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나는 실망해서 참고서를 덮었다. 내친김에 화가 났다는 듯이 책과 공책들을 신경질적으로 밀쳐냈다. 고양이는 좀 의아한 눈초리로 내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런다고 해서 진실로 뭔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
나는 간신히 그러한 답변을 생각해 내어 고양이에게 톡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그렇지.”
의외로 고양이는 순순히 내 말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진실을 바꿀 수는 없지. 하지만-.”
고양이는 앞발을 들어 얼굴을 쓱 쓸어내리고는,
“지금은 진실이 아니라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잖아.”
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런 후 고양이는 발톱을 치켜세워서 턱을 긁어댔다. 발톱이 꽤 사나워 보였기에 나는 조금 전 톡 쏘아붙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어.”
라고 말하며 고양이와 나의 뜻이 같다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
하루살이 한 마리가 고양이의 코 주위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고양이는 잠시 목을 이리저리 흔들며 하루살이의 움직임을 좇았지만 이내 시시해졌는지 하품을 한 번 쩍 하고는 등을 구부렸다. 고양이는 몹시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둥글게 말아서 옆으로 누웠다.
고양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방안의 공기가 무척 거북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긴 한숨으로 정적을 메워보려 했다. 무겁게 짓눌려 있는 방안의 분위기와는 아랑곳없이 탁상시계의 초침은 째깍째깍, 쉬지 않고 잘도 움직였다.
고양이는 이미 할 말을 다 한 것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그녀는, 나의 응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고양이가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간파하기 위해 고양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지금은 진실이 아니라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잖아.
진실과 현실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조급해진 나는 손을 뻗어서 책꽂이 제일 아래에 꽂혀 있는 국어대사전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고양이가, 이런 바보 같은 녀석을 봤나, 라고 욕을 하면서 발톱으로 할퀼 것 같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덤덤하게 일어서서 외출 준비를 했다. 어쩐지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청바지에 청색 남방을 입고 양말을 신었다. 웃고 있는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서 지폐만 챙겼다. 스톱워치 손목시계를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시계는 포기하고 서랍 속에서 백지 한 장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뭐라고 쓰는 게 좋을까?”
내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곧 아차,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고양이는 예의 그 느글느글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용 사인펜을 손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결국 아무 글자도 쓰지 못했다.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등 뒤에서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목소리로,
“나갈 때 불을 좀 꺼 줘.”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은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더 굵어져 나중에는 마치 눅눅해진 하늘이 질척질척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역 앞에서 잠들어 있는 나를 경찰이 발견해서 아버지에게 인계했다. 아버지는 소주를 두 병 마신 후 우산이 휘어지도록 내 종아리를 때렸다. 내가 맞고 있을 때 어머니는 건넛방에서 나직이 울고 있었다.
암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암고양이가 다시 나타난 것은 바로 어젯밤의 일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마친 후 스물일곱에 취직을 했다. 업계에서 꽤 알아주는 식품전문 회사인데 내가 근무하는 곳은 십삼 층에 위치한 ‘홍보 2과’였다. 그런데 이 회사라는 곳이 참으로 기이한 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회사와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오전 아홉 시까지 출근하는 직원들, 웃으면서 맞이하는 아침 인사, 기획서 작성, 팀 회의, 프레젠테이션, 사내 식당에서의 점심식사, 맛이 이상한 깍두기, 자판기 커피 한 잔, 가십 위주의 농담, 나른한 오후 업무, 복사, 서류 철, 전화벨 소리, 상사의 잔소리, 한숨, 결재, 야근, 땀에 젖은 와이셔츠, 올이 나간 스타킹, 자자 힘냅시다- 라는 누군가의 격려소리, 지끈거리는 관자놀이, 빙빙 돌리는 목운동, 우두둑거리는 근육 소리, 그리고…… 퇴근. 뭐 대충 이러했다. 내가 그 동안 막연히 이 정도면 일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속으로 한 꺼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나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패턴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입사한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정신없이 바빴지?”
야근이 끝나갈 무렵, 두꺼비 같이 생긴 팀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정신없이 바빴던 것은 사실이었다. 마침 새로운 라면이 출시가 되어 그것에 대한 홍보에 박차를 가하느라 나는 신입의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과중한 업무와 불호령 같은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환영회도 안 했지? 어때, 술 좋아하나?”
팀장은 나에게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예, 아니오 중 어느 대답을 해야 할 지 무척 곤란했다. 환영회를 아직 하지 않았기에 ‘예’라고 대답을 해야 했지만, 술을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아니오’라고도 대답해야 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종종 있다. 결국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팀장은 박수를 탁탁 치며 ‘홍보 2과’ 팀원들을 주목시켰다. 환영회 겸 단합회로 ‘혼두르’에 가자고 했다. 팀원들은 우후,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자네도 기쁘지, 하는 얼굴로 팀장이 내 어깨를 툭 쳤을 때,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덩달아 기쁜 표정을 지어 보여야 했다.
다들 퇴근 준비로 부산할 때 나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직원에게 ‘혼두르’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짧은 상고머리를 한 그 남자직원은 어딘지 기가 차다는 얼굴로 나를 빠끔히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엷은 웃음이 번졌다. 그는 그것으로 내 물음의 답을 대신한 것이었다. 어째서 속 시원하게 말을 해주지 않는 것이냐며 멱살이라도 쥐고 흔들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그런 행동은 이제 막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는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행동이 아닌 것 같았기에.
‘홍보 2과’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남자 다섯, 여자 셋, 이렇게 여덟 명이었다. 우리는 각각 두 대의 자가용에 나뉘어서 ‘혼두르’로 향했다. 내가 탄 차는 상고머리가 운전을 했다. 조수석에는 팀장이 있었고, 나와 긴 머리 소녀는 뒷좌석에 앉았다.
“어때요? 회사 다니는 거 재미있어요?”
긴 머리 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스물네 살의 여성이었다. ‘긴 머리 소녀’라는 것은 내가 내 안에서 그녀를 부를 때 쓰이는 별칭이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긴 머리 소녀’라는 노래의 가사가 저절로 연상되었던 것이다.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우연히 왔다가 말없이 가버린 긴 머리 소녀야…….
그녀는 상냥했고 매사에 지혜로웠다. 그래서 상사는 물론이고 동료직원들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그런 여자가 내 옆자리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녀 곁에 있거나,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어 줄 때면 나는 어쩐지 영광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그녀 또한 나의 보잘것없는 얘기에도 귀를 기울이며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기에 내 마음은 더욱 들뜨고 애달았다.
나는 그녀에게 ‘혼두르’에 대해 물어보려다가 관두었다. 어쩐지 그녀도 나에게 ‘혼두르’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고, 정말로 그런 다면 엄청 비참한 기분이 될 것 같아서였다.
이윽고 차가 멈추었다. 도심의 번화가를 지나 외곽 도로를 한참 달린 후였다. 주변으로 민가는 보이지 않았고 벌판과 더러운 호수만이 늦저녁의 어둠을 베일처럼 덮어쓰고 있었다. 그르렁거리는 기계음이 들리는 것 같아 돌아보니 저 멀리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이 보였다. 굴뚝 옆으로는 타원형의 거대한 탱크 두 개가 있었다. 무엇을 하는 공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과연 이런 곳에 회식을 할 만한 장소가 있을까, 의아해하던 차에 팀장이 앞장서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 차선 아스팔트길을 따라 대여섯 걸음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자갈이 깔린 마당이 나타났다. 마당 안쪽에는 지금 막 땅에서 솟아오르기라도 한 듯한 이 층 양옥 한 채가 화려한 외관을 과시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여인 한 명이 마당으로 걸어 나와 우리를 반겼다.
“어머, 이 분은 처음 보는 얼굴이네?”
여인이 진한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아, 예’로 답변을 하며 건물 이곳저곳을 신기한 척 둘러보았다. ‘혼두르’라는 간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인은 우리를 실내로 안내했다. 실내는 무척 어두웠다. 호롱불이 드문드문 켜진 좁은 복도를 지나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 여인은 장지문을 열었다. 팀장을 위시해서 팀원들이 장지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어딘지 경쾌해 보였다. 좀 더 은밀히 얘기하자면 그들의 발걸음에는 하나같이 경쾌해야만 한다는 강박증 비슷한 것이 묻어 있었다.
어쨌든, 장지문 안으로 들어선 이후부터 나는 나의 사고를 놓아버려야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장지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거대한 온천탕이었다.
“자, 시작할까?”
팀장이 먼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맹꽁이처럼 툭 튀어나온 아랫배를 출렁출렁 흔들며 바지와 속옷까지 모두 다 벗었다. 다른 이들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여자 사원들도 예외가 없었다. 문득 돌아보니 긴 머리 소녀가 막 자신이 벗어놓은 팬티를 착착 개고 있었다.
으악!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픈 심정이었다.
“뭐하나, 자네는?”
팀장이 툭 튀어나온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탕 안에 들어가 목만 내밀고 있었다.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모두 탕 안에 들어가 있었다. 상고머리는 첨벙거리면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배영을.
잠시 후 탕의 물이 원유처럼 시커멓고 끈끈해졌다. 또한 물속에서 지독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 났다. 그러한 물의 변화에 따라 팀원들의 행동도 더티하게 변해갔다. 그들은 마치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들처럼 낄낄거리면서 물장구를 치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고 심지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팀장이 긴 머리 소녀에게 흐물흐물 다가가더니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손으로 만지는 것이었다. 긴 머리 소녀는 혀끝으로 약간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나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긴 머리 소녀가 그리 싫지 않은 듯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눈을 비벼보았다. 이제 탕의 물은 완벽한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진흙을 뒤집어 쓴 팀원들의 육신이 기이한 모양으로 합체되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팀워크를 과시라도 하듯 하나로 엉겨 붙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고깃덩어리였다.
피쉭, 피쉭, 고깃덩어리는 숨이 차는 듯 거친 호흡소리를 냈다.
나는 뒷걸음질 쳐서 장지문을 열었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서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등 뒤에서 고깃덩어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갈갈갈갈갈~
다음날- 겉으로 드러나는 회사의 일상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오전 아홉 시까지 출근하는 직원들, 웃으면서 맞이하는 아침 인사, 기획서 작성, 팀 회의……. 그들의 패턴은 그대로였다. 다만 그것을 지켜보는 나의 패턴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나는 팀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회의 도중에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리를 박차버리기 일쑤였다. 그들과 마주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진흙탕의 고깃덩어리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피쉭, 피쉭, 갈갈갈갈갈~
어째서 저들은 그런 작태를 벌이고도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
팀장은 물론이고 팀원들도 나를 멀리했다. 상고머리는, 하긴 뭐 어느 조직에나 저런 인간들이 꼭 있다니까, 라고 말하며 경멸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혼두르’라는 어원불명의 명칭이외에 ‘차카라’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된 것이다.
‘차카라’라는 말 역시 두꺼비 팀장을 통해 처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차카라’ 있는 날이죠? 뭐, 다들 잘 알아서- 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 직전에 가진 팀 회의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하는 팀장의 얼굴은 지난 번 ‘혼두르’를 언급할 때와는 달리 무척 어두웠다.
대체, ‘차카라’라는 건 또 뭐란 말인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긴 머리 소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잠깐 시간 있어요?”
‘혼두르’사건 이후 의도적으로 그녀를 피하고 있던 나로선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하얀 종아리만 묵묵히 좇았다. 우리가 간 곳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시민공원이었다. 그녀가 먼저 벤치에 앉았고 나도 주춤거리며 그 옆에 앉았다. 그녀의 몸에서 달콤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 냄새 때문인지 ‘혼두르’에서의 좋지 않았던 기억은 가물가물해 지려했다.
“저는 ‘차카라’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녀는 내가 ‘차카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네-에’ 하고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오늘 ‘차카라’는 홍보과 아니면 비서과래요.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뒤에 생략된 말이 무척 궁금했으나 그녀는 후우- 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한숨은 봄볕에 스며들어 금세 증발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지난번에는 왜 먼저 갔어요?”
‘혼두르’ 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다가 그만,
“그렇게 어울려 노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서.”
라고 말해 버렸다. 그녀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털 같은 구름이 엷게 깔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긴- 저도 사실은, 그런 자리 불편해요.”
그리고는
“아마 다들 그럴 거예요.”
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엄숙한 투로 그렇게 말하니 어쩐지 나 자신이 꾀를 부리는 인간처럼 여겨졌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라고 해서 ‘혼두르’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머릿속이 엄청 복잡해지고 기분이 우울해졌다.
“어디론가 멀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문득 그녀가 그런 말을 했다. 푸념과도 같은 그 말속에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갸름한 턱 선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당장,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말대로 멀리 떠나버릴 수는 없을까.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을 함께 감상하며 차가운 와인 한 잔을 기울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달콤한 인생을 꿈꾼다는 것은 큰 죄악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차카라’를 보았다. 열 시까지 야근이 이어졌고, 눈꺼풀이 묵직해진 나는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비상계단 부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크럭, 크럭, 크르러럭!
뭔가를 급히 씹어 삼키는 맹수의 거친 호흡소리 같았다. 나는 비상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십이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 지점에 시커먼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놈은 늑대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러나 늑대는 아니었다. 얼굴과 몸통은 늑대와 꼭 닮아 있었으나 두 다리와 두 팔은 사람의 것이었다. 황갈색의 털이 듬성듬성 난 그 짐승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정색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게다가 목에는 나비 넥타이까지 메고 있었다.
놈은 나를 발견하고는 콧등을 찡그리며 허연 이를 드러냈다.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비린내가 풍겼다. 나는 놈의 발아래에 놓인 ‘그것’을 보았다. 내장이 파헤쳐진 ‘긴 머리 소녀’였다.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고, 하얗게 부릅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눈빛이었다. 살려달라는 눈빛 같기도 하고, 그냥 모른 척 해달라는 눈빛 같기도 해서-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부서로 돌아와서 팀장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으나 팀장은 무뚝뚝한 얼굴로,
“이 서류들, 지금 당장 열 부씩 복사해서 가져오도록 해.”
라고 말하며 두둑한 서류묶음만 건네주었다. 나는 서류묶음을 들어 올려 팀장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끔찍한 건물을 뛰쳐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이었고, 암고양이는 내 방 한가운데에 동그랗게 앉아 있었다.
“어때?”
고양이가 물었다.
“참 ‘혼두르’ 같은 세상이야. 기분 정말 ‘차카라’ 같아!”
내가 그렇게 답하자 고양이는 전매특허와도 같은 그 ‘느글느글한 웃음’을 지었다
“그럴 거라고 진작부터 얘기해 줬잖아.”
고양이는 눈알을 번득이며 속삭였다.
“이런 현실이라면 접어버리는 게 어때?”
나는 곧장 주방으로 가서 과도를 집어 들었다. 마침 아버지가 거실로 나와 냉장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칼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손안에서 땀이 축축하게 배어났다.
*
“포대자루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집안 어디에도 이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포대자루 같은 건 없었다. 그런 것을 어디서 구해야할 지도 몰랐다. 멍한 눈길로 고양이를 보니 고양이는 찬장 위에서 털을 핥고 있었다.
나는 우선 아버지의 시체 옆으로 다가갔다. 입술이 기묘하게 뒤틀린 아버지의 얼굴은 꼭 웃고 있는 모습 같았다. 그 웃음이란 것이, 결국은 이런 일을 저질러 버렸군, 하는 나에 대한 체념의 비웃음 비슷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런 웃음을 나에게 곧잘 지어 보였던 것이다.
너란 녀석은 아무래도-
중학교 일 학년 첫 월말고사에서 이십삼 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아온 나에게 아버지는 고개를 슬슬 저으며 그런 말을 했다. 그 후로 아버지는 나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삼 등씩 반 석차를 올려도 아버지는 그저 체념의 비웃음만 흘릴 뿐 칭찬이나 격려 같은 것은 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나 단순한 곱셈, 나눗셈 시험에서 백 점을 맞아오면,
“이 다음에 커서 훌륭한 판사가 되어라.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며 기뻐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일찍이 내가 대단한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분이었다.
안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새삼스럽게 보니 그렇게 웅크린 모습이야말로 지금까지 어머니의 삶과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정상인에 비해 지능지수가 무척 낮은 사람이었다. 외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아직 아기일 때 외할아버지가 인삼과 녹용을 너무 많이 먹여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구구단을 줄줄 외울 무렵부터 어머니가 나보다 지능지수가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어머니가 싫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또래의 아이들과 노는 대신 어머니와 노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블록 쌓기나 장난감 놀이를 하며 함께 깔깔거렸던 것이다.
아버지는 이러한 모습들을 그다지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늘 두려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열여덟 때부터 트럭 운전기사 생활을 해온 아버지는 거친 욕설과 주먹다짐이 오고가는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종종 어머니와 나에게 풀곤 했다.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와서 어머니와 나를 두들겨 팼다. 아버지는 힘이 셌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아버지보다 덩치가 작았다. 그래서 힘으로는 절대로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하나의 신앙처럼 굳어졌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어머니는 치매 증상을 보였다. 어머니의 치매는 갑작스러웠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나도 알아보지 못했다. 늘 구석 자리에 웅크리고 누워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내가 다가가서 머리라도 빗겨주려 하면 두 손을 휘저으며 겁먹은 강아지 같은 눈동자로 나를 경계했다.
입대를 할 때, 나는 어머니가 걱정되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돌아가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휴가를 나와 보면 어머니는 늘 그 구석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마치 그 구석자리에 뿌리를 내린 오래된 식물 같았다.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던 피가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방안에는 악취와 함께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어서서 현관으로 나갔다.
“어딜 가려고?”
고양이가 따라오며 물었다.
“은행에……. 도망 다니려면 돈이 필요할 것 같아서.”
“도망?”
“우선 제주도로 간 다음, 분위기를 살피다가 일본으로 갈까해. 일본에서 다시 분위기를 살피다가 미국으로 도망치면 안전해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 진절머리 나는 암고양이가 뭐라고 또 말을 걸기 전에 얼른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밖은 아직 어두웠다.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였다.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갈까요?”
택시 기사가 물었다.
식도에 커다란 돌멩이가 막혀있는 것처럼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꺽꺽대고 있으니 기사가 다시 물었다.
“자- 이제 어디로 갈 거지?”
이상한 낌새가 들어 앞을 보니 그곳엔 기사 대신 암고양이가 느글느글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지러우니까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좀 마!”
나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암고양이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긴 처음이었다. 그러나 고양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디로 갈 거냐고?”
“나도 모르겠어-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운전대를 쥐고 있는 건, 너야!”
고양이가 말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로 운전대를 쥐고 있는 것은 나였다. 차는 주홍빛의 가로등이 촘촘히 박혀 있는 강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현실을……
재부팅 할 수는 없을까?
어둠 속에서 활기차게 넘실거리는 강물의 움직임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시험해봐!
고양이는 어느새 차의 앞 유리창에 착 들러붙은 채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라면 얼마든지 재부팅을 할 수 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현실이란 개개인의 환상이 만들어낸 체계화된 악몽에 불과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것이- 만약 이것이 ‘진실’이라면, 재부팅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면을 보니 노란색 가드레일이 점점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험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재부팅이 가능하다면 나는-
‘페가사우론’이 될 것이다!
그것은 아주 어릴 적에 읽은 만화책 속 슈퍼 히어로의 이름이었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며, 적어도 ‘혼두르’나 ‘차카라’보다는 근사한 이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마침>
첫댓글 음..재미있다..궁금해요 뒷 얘기..
문장이 좋네요. 탄탄한 느낌이 드는 소설입니다.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 뭔지 궁금하군요.. 으흐흐흐.. 단순한 요정이라면 글에 나오지도 않았을테고..
다음이야기가 무척 기대 되는데요~ 환상적인 소설 매우 좋아요~ㅋㅋ
아 .. 뒷이야기가 궁금해져요
아, 간만에 제이슨님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음편이 넘 기대되요^^
어떻게 될지 궁금... .역시 제이슨님 글 좋아요 + ㅅ+)/
ㅜㅜ 뒷이야기 언제 나와요 ㅋㅋ 무척 궁금.........
재밌어용 담편이 기대되네요
답글주신님들 감사합니다~ 다소 어렵고 환상적인 내용이라- 상,하를 한번에 붙였습니다~
으음.. 그럼 이게 끝이란 뜻인가요..? 이해가 잘 안가서리.. ^^;; 굉장히 몽환적인 느낌이네요..
음산하고 몽환적이지만 역시 마지막까지 탄탄하고 안정된 느낌이 드네요. 근래 보기 드문 걸작 단편입니다.
잘읽었습니다. ^^
간만에 읽는 좋은 소설이군요.
아.. 어려서 이해를 못하는건가, 문장력도 엄청좋으시고 .. 혼두루, 차카라.. 분위기가 환상적인데, 아 ..누가 해설좀.. ㅜㅠ..
ohh...역시 제이슨친구님입니다!!
왠지 박민규의 카스테라가 떠올랐어요..;
흡혈귀 광시곡도 다시 써 주세요!!
ㅠ 잘 보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차카라 하네요ㅠ
저도 읽으면서 박민규씨를 떠올렸는데... 전 이런 류의 소설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인생을 재부팅 할수는 없을까? 저도 수없이 했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