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중증외상환자에 치여 지내면서 약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되는 각종 외압에 난 계속 우울했지만 그냥 최대한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담배를 끊지 못했다. 오직 음악이 휴식공간이 되었고 야구에 빠져 지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편안해하는 것이 최소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난 철저히 그런 것에 의지해 견뎠다. 직장에서 밥벌이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주변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우울해질 수는 없었다.
남의 인생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매우 행복하며 멋지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결국 우울한 종말이 찾아온다. 구내식당의 점심 반찬이 잘 나온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라도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즐거움과 같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우울증을 간신히 견디기라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들도 다 힘들다’를 생각하고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It is what it is)’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울함도 감소한다.
우울한 감정이 위험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지구 생물 중 사람만이 우울할 수 있다. 사색할 수 없다면 우울할 수도 없다. 우울한 시간은 사색과 미래 준비 시간일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은 스스로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면서 신파극을 써 나가는 것이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웬만한 일에는 ‘It is what it is’로 퉁치고 넘어가며,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하면서, 어딘가에서 자기를 위해 노력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아주 아주 바쁘게 열심히 일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우울증에 대한 불필요한 신파를 막을 수 있다.
어쩌면 삶 자체가 우울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함께 가야 한다. 올굿 대령을 추모하며 알칸트라는 계속적인 우울함과 궁극적인 생과 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It is what it is.”
첫댓글 어쩔 수 없지..
약 먹어야함
누군가의 존경과 신의를 받는 사람도 우울해하는구나. 본문이 참 와닿는다
대단하다…전문 읽어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받아들이고 그냥살자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느껴진다
것두 그렇구 항상 너무 힘든 일을 하시니까.. 생과 사의 기로에서.. 고생 많으십니다..
교수님 책 읽어보면 처절한 느낌이었어ㅠㅠ
그렇고 그렇다.. 소소한 행복 많이 느끼시길
환멸날 것들 잘 보일 듯
와..
하....
It is what it is...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