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만들어낸 마음의 도피처일 수 있습니다."
Q. 선생님, 손이 다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려 진정이 안 되는 상태로 글을 씁니다.
얼마 전에 아이 거실에 두고 간 핸드폰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성인 사이트 접속 기록과 자극적인 영상들이 가득했습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며칠째 아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더 마음에 걸리는 건 아이의 평소 사람 관계 모습이에요. 우리 아이가 유독 누군가와 깊게 친해지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남겨지는 걸 견디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친구가 조금만 멀어지는 기미가 보여도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해요. 그러다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아예 사람과의 관계를 뚝 끊고 방에 꽁꽁 숨어버립니다.
혹시 현실에서 남들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상처받을까 봐 두려우니까, 그 외로움이나 채워지지 않는 애착의 공허함을 그런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영상들로 대신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납니다. 사람과 진짜 마음을 나누는 애착 관계는 맺지 못하고, 자극적인 매체에만 파묻혀 사는 건 아닐까요?
당장 핸드폰을 뺏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다그치고 싶은데, 그랬다가 수치심에 아이가 더 문을 닫아버릴까 봐 아무 말도 못 꺼내고 있습니다. 부모인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아이에게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우연히 아이의 성인 매체 이용 기록을 발견하시고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지신 부모님의 마음이 글 너머로 생생히 전해집니다.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의 불안정한 대인관계와 애착 양상을 떠올리며 그 이면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 보려 애쓰시는 부모님의 통찰에 깊은 위로와 연대를 보냅니다.
상담 심리학적 관점에서 청소년이나 성인 초기 아이들이 자극적인 성적 매체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현상은, 단순히 호기심을 넘어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결핍과 불안정한 애착을 보상받으려는 방어 기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타인과 친밀해지고 싶으면서도 거절당하거나 상처받을까 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불안정 애착'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진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과정을 너무나 버겁고 위험하게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 통제 불능의 불안을 잠시나마 마비시키고 즉각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타인의 거절 위험이 없는 자극적인 온라인 공간으로 도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먼저, 부모님께서 염려하신 대로 핸드폰을 강제로 빼앗거나 수치심을 주는 방식의 훈육은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아이 역시 자신의 행동에 깊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으며, 강압적인 통제는 아이의 불안을 높여 오히려 더 은밀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고립을 심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네가 요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버거워하고 혼자서 마음 앓이를 많이 하는 것 같아 걱정이야. 혹시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답답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했던 건 아니었을까?"라며, 비난을 내려놓고 아이의 외로움과 불안한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조심스럽게 다가가 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다만, 불안정한 애착에서 비롯된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매체 과몰입이 맞물려 있다면, 이는 가정 내의 대화만으로는 온전히 다루기 어려운 깊은 심리적 과제일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가 관계 속에서 어떤 거절의 공포와 결핍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그 회피의 수단으로 매체 의존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전문가를 통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게 마음을 나누는 건강한 애착 방식을 배우고, 정서적 공허함을 다스리는 대안적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전문 상담 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고, 부모님께서도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중독적인 행동을 멈추게 하려면,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관계 속에서 안전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애착의 상처'를 먼저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1.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외로운 마음'을 먼저 이해해 주세요
음란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충족되지 못한 마음의 허기를 채우려는 행동일 수 있습니다. "왜 그런 걸 보냐"며 다그치고 비난하기보다는,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안하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그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살펴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안전하고 편안한 소통의 경험을 늘려주세요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진짜 사람 대신 영상 속의 가짜 관계에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부부 사이에서 작은 감정이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비판 없이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지며, '진짜 관계'가 주는 편안함과 신뢰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세요.
3.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통해 '애착의 상처'를 치료하세요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 과몰입 문제는 근본적인 애착 문제를 다룰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울 만큼 빠져 있다면, 심리 상담을 통해 과거의 애착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법을 배우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Kató, S., Pintér-Eszenyei, Z. G., Rando Hurtado, M. A., Csinády, A. K., & Szemán-Nagy, A. (2024). Associations of sexual dysfunction with problematic pornography use and attachment styles: a cross-sectional study of Hungarian-Spanish samples. European Psychiatry, 67(S1), S49-S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