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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여름의 어느날 저녁 동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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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초번 근무다..
동초로 나가기 전 엄숙하게 장비점검을 한다.
나의 애인같은 M16 소총의 작동 여부를 세심하게 확인 한다. 20발 짜리 탄창 찰칵 결합시키고, 노리쇠 후퇴시켜 1발 장진 후 자물쇠 잠금 확인(자물쇠 풀고 방아쇠 당기면 즉시 발사 가능 하도록)
150발들이 탄약 한통과,
수류탄 2발 안전핀 확인 후 착용 완료
대동할 방위병 칼빈총 휴대 점검...
(방위병은 실탄을 지급하지 않는다..)
무전기와 후레쉬 작동 점검
완전 무장 확인 후 방위병을 대동하고 우동초소로 향한다..
장비들이 묵직하게 어께와 팔에 걸린다..
..
방파제 초입이 오늘의 근무지다
파도가 환호성 치는 바다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 한다..
바다는 점차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서 산 등성이에는 파란 하늘이 손바닥 만 하게 남았다...
..
한낮의 뜨거웠던 열기는...
짙은 어둠과 파도 속으로 사그러진다...
바닷 물보라가 흩뿌려지며 얼굴을 시원하게 훓고 지나 간다...
검은 바다를 바라 보고 서 있노라면,
나는 마치 해적 선장이 된 것 같은 감상에 잠시 젖어든다...
...
이 어촌 마을은 20대의 처녀들이 5명 정도 있다...
주둔 후 한 달 정도 경과하자 ..
마주치는 대원들과 은연 중에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이루어졌다...
그녀 들은 대게 오전 11시 쯤 ..
물이 수정 처럼 맑고 몽돌이 깔린 해변으로 빙돌아 헤엄쳐 온다..
해변이 초생달 모양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 물속에 물고기들이 노니는 것과 수초들이 다 들여다 보인다
(이 곳은 군사 시설 보호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다...)
소초가 해발 50M 쯤 되는 절벽 위에 있으므로
그녀들을 내려다 보면, 마치 반짝이는 인어들이 바다위에서 헤엄 치는 것 처럼 보인다...
대원들은 야간 근무 후 낮에는 취침을 하므로,
나는 조용히 두어명을 깨워서 그리로 내려간다.
아가씨들은 가져온 먹거리 해산물들을 손질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해삼 멍게 전복들..
타이티 여인들 처럼 싱싱한 얼굴과 물 젖은 몸매가 요염하다. 잠시 우리들과 만찬을 즐기며 히히덕 거리다가 그녀들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손을 흔들며~
그 아가씨들은 어느 대원이 오늘 어느쪽 야간 근무자라는 것을 안다...
그러고 주민들이 잠든 9시 이후 고요한 시간에...
자기가 선택한 그 대원의 근무지로 시나브로 찾아 온다...
...
9시 쯤 됬나...?
(퀸카가 올때가 됬는데....)
퀸카는 이 마을 한 처녀 별명이다...
마을쪽 에서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다가 오는 것 같다
퀸카다......!
..
- 근무 잘서....!!...
방위병 에게 다짐 하고 ...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를 나란히 걸었다..
퀸카라고 별명이 붙은 것은...
이 처녀가 미인 인데다 키가 크고 몸매가 예뻐서다...
고참 들이 파트너를 바꾸자고...갖은
협박이나 뇌물을 제안을 해 와도 나는 눈썹 하나 까딱 하질 않았다...
나를 파트너로 정한 것이 그녀이기도 했지만...
나도 이 아가씨가 너무 좋았다...
..
밤바다의 데이트는 가슴이 설레인다...
그녀가 낀 팔짱을 바짝 조여오자 뭉클한 젓 가슴이 탱탱하다...
긴 머리가 날리며 내 얼굴을 살랑 살랑 간지럽힌다..
..
절벽 위 소초에서 카본병이 쏘는 써치 라이트...
강렬한 무지개 빛 다발을 검은 바다 속으로 세차게 쏟아 넣는다. 수평선을 좌우로 훓으며 적의 침투를 감시하는 것이다.
이 넓은 바다에 어민 들이 쳐 놓은 어장들이 많다..
밤에 불빛을 쪼인 곳에 고기가 많이 잡히기 때문에 ..
어떤 어민은 자기 어장에 많이 좀 비추어 달라고 찾아와서 뇌물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방위병이 있는 쪽에서 후레쉬 불빛이 반짝인다..
깜빡 깜빡 깜빡....!
(대장이 순찰 나오면 세번 깜빡 이기로 했었다...)
곧이어 방위병이 ...
수하 하는 소리가 들리고...
충성...!하는 경례소리...
그리고..
곧장 내가 있는 쪽으로 후레쉬 불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곧장 다가 오고 있다...!
나는 머리칼이 흩 날리는 퀸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나의 심장소리가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침착 하게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뾰죽하게 찔렀다...
(접근 하여 대장에게 수하 하라는 것이다...)
..
..
- 손들어...!
- 뒤로 돌아...!
- 돌고래,,,!
= 고양이...!
대장이 돌아 섰다...
- 수고 많구만 ...!
= 충성..! 근무중 이상~무...!
그는 후레쉬를 이리 저리 흔들어 비추며 방파제 끝까지 샅샅이 수색을 했다..
마치 무엇이라도 찾아 내고야 말 겠다는 듯이..
나는 가슴을 졸이며 대장을 바짝 대동 했다 ...
..
- 수고해....!
ㅡ충성..!
마침내 대장이 돌아서더니 휘적 휘적 걸어갔다..
..
빠바방...!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올때는 시동을 끄고 비탈을 소리없이 내려 온 거다...)
마을 언덕 뒤로 오토바이의 노오란 불빛이 사라져갔다..
..
철얼썩~우카사..~
파도 소리가 갑자기 다시 들리기 시작 했다...
난 퀸카가 어디로 사라 졌는지 불안하고 궁금 했다...
후레쉬불을 이리 저리 비추며 방파제 끝 바닷물 속을 살펴며 찾아 보았다...
- 자갸 여기야...!
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
놀랍게도
그녀가 방파제 위에 올라가 있었다...!
(방파제 높이가 직벽으로 3미터가 넘는다...)
아니 어떻게 거길....?!
난 불현듯..! 그녀는 나의 혼을 빼앗으려고 천상에서 내려 온, 미치도록 매혹적인 마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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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노오란 황금 빛 달..
그 눈부신 덩어리가 검은 수평선 위로 머리를 내어 밀자
일순 바다는 수 많은 갈매기 떼가 날개 짓을 하듯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밤바다를 가득 채운..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이 침묵..
..
오늘은 동초 근무다..
그리고 이 주둔지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다..
눈부신 달빛에 ..
퀸카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인다..
그녀의 얄픗한 손바닥 위에..
왕십리 집 주소를 꼼꼼히 볼팬으로 써 주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 하자고 ..
우리는 새끼 손가락을 걸고 길게 길게 키스를 했다..
..
다음날 ..
철수하는 우리대원들을 ..
환송해 주려 마을 주민들이 길가에 주욱 서 있었다..
정이 믾이 들었던 사람들이였었다.
좋은 회꺼리나 매운탕꺼리가 있으면 소초까지 올라와 취사병에게 건네 주었고.. 우리는 남는 쌀과 기름등을 나누어 주기도 했었다.
그 사람들 속에 퀸카도 서 있었다..
긴머리를 날리며 그녀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헤여졌다..
..
..
대대 복귀후..
모 해안부대에서 근무를 끝내고
유격장에서 동기생들과 눈물의 제대를 했다.. 왜냐면 내가 4개월 일찍 제대를 했기 때문이다(대학 교련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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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대학에 복학 하고 운동하고 미팅하고 열심히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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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왔는데...
겉 봉엔 서툰 글씨로 <00...> 라고 써 있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지 한장이 들어 있었는데...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뭐야.....?)
난 편지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한참 만에 생각이 났다...
퀸카다..!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내가 이럴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백지 편지를 보냈나? 하긴 이름을 불러 본적이 없는거 같다. 걈 자기 자기야 했었으니까.
주소를 보니 서울 가리봉동인데 취직을 했나..?
어떤지 알수가 없다. 그 때는 집에. 유선전화 한대씩 밖에는 없었던 시절 이였으니까. 연락 해 볼 길도 없었다.
나는 그때 바닷가에서 있었던 그 순간을 반추해 보며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1979 년 여름의 어느날 ***
..
<구로구 가리봉동 000-00>
퀸카의 편지에 적혀진..
발신지 주소를 찾아 가는 길이다..
산등성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들 문패의 주소를 하나 하나 확인해 보는 작업이 쉽지가 않았는데, 한참을
이리 저리 헤메이다가...드디어
그 주소의 집을 발견 했다...!
하늘색 찌그러진 나무 대문..
땅에서 30센치 정도 울라 붙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집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시멘트 바닥만 보인다.
수도물 소리가 나고...
누가 빨래를 하는지 그런 소리도 들린다.
아마 그녀가 빨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종이의 주소와 문패의 주소를 다시 한번 맞추어 보았다...
그리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길다란 머리를 손 빗으로 대충 골랐다..
땀에 젖은 티와 청바지를 다시
한번 점검 했다.
과연 나의 퀸카와의 회후의 순간에 어떤 상황이 벌어 질 것인가.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큰키는 그대로 겠지만 머리는 짤랐을까 얼굴은 하애졌을까..나는 장발에 사복을 입었으니 그녀가 몰라 볼 수도 있겠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 돌았다.
..
나는 오랜 세월 방랑을 하던 데미안이..
마침내 그의 연인 베아트리체를 찾아
지치고 그러나 사랑에 찌들은 모습으로 비쳐지길 바라며..
천천히 호흡을 가다 듬었다...~~
첫댓글 크~~~글에 취히는데
댄방공지글인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