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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1-1 세레소 오사카 : 포항 원정에서 1실점 무승부로 버텨낸 세레소 오사카가 이득을 보았다.
전반전 20분까지 세레소 오사카는 자신들이 준비해온 대로 100%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이후로 포항의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세레소가 힘겨워하기 시작했다.
포항은 지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이번에도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선수만으로 국제대항전에 출전했다. 작년과 다른 점이라면, 타겟스트라이커인 박성호가 자유계약으로 요코하마 FC로 이적하는 바람에 정말 타겟 스트라이커가 없는 펄스나인 전술을 꺼내들었다. 황선홍은 박성호의 공백을 지난 시즌 후반에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였던 김승대를 펄스나인으로 기용하는 방법으로 대체하였다.
이번시즌 아시아 축구계의 센세이셔널한 이적으로 꼽혔던 디에고 포를란의 세레소 오사카 입단, 가키타니 요이치로의 득점 의존도를 분산시키고자 한 회심의 영입이었으나 그의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에 세레소는 늘 그래왔듯이 가키타니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그 밑에 섀도우 스트라이커 소화가 가능한 스기모토 켄유를 기용했다.
초반에 포항을 무너뜨린 야마구치-가키타니 듀오
전반 10분에 세레소의 주장인 야마구치 호타루의 원터치 롱패스는 포항의 촘촘한 간격을 뛰어넘어 최전방에 있는 가키타니에게 한 번에 연결되었다. 포항의 수비라인을 단숨에 뚫어버린 가키타니는 신화용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을 골로 연결지으면서 포항을 상대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세레소는 패싱플레이와 점유율로 승부하는 포항을 상대로 강력한 압박과 빠른 속공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꺼내들었고, 그 방법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야마구치의 패싱능력, 그리고 가키타니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스피드와 돌파력이 합쳐진 콜라보레이션이었다.
야마구치 호타루
세레소의 주장인 야마구치 호타루는 팀 내 엔진역할을 담당한다. 세레소가 빠른 공수전환과 속공이 가능했던 것은 전부 야마구치의 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파트너인 오기하라 타카히로가 플랫4 앞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했다면, 야마구치는 링커역할로 공격전환시 양쪽 측면에 배치된 미나미노 타쿠미와 하세가와 아리엘자스루에게 연결하여 돌파를 주도하거나 아니면 최전방에 있는 가키타니에게 원터치 롱패스를 이어주게 하면서 철퇴를 시도한다.
선제골 이후에도 야마구치는 쉴새없이 세레소의 볼배급을 담당하였고, 라인을 지휘하는 디렉터였다. 전반전까지 포항의 키플레이어인 이명주와의 대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고 해도 무방한 경기운영이었다.
포항의 우측면 삼각체인 형성
포항은 전반전부터 거세게 나온 세레소의 전면 압박에 공간을 찾지 못하면서 힘을 쓰질 못했다. 중앙에서 공간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포항은 자신들의 주요 공격방향인 오른쪽 측면을 이용하여, 신광훈-김재성-조찬호(혹은 김승대)로 이어지는 삼각체인을 형성하면서 활로를 찾아나갔다. 여기서 특히 중요하게 봐둬야 할 부분이 신광훈과 김재성, 그리고 조찬호의 움직임이다.
신광훈이 공격시 오버래핑을 하면서 측면으로 올라오면, 중앙에서 전진하려는 김재성을 발견하고 김재성에게 공을 연결한다. 여기서 김재성은 노련하게 전방의 3명(고무열-김승대-조찬호)과 이명주에게 연결해줄 수 있는 선택권한이 생기는데, 김재성은 우측면을 종적으로 돌파하는 조찬호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조찬호는 맨시티의 헤수스 나바스처럼 우측면을 종적으로 돌파하면서 세레소의 레프트백인 마루하시 유스케를 달고다니면서 세레소의 수비 틈을 벌려놓는다. 여기서 조찬호는 페널티 박스 쪽에 쇄도하는 포항 선수들이나, 페널티 박스 바로 뒤에 대기하는 김재성에게 다시 연결했다. 김재성에게 공이 갔을 때, 신광훈은 측면에서 조금 중앙으로 빠지면서 김재성의 뒷공간을 커버하면서 삼각체인을 형성한다.
비슷한 방법으로 신광훈이 공격시 오버래핑을 하여 김재성에게 연결하게 될 때, 전방의 3명과 이명주는 전진하여 세레소의 수비진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여기서 민첩하게 수비진 틈을 벗어날 수 있는 김승대나 김재성처럼 패싱능력이 좋은 이명주에게 연결을 시도하는데, 아쉽게도 조찬호에게 연결할 때에 비해 정확도는 떨어졌다. 김승대는 세레소의 파이팅 넘치는 수비진들에 의해 공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이명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위치가 아니다보니 영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포항이 우측면을 주 공격방향으로 하여 삼각체인을 계속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세레소에서 점점 포항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전반 27분을 기점으로 포항의 컷백 속도가 빨라지고, 이명주의 압박능력이 좋아지게 된 것 또한 이 삼각체인 형성이 컸다.
전반 30분 이후
전반 초반부터 점유율을 장기로 하는 포항을 상대로 전면 압박을 시도하다보니 세레소 오사카 선수들의 페이스가 말리기 시작하였다. 전반 30분을 기점으로 말이다. 최전방부터 압박을 시도하다보니 세레소는 평소에 소모하던 체력을 그 이상으로 소모하게 되면서 급격한 둔한 움직임을 보였고, 무리하게 파울로 포항의 공격을 끊어내는 급급함을 보였다.
이때 김재성이 프리킥 찬스에서 김대호에게 연결되던 때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포항 자신들의 의도대로 연결된 세트플레이였고, 김대호가 헤딩으로 떨궈주면서 포항이 세컨볼 찬스에서 득점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김승대
지난시즌 후반에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황진성을 대신하여 출전한 이 신예는 전북, 부산, 서울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포항팬들에게 황진성을 대체할 선수라고 기대에 들뜨게 만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펄스 나인 역할까지 보여주었던 그였기에 황선홍은 그를 펄스나인으로 배치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승대는 세레소의 센터백 듀오(야마시타-후지모토)를 상대로는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결정적인 골찬스를 맞이했음에도 성급한 볼터치로 기회를 날리거나 그가 터치하기 전에 야마시타-후지모토가 먼저 걷어내면서 그는 이 경기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었다. 그의 존재감이 줄어들면서 포항의 마무리 또한 무뎌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선홍의 공격적인 교체
포항은 김태수, 김승대, 조찬호를 빼고 배천석, 이광혁, 신영준을 투입하였다.
후반전이 시작함과 동시에 포항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세레소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되질 않아 황선홍은 후반 9분에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태수를 빼고, 타겟 스트라이커인 배천석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교체를 택하였다. 그리고 이명주를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내리면서 이명주가 가장 좋아하는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부여했다. 이 교체가 몰고 온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포항은 전반전에 비해 수비라인을 더 끌어올리면서 공격에 치중하는 방안을 택했고, 이명주와 김재성에게 중원을 지키게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수시로 전진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포항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그리고 배천석을 최전방 타겟 스트라이커로 두면서 세레소의 센터백들과 부딪치게 하면서 그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배천석이 수비를 달고 다니던 그 틈을 고무열-김승대-조찬호가 공략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포항의 공격적인 모습에 세레소는 4-4-2 포메이션에 가깝게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그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들이 전반부터 무리하게 체력을 소비한 탓도 없지 않지만, 원정에서 무리하지 않고 잠그기를 택한 방법도 없지 않다. 가키타니 요이치로가 하프라인 아래에서 포항을 상대로 전면 압박을 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세레소가 한골 차 승부로 끝장 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김재성의 활동량, 그리고 배천석
포항은 후반 15분 결국 동점골을 만들어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서 우리는 김재성의 활동량와 배천석의 득점에 의의를 둬야한다. 김재성은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전천후 미드필더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치 유벤투스의 아르투로 비달처럼 중원에서 순식간에 페널티박스까지 올라왔고, 그런 김재성은 자신에게 패스를 연결한 고무열에게 리턴 패스를 시도했다. 고무열에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루즈볼을 배천석이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지었다.
김재성은 동점골 이후에도 끊임없이 중원과 측면, 그리고 세레소의 페널티박스까지 올라오면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면서 세레소를 괴롭게 만들었다. 김재성이 여기저기에서 뛰어다니는 덕분에 이명주가 패스 연결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았으며, 세레소의 수비가 쉽사리 분산되기도 했다. 그리고 김재성을 중심으로 포항의 삼각체인은 후반전 내내 쉴새없이 형성되었고, 포항의 장기인 패싱플레이는 후반전 내내 이어지기도 했다.
배천석, 사실 그동안 포항의 기대주로 불리었지만, 타이틀에 비해 성장이 지체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고 정기적인 출전보장을 위해 일본 J리그로 임대까지 가기도 했다. 주포였던 박성호가 떠난 이 시점에서 포항에서 믿을 만한 스트라이커는 배천석 뿐이고(고무열은 타겟 스트라이커라기 보단 윙포워드에 가깝게 성장하고 있다), 그의 득점은 이번시즌 포항의 행보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다. ACL에서 올시즌 첫득점을 뽑았으니, 그동안 위축되었던 배천석은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에고 포를란
포항에게 동점골을 허용하자마자, 란코 포포비치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었던 미나미노를 빼고, 디에고 포를란을 투입시켰다. 포항에게 밀리는 분위기를 반전 및 최전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가키타니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차원에서 선택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포포비치의 선택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비록 1경기만으로 속단하기엔 억측이지만, 포를란은 '자블라니 마스터'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가 세레소로 입단하기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떠나기 직전부터 그의 폼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인테르로 이적하면서 포를란은 예전에 라리가에 한획을 그었던 우루과이 스트라이커가 아닌 그저 늙고 폼이 엉망인 스트라이커로 변모했다. 브라질로 건너가서도 부상 때문에 폼이 제대로 회복되질 못했고, 그것이 오늘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포항의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히 위협적인 순간돌파로 포항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가키타니에 비해 디에고 포를란은 제대로 공을 잡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없이 끝났다. 실망스러운 데뷔전이었다.
포항의 추가 득점 기회, 무위로 끝나
포항은 후반 25분대부터 거의 일방적으로 세레소를 공격했고, 숱한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기회가 올 때마다 대부분의 슈팅이 세레소 골키퍼인 김진현 쪽으로 가기보단 골대 옆이나 위로 날아가는 등 다소 부정확한 슈팅을 날리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배천석이 몸싸움으로 세레소의 수비진들을 괴롭히는 것까진 좋았으나, 그에 반해 골결정력이 좋질 못했다. 고무열은 패스능력이나 쇄도, 돌파능력은 나날이 나아지긴 하나, 유독 득점력에 있어서는 성장이 지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승대가 부진하여 후반 29분에 그를 대신하여 투입한 95년생 신예 이광혁, 세레소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데뷔하는 것은 좋았으나 아직어린 선수라서 그런지 큰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주로 측면에서 크로스만 올리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조찬호는 확실히 우측면을 점령하여 세레소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잘 안되던 왼발로 공을 이어가는 모습도 많이 시도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여 결국 후반 추가시간을 앞두고 신영준과 교체되었다.
후반 막판에는 공격 전개시, 최전방에 4명이 세레소의 수비라인 돌파를 시도할 준비를 하였고, 김재성과 이명주도 상당히 전진해 나갔고, 양쪽 풀백들(김대호-신광훈) 또한 거의 윙에 가깝게 올라오면서 2-4-4 전형의 모습을 보이면서 세레소에게 공세를 퍼붓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불기 전까지 그들이 기록한 추간 득점은 0이었다.
결론
끊임없이 삼각체인을 형성하면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많은 패스 연결과 점유율을 높혀나간 것에 비해 포항의 득점력은 겨우 1골에 그쳤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치뤘던 ACL이기에 포항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100% 올라오지 않은 것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시즌 중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기에 포항은 빈곤한 득점력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포항이 거둔 수확은 김재성의 활약상이 아닐까 싶다. 지난시즌이 끝날 무렵, 김재성이 포항을 떠난다는 말이 무성했었고 실제로 지난시즌에 김재성의 폼은 영 좋지 못했었다. 하지만 세레소전에서 김재성은 전천후 미드필더로서 어딜 가든 자리잡으면서 포항의 삼각체인을 만들어주면서 패스횟수와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세레소는 포항같이 점유율과 패싱이 강점인 팀을 맞이하여, 강한 전면압박과 속공으로 무너뜨리는 방법을 선보이면서 전반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였다. 하지만 전반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무리하게 전면 압박을 시도한 탓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은 보완해야할 부분이며, 가키타니 이외에 공격루트를 찾는 것 또한 계속 신경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포를란의 폼을 하루 빨리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리그나 국제대회에서나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힘든 포항원정에서 1실점 무승부를 기록하여 승점 1점을 따냈으니, 이 경기는 실리적으로 세레소가 이득봤다. 하지만 오늘 열린 E조 2경기에서 모두 1대1 무승부로 각 경기당 2골씩 나와 4팀 다 1무를 기록하는 진귀한 풍경이 나왔으니, 이득이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그림파일에 가카타니 → 가키타니인데, 수정이 안되는 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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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고퀄
블로그도 잘보구잇슴돠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