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judgement)
어느 칼럼리스트는
‘탄핵 기각하면
촛불 군중이 일어나고,
태극기 군중이 참지 않으므로
헌법재판소는
어느 쪽이 덜 위험한지를
우선 고려하지 않을까?’라고 글을 쓰면
아마도 자신은 엄청
시달림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민심은
존중받아야 하나
'절대선(善)'은 아니다.”
어느 대권 후보자는
“헌재가 기각하면 혁명이 날 수도 있다”라고
이런 민심을 의식하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
속내를 드러냈다.
우린 언제나
이 함성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촛불과 태극기가
나라를 끌고 갈 수도 없고 또
끌려가서도 안 된다.
이제 이쯤에서
법과 제도에 맡기고
더 냉철하게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허약한 법치가 무너질까 심히 걱정이 된다.
벌써 기름 값은 말없이 잘도
올라가고 있다.
흔히들 인생엔
정답이 없다고 말 하는 것은
인간의 판단 근거는
오로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리므로
처음부터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때론 논리도 부족하고
인과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것은
어쩜 당연할지 모르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 보았다.
그런 고전적 가치가
절대적 진리처럼 여겼지만 진정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진실로
감성보다 이성에 의해 살아갔다면
왜 세상에는 끊임없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전에
불완전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감정보다 나름대로
이성을 갖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해도
판단기준이 워낙 한계적이고
주관적이기에
생각과 다른 현실 앞에
당혹스러워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가 살면서
가장 빈번한 오해 중의
하나는
자기 판단과 기준은 항상 옳다고 여기기에
끊임없이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나랑 안 맞는 사람은
틀린 사람으로 치부하여 이유 없이
싫어한다.
물론 이런 태도는
자신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라는
착각에서
기인되었을 것이다.
연초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사람들은
건강, 사랑, 가족의 형통함 등을 빌 것이다.
설마 이 모든 것이
이룬다 해도 인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사람을 판단하는 마음이요
세상을 보는 눈이다.
판단의 기준이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면 쉽겠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각자
가치관을 갖고
판단하기에
인생은
불편을 넘어 늘 판단으로 인해
삶은 자꾸만
힘겨워 어찌하지 못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말하는 것은
인생은 하루라도
문제가 없을 때가 없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지만
누구라도 인생의 참 가치를 발견했다면
광야 같은 삶일지라도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생의 가치로
여기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자유,
성공적인 삶,
행복한 가정 등 무엇을 삼든
결국 자신의 세계관으로
생의 가치를 정할 수밖에 없기에 우린
쉽사리
타인을 판단하는 일이 어렵다기 보다는
판단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프란시스 쉐퍼
말대로
심판은 타인을 판단하고
자기는 지키지 못했던 기준에 따라 받기에
그렇다.
이게 인생이란 말인가.
우리의 판단은
나이 불문하고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정말
틀리기 쉬울 수밖에 없는 것은
열심히 사는 것보다
못나게 살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고
세상을 심판하며
스스로 자기 올무에 빠져 공허한 생을
자처하고 있으면서도 남을
탓한다.
나는 가끔
작은 일상의 발견을 담은
김은주 <달팽이 안의 달>에 나온 아래
글귀가 문득 생각난다.
“상대방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방이 아니라 그 날의 나의 기분,
나의 취향, 나의 상황
바로 ‘나’이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했다면
자신을 의심하라...”
인생은
나이로 사는 것이 아니라
꿈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여 지는 오늘을 위해
보이지 않는
내일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라는 교훈이다.
오늘
내 감정과 유익을 위해
잘못 판단하여
타인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내일보다는
인생의 진정한 꿈을 위해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의
좋은 점만을 봐야만
나이가 들어도 꿈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야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야만
소중한 것을
지킬 힘을 소유할 수 있기에
꿈이 있는 내일이
자신을
편히 잠을 자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