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은 단순히 과거의 상처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는 미래를 향한 기대마저 앗아가는 '절망감'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자살 위험을 높입니다."
Q.선생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아이가 몇 년 전 겪었던 큰 사고 이후로 트라우마가 심해서 계속 상담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증상이 더 심해졌는지, 밤마다 악몽을 꾸며 소리를 지르고 낮에는 아예 방에서 나오질 않아요.
가장 무서운 건 아이가 자꾸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거예요. "그때 차라리 죽었어야 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자기 자신을 계속 갉아먹는 소리만 합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그때의 기억 때문에 스스로를 해칠까 봐 24시간 감시하듯 붙어 있는데, 제가 곁에 있을수록 아이는 더 답답해하고 피하는 것 같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시간이 답이라고 하셨지만, 아이가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저는 그저 지켜만 봐야 하나요? 아이의 과거 상처와 지금의 자살 사고를 어떻게 연결해서 이해해야 할까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입니다. 도와주세요.
A.안녕하세요, 아이의 과거 트라우마가 깊은 상흔으로 남아 현재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부모님의 그간의 노고와 불안한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아이들에게 자살 사고가 동반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무거운 신호입니다. 아이가 겪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의지라기보다는,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고,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죽음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내면에 머물러 있으면서, 아이의 자아는 현재의 삶을 긍정할 힘을 잃고 끝없는 무기력과 자기 비난 속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부모님께서 아이를 곁에서 지키고 계신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24시간 감시하는 듯한 태도는 아이에게 또 다른 통제와 압박으로 느껴져, 오히려 아이가 더 깊은 곳으로 숨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가 죽음을 이야기할 때 그 말을 차단하거나 무조건적인 희망을 강요하기보다, "그 기억 때문에 네 삶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벅차다는 것을 엄마는 충분히 이해해. 너 혼자서 그 어두운 기억을 버티느라 얼마나 힘들었니"라며 아이가 겪는 트라우마의 고통을 타당화해 주시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PTSD와 자살 사고가 결합된 상태는 가정 내의 지지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아이의 내면에 남은 충격적인 기억을 안전하게 통합하고, 자살 충동이라는 왜곡된 대처 방식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TSD와 위기 개입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심리 전문가의 상담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아이가 경험하는 악몽과 회피 증상이 일상적인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으므로, 즉각적인 전문 기관 방문을 통한 치료 계획 수립을 간곡히 권해드립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소진을 돌보셔야 합니다. 아이가 다시 트라우마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조금씩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저희 센터를 포함한 전문적인 도움의 손길을 주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내담자)의 아픈 마음을 지켜내기 위한 3가지 치료적 방향"
1. 트라우마의 뿌리를 다루는 전문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cPTSD를 겪는 아이들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 증상 자체가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우울증 약만 먹거나 일반적인 상담을 하는 것보다, '트라우마 초점 인지행동치료(TF-CBT)'나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처럼 트라우마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전문적인 치료가 절망감을 예방하고 자살 위험을 낮추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2. 우울 증상 뒤에 숨은 인과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일반 PTSD 환자와 달리 cPTSD 환자는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절망감과 자살 위험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일반 PTSD 환자는 '우울증'이라는 감정을 거쳐야만 절망감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트라우마 증상을 보일 때, 이것이 우울증 때문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트라우마 증상 그 자체 때문인지 면밀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무너진 '자아상'을 회복하는 것이 자살 예방의 핵심입니다.
cPTSD는 아이의 인격, 감정 조절,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자아 개념'을 무너뜨립니다.
아이가 "나는 가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왜곡된 자아상을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주변에서 끈기 있게 기다려주고 지지해 주는 정서적 안전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Jannini, T. B., Longo, L., Rossi, R., Niolu, C., Siracusano, A., & Di Lorenzo, G. (2023). Complex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cPTSD) and suicide risk: A multigroup mediation analysis exploring the role of post-traumatic symptomatology on hopelessness.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165, 165–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