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9. 4. 월요일.
날씨가 다소 흐리지만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이다.
기온이 온화하고....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음은 늘 서해안 산골마을에 내려가 있다.
오래 전에 쓴 일기장에서 글 몇 개를 골라서 <한국국보문학카페> '삶의 이야기방'에 올린다.
오래 전에 썼던 글이라서 낱말, 문구 등이 어색하고, 틀린 것도 있으리라.
누구라도 이를 지적해서 알려주시면 나는 정말로 고마워할 게다.
문학-글은 글을 정확하게 써야 하기에. 덕분에 나는 글쓰기 공부를 더 하고...
1. 바람 불어와 좋은 날
바람 불어와 좋은 날도 있으련만
오늘은 바람 불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황사가 조금 가신,
어제보다 조금 더 맑은 하늘이건만
날씨는 유난스럽게 추웠다
바람도 드셌다
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엉키어도
옷깃을 여미게 하여도
바람 불어와 좋은 날이었다고 나를 달래야겠다
인생이란 늘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이기에
먼 훗날을 기약할 수 있기에
바람 불어와 좋은 날이었다고 말해야지.
2006 3. 12. 바람의 아들
2. 시간이 멈춰버린 곳
갯바람 실려와 건들거리는 시골집 바깥마당
누렇게 마른 잔디이파리 속에
작은 풀이 싹트고 있었다
양지바른 창고벽에 등 대어 앉았다
잔디 위에 앉아 눈 감으니
햇볕이 얼굴을 핥는다
나른한 봄날에 얼굴 타겠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정적
아직은 조금 이른 계절인가
콤바인 중장비가 타 동네에서 밭 갈러 왔다
비 내리면 씨앗 뿌리겠지.
2006. 3. 26. 바람의 아들
3. 내려가고 싶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휴가를 내서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곳에서 나를 잊어야겠다
푸른 나무잎새와 풀잎 위에 밤이슬이 맺는 것을 들여다보고,
밤새 목청 높여 짝을 부르는 개구리소리도 들어야겠다
시끄럽겠지만 그것도 자연의 소리
귀 기울이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지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는 무렵이기에
늙은 어머니 곁에서 2~3일간이라도 머물러야겠다
심심하면
앵두를 따 입안에 툭툭 털어넣고,
무창포 갯바다로 나가서 수평선을 바라봐야겠다
때로는 삽과 호미 들고 밭일을 힘껏 해야겠다.
2006. 5. 25. 바람의 아들
4. 멀어지는 게 사랑이라면
작은 들꽃 한 송이
가만히 들여다보았지
'비켜 주세요. 그늘이 지잖아요?'
볼멘소리에 고개를 쳐들었지
햇볕을 가리고 있었구나
뒤로 물러나 또 들여다보았지
'더 비켜 주세요. 바람이 통하지 않아요''
앙칼진 소리에 또 고개를 쳐들었지
바람을 막고 있었구나
멀어지는 게 사랑이라면
고추잠자리, 훌쩍 떠나야겠구나.
2006. 8. 1. 바람의 아들
5. 너 바람이구나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나는 알지요
당신이 왔다는 것을
나뭇잎이 흔들렸으니까요
나는 달팽이
햇볕이 따가워
그늘 속으로 숨어서 지내지요
그런데도 당신을 기다립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기다리니까요
햇볕과 함께 당신이 오는 날에는
그늘 속으로 숨어 있어도
더듬이로 당신을 느낀답니다.
2006. 8. 3. 바람의 아들
6. 산 아래 늙은 농부
산 아래 마을 늙은 농부
흙 한 삽 뜨고 씨앗 한 알 묻었지
생각이 나면 한 삽 더 떠
그리움을 묻었지
흙 속에 자꾸 묻어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
지치면 떠날 때라고
고개 들어 멀리 한양을 바라보았지.
2007. 3. 19. 바람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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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봄을 알리는 빛깔이어라
며칠 전 햇볕 드는 곳에
앙증맞게 핀 제비꽃 한 송이
보랏빛으로 피어 있었지
바람 부는 오늘 아침 출근길
길섶에 핀 민들레 한 송이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네
그래도
봄을 알리는 빛깔이어라.
2006. 3. 13. 바람의 아들
*서울 용산구 삼각지 MND에서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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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 평가 :
어머니가 시골에서 혼자 사셨다.
나는 주말을 이용해서, 또는 격주마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고향에 내려갔고,
때로는 무창포 갯바다로 나가서 해변가를 걸었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바람처럼 흘러간 세월은 이제는 꿈속에서나 더듬겠지.
또 이렇게나마 남은 글에서 옛일을 떠올리겠지.
내 닉네임은 '바람의 아들'.
이외에도 '바람'과 연상되는 닉네임이 여러 개 있었다..
'바람 불어와, 바람처럼, 바람이 되어'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