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몽룡은 관람실 자리로 돌아오면서 아까부터 거슬리던 남자를 노려보면서 자리에 앉았고 춘향은 자신의 앞에 앉는 몽룡을 보며 묻는다.
여자친구라니……. 분명 아까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한 것이 분명하단 결론을 내린 몽룡은
"여자친구 없어."
라고 단호히 말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그래요?"
라는 춘향의 무심한 한 마디. 나름 기뻐할 거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별 관심없어보이는 춘향의 모습에 살짝 실망하며 책상 위에 놓인 춘향전을 펼쳐든다.
생각보다 재미있게 각색 된 춘향전에 푹 빠져있던 몽룡의 앞에서 춘향이 책을 챙기는 소리가 들리고 몽룡은 고개를 들고 춘향을 바라본다.
"집에 빨리 오란 문자가 와서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춘향은 왜 몽룡에게 말을 했을까? 춘향은 자신도 모르게 던진 말에 얼굴이 화끈거려 입을 꾹 다물고 짐을 챙기고 재빨리 자리를 피한다.
도서관람실을 빠져나가는 춘향의 뒷모습을 보며 춘향을 쫓아가볼까 생각을 해보는 몽룡이지만 처음부터 괜히 들이밀었다가 좋지 않은 인상만 박힐까싶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읽던 책을 계속 읽는다.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 하는 알 수 없는 믿음을 가지고…….
"엄마! 무슨 일 있어?"
-지금 어서 집으로 오렴.-
이라는 문자가 월매에게서 왔고 엄마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집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월매를 찾는 춘향이다.
춘향이 들어오기 전 근심어린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 거실에 앉아 있던 월매의 알 수 없는 근심어린 표정은 춘향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거두어진다.
"오늘 나가서 외식하자. 오늘 엄마 쉬는 날이니까 옷도 사고 영화도 보고하면서 밖에서 좀 놀다가 들어오자."
"갑자기 왠 외식이야."
"갑자기는 무슨. 전부터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어. 어서 옷 갈아입고 나오렴."
월매는 춘향을 그녀의 방으로 밀어넣고 문을 닫는다.
월매의 손에 억지로 방에 들어 온 춘향은 옷장을 열고 갈아입을 옷을 꺼낸다. 그리고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신의 방을 둘러보다가 아직은 밝은 낮의 희야로를 내려다본다.
'뭐지? 괜히 불안하게…….'
춘향은 다시는 이 방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춰내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곧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선다.
"이게 재밌지 않을까?"
"이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영화관에서 두 개의 영화를 놓고 아웅다웅하는 춘향과 월매. 코미디 영화를 주장하는 춘향과 슬픈 멜로 영화를 고집하는 월매의 모습은 영락없는 친구사이 같아보인다.
"에잇! 인심썼다. 이거 봐요."
결국 보고싶은 영화를 포기하는 건 춘향이고 둘은 영화표를 끊는다.
영화가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춘향의 하품소리가 들려온다.
'지루해.'
영화가 중반부에 들어섰을 때 결국 춘향은 잠이 들었고 월매는 그런 춘향을 무시하고 영화에 빠져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 누구보다도…….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욱 슬피…….
"하아암-."
영화가 끝나자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춘향과
"기지배가 교양없이. 멜로 영화 보면서 울지는 못할 망정 퍼질러 자기는."
그런 춘향에게 핀잔을 주는 월매.
"솔직히 지루하잖아."
툴툴거리면서 팔짱을 껴오는 춘향이 마치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갈까싶어 손을 꼭 붙잡는 월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