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임도를 따라
주말을 앞두고 제법 되는 강수량을 계측할 비가 내리다 그친 오월 셋째 토요일이다. 지나간 오월 초순 연휴에는 천주산 꼭뒤 호연봉을 누비고 거제로 건너가 국사봉까지 올라 발품 판 산채를 했다. 구룡산에도 올라 머위를 따왔다. 그 산나물로 아파트단지 건너편 상가 주점에서 지기들과 전을 부쳐 먹고 곰취는 울산 친구와 진주 매제에게 택배로 보내 가는 봄날 풍미를 나누었다.
평일은 대산 들녘을 누비며 수집상이 싣고 떠난 처진 수박을 집으로 가져와 잘 먹는다. 아직은 팔뚝 힘이 남은지라 파지 수박을 가득 안고 들어서 평생학습센터 문해반 할머니들께도 전해 농사는 농부가 짓고 인심은 내가 얻는다. 주말은 다시 산짐승이 되다시피 산자락을 누비려고 길을 나선다. 101번 버스를 타고 창원대로를 달려 합성동 시외터미널을 지난 마산역 앞에서 내렸다.
광장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주말 이른 아침은 갖가지 푸성귀와 과일로 노점이 열린다. 좀 덜 다듬고 흙이 묻은 채지만 서민 취향과 계절감을 물씬 느낀다. 완제 식품으로 손두부와 메밀묵도 보였다. 어떤 날에는 송기떡이나 쑥떡을 파는 할머니도 보였는데 이번은 보이지 않았다. 장터는 일요일도 선다만 토요일 오전만 반짝 성하다 점심나절이 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진다.
진열된 물건을 빙글 둘러보고 정한 시각에 출발하는 진전 둔덕행 76번 버스를 탔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거치면서 승객은 불어 서서 가는 이들도 생겼다. 밤밭고개를 넘어 진동 환승장에 들른 버스는 진전면 소재지 오서를 둘러 잠시 2번 국도 옛길을 달려 일암과 대정을 거쳤다 거락을 지나 대량마을에서 내렸다. 기사는 몇 남지 않은 승객을 태운 채 골옥방을 거쳐 둔덕으로 향했다.
봄날 호젓한 임도를 걸으면서 길섶의 야생화 탐방과 산나물 채집에서 빠뜨리지 않는 곳이 고사리 임도다. 여기 ‘고사리’는 산나물이 아니고 대량마을이 속한 법정 행정 명칭이다. 아까 버스가 달려간 둔덕은 ‘산서리’로 불림은 여항산에서 서쪽이라 그렇게 붙인 듯했다. 1970년대까지 진전천 깊숙한 둔덕골은 함안 여항면이었다가 마산 진전면으로 편입되어 이젠 통합 창원시 관할이다.
대량마을에서 개울을 건너니 너럭바위로 맑은 물이 넉넉하게 흘렀다. 저수지 둑을 지나 고성 일대 명문가 전주 최씨 문중 산소부터 임도가 시작되었다. 길섶에는 쇠어가지만 바디나물과 참나물이 보여 허리를 굽혀 뜯었다. 계곡에는 별장처럼 지낼 외딴집이 두세 채 나왔다. 머위는 무성해도 그대로 둔 채 나비나물과 여린 싸리나무 순도 뜯으며 인적이 없는 이슥한 계곡으로 들었다.
개체 수가 많은 게 참취였고 참나물이었는데 쇠는 듯해서 보드라운 끄트머리만 뜯으면서 갔다. 예각으로 꺾어진 임도를 따라가자 길바닥이 파헤쳐져 유심히 살피니 멧돼지가 더덕을 파먹은 흔적이었다. 멧돼지는 후각이 발달해 칡뿌리나 더덕을 잘 찾아내 캐 먹는다. 돌멩이 틈은 주둥이로 섬세하게 헤집지 못해 남겨둔 더덕이 있어 손에 쥔 스틱으로 예닐곱 뿌리 캔 성과를 거뒀다.
더덕을 캐 놓고 쑥떡과 칡즙으로 간식을 삼았다. 이후 산마루로 길게 이어지는 임도에서 버들분취 군락지도 나오고 고사목에 붙은 목이버섯도 봤다. 봄이 이슥해져 야생화는 귀했는데 보라색으로 꽃을 층층이 피운 조개풀꽃에 이어 금난초를 한 송이 발견해 반가웠다. 우리 지역에서 적은 개체 수로 적어 간간이 보는 여러해살이 초본 금난초는 노란 꽃잎을 활짝 펴지 않음이 특성이다.
산등선을 따라가던 임도 길바닥 군데군데 오동나무에서 떨어진 보라색 꽃잎이 보였다. 전날 비와 함께 바람이 세게 불어 덜 시든 꽃잎이 온전히 낙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동나무는 키가 커서 높은 곳에서 피어 기품 있던 꽃을 더 가까이 보니 고상하고 우아했다. 원산마을로 하산해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로 집 근처 닿아 카페에서 지기와 커피를 들고 손에 든 산나물 봉지를 건넸다. 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