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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손안·변상이 해승을 추격하여 이궐산에 당도하였을 때, 산 뒤편에 매복하고 있던 적장이 1만 기병을 이끌고 튀어나왔다. 양지 등은 적군과 한 바탕 싸움을 벌였다. 그 틈에 해승은 빠져나가 패잔병을 이끌고 성으로 들어갔다.
손안은 용맹을 떨쳐 적장 두 명을 죽였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천 명의 기병은 적군에게 몰려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다. 그 골짜기는 사면에 모두 가파른 절벽으로 나갈 길이 없었다. 적군들은 나무와 돌을 운반하여 골짜기 입구를 막아 버리고, 성으로 달려가 공단에게 보고하였다. 공단은 2천 병마를 보내 골짜기 입구를 지키게 하였다. 양지와 손안 등은 설혹 날개가 있다 해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한편, 노준의는 해승의 육화진을 깨뜨리고, 마령의 금전술(金磚術)과 여러 장수들의 용맹 덕분에 전승을 획득했다. 적의 맹장 3명을 죽이고, 그 기세를 타고 돌격하여 용문관을 탈취하였다. 만여 명을 참하고, 획득한 말과 갑옷 등이 무수하였다. 적병은 후퇴하여 성으로 들어갔다.
노준의가 군마를 점검해 보니, 적진으로 뚫고 들어간 양지·손안·변상의 1천 군마가 보이지 않았다. 노준의는 해진·해보·추연·추윤으로 하여금 각각 1천 인마를 이끌고 사방으로 나가 찾게 하였지만, 해질 무렵까지 찾아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노준의는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 다시 해진 등으로 하여금 양지 일행을 찾게 하였다. 해보는 병력을 이끌고 칡덩굴을 붙잡고 산을 기어올라 이궐산 동쪽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갔다. 봉우리 위에서 살펴보니, 서쪽의 깊은 골짜기 속에 한 떼의 인마가 있는 것 같은데 숲이 빽빽하여 자세히 볼 수가 없었고, 거리가 너무 멀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보는 군졸들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 주민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모두 피난을 가서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산속으로 더 깊고 외진 곳으로 들어갔더니 넓은 평지가 나왔는데, 가난한 농가 몇 집이 있었다. 농부들은 군마를 보고 모두 놀라서 모여들었다. 해보가 말했다.
“우리는 조정의 군대로서 역적들을 소탕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농부들은 관병이란 말을 듣고 더 놀라는 것 같았다. 해보가 좋은 말로 위무하고서 말했다.
“우리는 송선봉의 부하들입니다.”
한 농부가 말했다.
“오랑캐들을 무찌르고 전호를 사로잡았으며,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그 송선봉 말입니까?”
해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자 농부들이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했다.
“장군께서는 닭이나 개를 잡아가지 않는 분이시군요. 지난해에 역적을 잡으러 온 관병들은 강도나 마찬가지로 노략질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곳으로 피난 온 것입니다. 오늘 장군께서 오셨으니, 저희들은 다시 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보는 양지 일행 1천 인마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과 서쪽 깊은 골짜기에 대해서 물었다. 농부들이 말했다.
“그 골짜기는 안료홍이라 부르는 곳인데, 들어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농부들은 해보를 골짜기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추연·추윤의 군마와 만났다. 병력을 합쳐서 적병들을 쫓아 버리고, 나무와 돌을 치우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가을도 깊어가는 때였는데, 과연 골짜기는 깊고 험준하였다.
양지·손안·변상과 1천 군마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서 나무 아래 앉아서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해보 등의 인마를 보자, 모두 기뻐서 환호하였다. 해보는 가지고 온 마른 양식을 나누어주어 먼저 주린 배를 채우게 한 다음, 골짜기를 빠져나왔다.
해보는 농부들과 함께 대채로 돌아가, 노선봉에게 보고하였다. 노준의는 크게 기뻐하면서 은자와 곡식을 농부들에게 내주었다. 농부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뒤이어 해진도 군마를 이끌고 본채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노준의가 성을 공격하기 위해 주무와 병마 배정을 하고 있는데, 홀연 유성마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왕경이 가짜 도독 두학으로 하여금 12명의 장수와 병마 2만을 거느리고 서경을 구원하게 하였습니다. 병마는 이미 30리 밖에 당도하였습니다.”
보고를 받은 노준의는, 주무·양지·손립·단정규·위정국으로 하여금 교도청·마령과 함께 병마 2만을 거느리고 대채 앞에 진을 벌리고 성중에서 나오는 적병을 막게 하였다. 그리고 해진·해보·목춘·설영으로 하여금 군마 5천을 거느리고 산 위의 영채를 지키게 하였다. 노준의는 나머지 장수들과 군마 3만5천을 거느리고 친히 두학을 맞이하러 나갔다. 그때 낭자 연청이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오늘 친히 전쟁터에 나가시면 안 됩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뭣 때문이냐?”
“제가 어젯밤에 불길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의 일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내가 이미 나라에 몸을 바쳤는데, 이롭고 해로움을 돌아볼 수는 없다.”
“만약 주인님께서 꼭 가시겠다면, 저에게 보병 5백을 주십시오.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노준의가 웃으며 말했다.
“넌 대체 뭘 하려는 거냐?”
연청이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관여하지 마시고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래, 주마! 네가 뭘 하는지 보겠다!”
노준의가 즉시 보병 5백을 연청에게 내주자, 연청은 그들을 이끌고 떠났다. 노준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노준의는 병마를 거느리고 대채를 떠나 평천교 다리를 지났다. 평천에는 기이한 돌들이 많이 있었는데, 당나라 때 재상이었던 이덕유의 장원이 있던 곳이었다. 연청이 그곳에서 병사들을 데리고 나무를 베고 있었다. 노준의는 웃음이 나왔지만, 적을 치러 가는 일이 급해 연청에게 물어볼 여가가 없었다.
노준의는 용문관 서쪽 10리 되는 곳에 서쪽을 향해 진을 벌리고 적을 기다렸다. 1시간쯤 지나자 적병이 당도하였다. 양군이 대치하자 북소리와 함성이 울렸다. 적진에서 편장 위학이 큰 칼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송군 진영에서는 산사기가 쟁을 들고 말을 몰아 나왔다. 두 장수는 아무 말 없이 싸움을 시작했다.
두 장수가 30합쯤 싸웠을 때, 산사기가 쟁으로 위학의 말 뒷다리를 찔렀다. 말이 뒤로 주저앉으며 위학이 말에 떨어지자, 산사기가 쟁으로 찔러 죽였다. 적장 풍태가 노하여 쇠로 된 네모난 채찍 두 개를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달려 나와 산사기에게 달려들었다. 두 장수가 10여 합을 싸웠을 때, 산사기가 풍태를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변상이 쟁을 들고 싸움을 도우러 달려 나왔다.
그때 풍태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채찍으로 산사기를 쳐서 말에서 떨어뜨리고, 다시 다른 채찍으로 내리쳐 끝장내고 말았다. 풍태는 말을 돌려 변상을 대적하였는데, 변상의 용맹도 만만치 않았다. 풍태의 말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변상이 큰소리를 지르면서 쟁으로 풍태의 가슴을 찔러 말에서 떨어뜨렸다. 양군에서 함성이 울렸다.
적진의 주장 두학은 연이어 두 장수가 죽는 것을 보고 가슴 속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나는 것 같아,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달려 나왔다. 송군 진영에서도 주장 노준의가 친히 출전하여 두학과 50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학이 사모를 쓰는 법은 신출귀몰하였다.
손안은 노선봉이 두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싸움을 도우러 검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적장 탁무가 낭아곤을 휘두르며 달려 나와 손안을 맞이하였다. 4~5합이 되지 않아, 손안이 신위(神威)를 떨쳐 한칼에 탁무를 베어 말에서 떨어뜨렸다. 탁무를 참한 손안은 말을 돌려 검을 휘두르며 두학에게 달려들었다.
두학은 탁무가 죽는 것을 보고 어쩔 줄을 모르다가, 손안이 휘두른 검에 오른쪽 팔이 잘려 말에서 떨어졌다. 그때 노준의가 쟁으로 두학을 찔러 끝장내고 말았다. 노준의는 병력을 몰아 공격하였다. 적병은 대패하였다.
홀연 서남쪽 비탈진 소로에서 한 부대의 기병이 달려 나왔다. 앞장선 장수는 얼굴이 검고 추악하게 생겼는데, 짧은 더벅머리에 쇠로 만든 도관(道冠)을 쓰고 옷깃이 없는 전포를 입고 있었다. 숯불 같은 붉은 말을 타고 검으로 군사들을 지휘하면서 나는 듯이 달려왔다.
노준의는 그들이 적병의 군복을 입은 것을 보고, 병력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 장수는 맞서 싸우지 않고 입속으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더니, 칼을 들어 정남쪽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적장의 입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잠깐 사이에 땅 위에 불길이 치솟고 뜨거운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송군을 향해 덮쳐왔다.
송군은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하여 대패하고, 북과 말 등을 버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미처 달아나지 못하고 불에 타 죽은 군사가 5천이 넘었다. 장수들은 노준의를 보호하여 평천교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군사들이 먼저 다리를 건너려고 다투어 몰려들었기 때문에 다리가 무너져 버렸다. 그때 다행히 연청이 베어 놓은 나무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교를 만들어 군사들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가 2만이었다.
노준의는 변상과 함께 뒤에 처졌는데, 다리 근처에 당도했을 때 적장이 바짝 추격해 와서 변상을 향해 불을 뿜었다. 변상은 온몸에 불이 붙어 말에서 떨어졌는데, 적병들이 달려들어 죽였다. 노준의는 다행히 다리를 건너 달아났다. 적장은 병력을 이끌고 계속 추격해 왔다.
먼저 달아난 군사들이 교도청에게 알리자, 교도청은 검을 들고 단기로 달려 나와 적장에 맞섰다. 적장은 교도청이 달려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검을 들어 남쪽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불길은 더욱 세차게 타올랐다.
그걸 본 교도청이 수결을 집고 주문을 외우면서 검을 들어 북쪽을 가리키며 삼매신수법(三昧神水法)을 썼다. 삽시간에 수천 가닥의 검은 기운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폭포가 되어, 수억 개의 구슬 같은 물방울이 적장에게 쏟아져 내려 불을 꺼 버렸다.
적장은 요술이 깨지자 말을 돌려 달아났는데, 말이 물이 묻은 돌을 밟아 미끄러지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그때 교도청이 나는 듯이 달려가 검을 휘둘러 적장을 두 동강 내고 말았다. 적병 5천 가운데 넘어져 다친 자가 5백여 명이었다. 교도청이 검을 들고 소리쳤다.
“투항하면 목이 붙어 있을 것이다!”
적병들은 교도청의 법력을 보고, 모두 말에서 내려 무기를 내던지고 땅에 엎드려 목숨을 애걸하였다. 교도청은 좋은 말로 그들을 위무하고, 적장의 수급을 잘라서 매달고 항병들을 이끌고 노선봉에게 가서 승첩을 바쳤다. 노준의는 교도청에게 감사해 마지않았으며, 아울러 연청의 공로를 칭찬하였다.
장수들이 항병들에게 물어, 요술을 쓴 적장의 이름이 구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멸은 요사한 불길을 일으켜 사람을 태워 죽이는 놈이었는데, 얼굴이 추악하여 독염귀왕(毒焰鬼王)이라 불렸다. 예전에 왕경을 도와 반란을 일으켰었는데, 2년 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근래에 다시 남풍으로 와서 왕경에게 말했다.
“송군의 세력이 대단하다니, 제가 가서 그놈들을 소탕하겠습니다.”
그래서 왕경이 구멸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었다.
공단과 해승은 구원병이 패한 것을 보고,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성을 굳게 지키기만 하였다.
교도청이 노준의에게 말했다.
“저 성은 성벽이 견고하고 해자가 깊어, 급히 깨뜨릴 수가 없습니다. 오늘 밤에 빈도가 작은 술법을 부려, 선봉께서 공을 세우시는 것을 도와 두 분 선봉의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어떤 술법을 쓸 건가?”
교도청이 노준의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차여차 하겠습니다.”
노준의는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장수들을 불러 성을 공격할 준비를 하게 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 산사기와 변상의 빈소를 마련하여 친히 제사를 지냈다.
그날 밤, 교도청은 검을 짚고 술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서경성 일대를 자욱하게 뒤덮었다. 성을 지키는 적병들은 지척도 분간할 수 없게 되어 서로를 돌아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송군은 어둠을 틈타 사다리를 성벽에 걸치고 기어 올라갔다. 그때 한 발의 포성이 울리면서 짙은 안개가 홀연 걷혔다. 성 위에 올라간 송군들이 각자 횃불을 밝히자 성 위아래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성을 지키던 적병들은 깜짝 놀라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송군의 창칼에 베어져 떨어져 죽은 자가 무수하였다.
공단과 해승은 창졸간에 변란이 일어나자 급히 병력을 이끌고 구원하러 왔지만, 네 성문은 이미 송군에게 탈취당한 후였다. 노준의는 대군을 몰아 성중으로 돌격하였다. 공단과 해승은 난군 속에서 죽음을 당하고, 나머지 편장들과 아장들은 모두 투항하였다. 항복한 자가 3만 명이었다. 성중으로 들어온 송군은 추호도 백성을 범하지 않았다.
날이 밝자, 노준의는 방을 내붙여 백성을 안정시켰다. 교도청의 대공을 기록하게 하고, 삼군의 장병들에게 무거운 상을 내렸다. 마령을 송선봉에게 보내 승첩을 전했다. 마령이 명을 받고 갔다가, 저녁에 돌아와 보고하였다.
“송선봉께서 형남을 공략하여 연일 적군과 교전하고 있습니다. 남풍에서 온 구원병을 대파하고 적장 사우를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송선봉께서는 군무로 인해 너무 피로하셔서 병이 나셨고, 며칠째 군무는 모두 오군사께서 맡고 계십니다.”
노준의는 보고를 받고, 걱정이 되었다. 급히 군무를 처리하고, 서경성은 교도청과 마령에게 맡기고 주무 등 20명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형남을 향해 떠났다. 며칠 후 형남성 북쪽에 있는 대채에 당도하여, 노준의는 송강의 안부를 살피러 갔다. 송강은 신의 안도전의 치료 덕분에 병세가 많이 나아가고 있었다. 노준의는 기뻐하면서, 송강과 군무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홀연 군사가 달려와 보고하였다.
“당빈이 소양 등을 호송하여 대채에서 30리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갔다가, 홀연 형남의 적장 미생·마강이 거느린 1만 정병과 마주쳤습니다. 적군은 선봉께서 병이 나서 누워 계신 틈을 타서 우리 대채를 기습하러 오다가 마침 우리 인마와 마주쳤던 것입니다.
당빈은 두 적장과 힘을 다해 싸웠지만, 중과부적인데다 미생이 워낙 용맹하여 미생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소양·배선·김대견은 모두 사로잡혔습니다. 저들이 본래는 우리 대채를 기습하려 했지만, 노선봉께서 대군을 거느리고 온 것을 알고서 소양 등만 끌고 돌아갔습니다.”
송강은 보고를 받고 깜짝 놀라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양 등의 목숨이 끝장이로구나!”
송강의 병세는 다시 악화되었다. 노준의를 비롯한 장수들이 모두 와서 송강을 위로하였다. 노준의가 송강에게 물었다.
“소양 등은 어디로 가는 길이었습니까?”
송강이 목이 메어 울면서 말했다.
“내가 병이 난 것을 알고 소양이 진안무에게 허락을 받고 문병을 왔었는데, 그때 김대견과 배선을 완주로 보내달라는 진안무의 명을 받들고 왔네. 비석을 새기고 문서를 작성할 것이 있었던 모양이네. 그래서 오늘 당빈으로 하여금 1천 인마를 거느리고 세 사람을 완주로 호송하게 했던 것이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적군에게 사로잡혀 갔으니, 세 사람은 필시 살해되고 말 것이야!”
송강은 노준의에게, 오용을 도와 성을 공격하여 미생과 마강을 붙잡아 원수를 갚으라고 하였다. 노준의는 명을 받들어 성 북쪽의 영채로 갔다. 여러 장수들과 오용이 맞이하여 인사를 나눈 후, 노준의가 소양 등이 사로잡힌 일을 얘기했다. 오용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이고! 세 사람이 끝장났구나!”
오용은 즉시 장수들에게 명을 내려 힘을 다해 성을 공격하라고 하였다. 장수들은 명을 받고 사면에서 성을 공격하였다. 오용은 또 군사를 시켜 운제 위에 올라가 성중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게 하였다.
“속히 소양·김대견·배선을 내보내라! 만약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성을 깨뜨려 그 누구를 막론하고 모조리 도륙해 버릴 것이다!”
한편, 성을 지키고 있는 적장 양영은 왕경으로부터 가짜 유수(留守)의 직책을 받아 여러 장수와 편장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미생과 마강이 싸움에 패하고 도망쳐 와서 함께 성을 지키고 있었다. 그날 미생과 마강이 소양 등 세 사람을 사로잡아 왔을 때에는, 아직 송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지 않았다.
미생은 성으로 들어와 소양 등을 원수부로 끌고 가서 바치고 공을 청했다. 양영은 성수서생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포박을 풀어주고 항복을 권했다. 소양·배선·김대견 세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꾸짖었다.
“무지한 역적들아! 네놈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그따위 말을 지껄이느냐? 네놈들은 빨리 우리 세 사람을 한칼에 죽여라! 우리 여섯 개의 무릎이 단 반 개라도 땅에 닿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마라! 송선봉께서 성을 깨뜨리고 너희 쥐새끼 같은 무리들을 사로잡아 만 토막으로 찢어 죽일 것이다!”
양영은 크게 노하여 군사들에게 명했다.
“저 개 같은 세 놈을 두들겨 패서 무릎을 꿇려라!”
군사들이 몽둥이를 들고 마구 두들겨 팼는데, 세 사람은 땅바닥에 쓰러져서도 한 사람도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그래도 계속 욕을 해대자, 양영이 말했다.
“네놈들은 한칼에 죽여 달라고 하지만, 나는 네놈들을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다!”
양영은 군사들에게 명하였다.
“이 개 같은 세 놈에게 칼을 씌워 원문(轅門) 밖에 세워 두고 두 다리를 매우 쳐라! 다리가 부러지면 절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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