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 있어라! <깨어 있음의 예찬禮讚, 깨어 있음의 축복祝福>
2024.10.22.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에페2,12-22 루카12,35-38
지금도 수년전에 집무실 게시판에 붙여 놓은 “늘 깨어 있어라!”는 글귀입니다. 아마 여러분에게도 붓펜으로 이 글귀를 써드렸을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깨어 있는 삶입니다. 요즘 널리 보급되고 있는 향심기도를 비롯한 온갖 비움기도나 명상기도가 목표하는 바도 깨어 있는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 역시 “깨어 있어라”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제자들에게 내리는 주님의 권고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발목까지 늘어지는 겉옷 자락을 올려 띠로 묶은 것은, 즉시 일할 수 있게 준비를 갖춘 모습이자 이스라엘인들이 파스카 축제를 지닐 때 취하는 여행자의 자세요 메시아를 기다리는 몸가짐입니다. 한마디로 늘 준비되어 기다리는 깨어 있는 삶의 자세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도입니다.
깨어 있음은 관상입니다.
깨어 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 있음은 행복입니다.
깨어 있음은 자유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쁨입니다.
깨어 있음은 일치입니다.
깨어 있음은 지혜입니다.
깨어 있음은 진리입니다.
깨어 있음은 화해입니다.
깨어 있음은 치유입니다.
깨어 있음은 영원입니다.
깨어 있음은 만남입니다.
깨어 있음은 환대입니다.
깨어 있음은 그리움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다림입니다.
깨어 있음은 깨달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은총입니다.
깨어 있음은 빛입니다.
깨어 있음은 체험입니다.
깨어 있음은 살아 있음입니다.
깨어 있음은 아름다움입니다.
깨어 있음은 새로움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수입니다.
깨어 있음은 사랑입니다.
깨어 있음은 경청입니다.
깨어 있음은 겸손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종입니다.
깨어 있음은 온유입니다.
깨어 있음은 희망입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깨어 있음의 은혜들입니다. 말그대로 깨어 있음 예찬입니다. 깨어 있음의 관상입니다. 깨어 있음의 중심에 바로 주님이 계십니다. 깨어 있음의 영성은 얼마나 풍요로운지요! 모든 문제는 깨어 있지 못함에서 기인함을 봅니다. 깨어 있지 못해 외로움이요 쓸쓸함입니다. 깨어 있지 못해 쉽게 유혹에 떨어집니다. 참으로 깨어 있음은 영성생활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깨어 있음은 인생 허무나 무지의 대한 답임도 깨닫습니다.
사람이라 다 사람이 아니라 참으로 깨어 있는 이들이 참으로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있는 참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깨어 있음의 성소에 불림 받고 있습니다. 깨어 있지 못할 때 세상 것들에 중독되어 괴물도 악마도 야수도 폐인도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사람아닌 어느 피조물이 깨어 있을 수 있겠는지요!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에 이어지는 깨달음의 진리들입니다. 모두가 “깨”자 돌림입니다.
막연한 깨어 있음은 얼마 못갑니다. 한결같이, 끊임없이 사랑하는 주님을 일편단심 그리워 기다릴 때 비로소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래서 깨어 있음의 영적훈련을 통한 깨어 있음을 습관화가 절실합니다. 제가 평생 지도해온 명상기도도 이에 근거합니다. 일정한 성구를 호흡에 맞춰 되뇌이며 마음을 모으는 기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결같은 끊임없는 깨어 있음의 수행이자 훈련이요 깨어 있음의 습관화입니다. 깨어 준비하여 기다리며 기도할 수 있는 주님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다음 ‘주인’은 ‘주님’으로 바꿔 읽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이런 주님을 기다리는 깨어 있음의 행복을 능가할 수 있는 그런 깨끗한 행복은 없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주님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러 오신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섬기러 오시는 겸손한 사랑의 주님을 모시는 행복을 우리는 날마다 깨어 있다 미사전례를 통해 체험하지 않습니까!
오늘 제1독서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을 통해 확연히 감지되는 바 바오로 사도의 깨어 있음입니다. 길이자 진리이자 생명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늘 깨어 있는 삶을 살았던 각자(覺者) 바오로 사도의 깊은 영적 체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고백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는 당신 안에서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통하여 양쪽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가게 하셨습니다.”
참으로 깨어 있는 바오로에게 계시된 풍요한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깨어 있는, 깨달은 자들의 교회론은 얼마나 깊고 풍요롭고 아름다운지요!
“그러므로 여러분은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그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살아 있는, 깨어 있는 자들의 역동적 유기체의 교회공동체요, 끊임없이 내외적으로 성장하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중인 교회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신자들의 깨어 있는 삶을 위한 영성훈련을 통한 습관화는 얼마나 중요한지 요! 우리 수도자들이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거행하는 시편 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가 참 좋은 깨어 있는 영성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있음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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