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 믿어 망한 인생들에게 ]
1. 40대 목사의 삶을 뭐라 말할수 있을까요. 예수 믿어 망한 인생이라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소명을 말하던 청년기의 한국교회는 자신감으로 넘쳐있었습니다. 거기 올라탄 청년이었던 우리들은 부교역자를 하면서 한국교회의 내리막길을 함께 했습니다.
2. 시스템 안에서 최대한 무너짐을 보수하면서 진심으로 사역했지만 결국 40대가 되어 소수의 사람들은 청빙을 받고 다수의 사람들은 개척으로, 알 수 없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다 안티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빚은 불어나 있는데 살아갈 기술이 없고, 내일의 현실을 뚫고나갈 상상력과 체력이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소명은 있는데 갈 곳은 없어요. 스토리는 있는데 갈 바를 알지 못한채 불안한 오늘을 믿음으로 버텨야 합니다. 교회사역을 통해 얻어진 이런저런 속병들도 많습니다.
3. 하지만 이 시대에 어려움은 목사만 겪는게 아니에요. 전도사님들이나 간사라는 이름으로 교회에 소속되어 일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은 더 할 때가 많더라구요.
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들, 인문학자들의 삶은 어떨까요? 박사학위 따고 택배노동자로 살다가 사고로 죽는 분의 뉴스는 특별한게 아닙니다. 대본을 쓰다가 굶어죽는 작가의 이야기도 드러난 하나의 얘기지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분들의 어려운 삶이 있을 겁니다.
5. 40대 목사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우리가 예수 믿어 망했다는 것을 인정했음 좋겠습니다. 우리가 소명을 받았을 청년시기의 한국교회는 참 대단했고 우리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예상되는 나름의 인생스토리를 생각했을 겁니다.
6.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와 있습니다. 베드로처럼 "주님 그 때 저에게 왜 그러셨어요.."라는 풀리지 않는, 대답 없는 질문을 되내이면서 그물을 깊고 있어요. 그런 베드로에게 찾아가신 예수님이 우리에게도 찾아오실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7. 우리의 스토리는 우리가 쓰는게 아니더라구요. 하나님이 강력하게 개입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그게 아니면 우리의 삶은 너무 우습고 애잔한 스토리일 수 밖에 없잖아요. 우리는 사실 의심도 많고 잘난 구석도 참 많죠. 그런데도 잘 안 된 사람들이 우리잖아요. 그렇게 원망을 갖고 늙는 중입니다.
8. 예수 믿어 망한 우리들에게 찾아오십니다. 우리가 이해한 스토리를 부드럽게 다시 잡아주십니다. 저도 예수 믿어 망한 사랑하는 나의 동역자들께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당신만이 아닙니다."
9. 이 시대에 다들 지나치게 열심히 살다가 지치고 마음이 망가지고 고립된 사람들에게, 꿈을 잃고 현실 속에서 표정 없이 살게 된 사람들에게 주님이 찾아오십니다. 다시 한번 "나를 따르라" 말씀하십니다.
10. 거기서부터 진짜 주님의 일하심이 시작됩니다. 모두가 신음하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힘이 거기에 있습니다. 나의 성공적인 이력에 말의 권위가 세워지는게 아니에요.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참된 가치, 실패한 이를 찾아오시는 주님의 위로가 이 세상에 부어지려면 40대 목회자들이 주님을 만나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 깨어진 삶으로 이 세상에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40대 목회자들은 만물의 찌끼같이 되었을지 몰라도, 우리 시대의 교회를 위로하고 세워나갈 여전한 하나님의 비밀병기라고 저는 믿습니다.
조재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