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인물탐구
- 어떤 경상도 사투리 -
사투리를 쓰면 리얼해지기 때문에 말이나 글에 혹간 쓰는 때가 있습니다. 주로 남부지방 사투리인데..온라인채팅에서도 간혹 썼었지요. 그 이유는 받침이 별로 없어서도 있고, 글이 좀 짧아지기 때문도 있고, 꼬박 경어 쓰는 부담도 덜어지고, 친숙함도 좀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닙니다’ 보다 ‘아닌디라’ ..같은 이야기지만 분명 차이가 있지 않은가요? 충청이나 강원 등은 그리 뚜렷한 특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억양으로야 쓸 만하겠지만...
하여간 전에 어떤 소설(제목도 작가도 잊었음)에서 발췌해둔 경상도 사투리를 소개해봅니다.
소개하는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은 터프함과 다소의 무식내지 막무가내성 같은데 화자가 3류 건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 하품하다 턱 빠지는 소리 마소
고칫가리 남은 거 있으만 가와보소
니 무신 왕조실록 읊으고 있나?
니 하는 말을 듣고 있다보이 내가 호흡곤란이 올라칸다
참말로 시루떡을 고추장에 찍어먹는 소리 좀 그만 하소
기운을 채리가 단디 살아야 된다
나발을 불어도 풍선인지 콘돔인지 알고나 불어야 할기 아이가.
그런 거로 머리굴리만 내는 바로 뇌손상이 와보립니다
내는 아무리 굶어도 유통기한 지난 음식은 못 묵십니다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라는 소리에)
쇼케이스가 안 받쳐주는데 그런 거 걸친다고 폼이 나오겠으요? 무신 안마시술소에 일 다입니까?
(누가 선그라스를 쓰고 으스대자)
요게선 주인보고 사장이라 카나 (다방인지에 들어가)
선수끼리 꼭 말을 해야하나
잔머리를 초속으로 굴리는 놈이
지가 무신 스팔타쿠스라고 노예찾고 지랄이고
아 정말 머리서 지진나게 놀기요?
웃기는 빠가사리들 아이가?
영양가있는 주사좀 팍팍 놔주소. 맹물같은 거 암만 맞으면 뭐해 사슴엑기스나 녹용같은거
(병원에 들어가 링거를 맞으면서)
갸들이 내를 손 댄 것은 쥐약을 마신거라고 보만 된다 (얻어터지고 복수를 결의하며)
지식인 건달의 표상. 건달이란 빠꾸를 모리는 게 진짜다
문디자슥이 전신에 문신을 해가 오데가 멍이고 오데가 기림인지 분간도 몬하겠다(엄마왈)
무신놈의 텔레비전이 돈을 넣어야 나오게 되야있어 내가 나갈 때 확 물을 부어가 고장을 내버릴기다 (입원실에서)
쟈가 순진해가 조금만 맘에 들만 조비리는데 돌아버릴 지갱이다. 딴년들은 한번 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안주는데 이건 도대체 수입과 지출이 안 맞는다
(헤픈 여동생을 탄하며 자신의 가뭄이 불공평하다는ㅋ)
댁도 서방알기를 임진왜란 일으킨 왜놈으로 보고 사는 모양인데..
이 동네에서 젤로 무식한 내보다 더 모리는 사람이 나타나가 요레 위문공연을 해줄지 몰랐심다
그레 머리에 든기 엄써도 사는데 불편은 엄씸까?
일본서 나온 기술자한테 에이에스받기로 합의보고 그린 작품인데 십년내 물이 빠지만 리콜해주기로 했으요(자신의 문신을 두고)
‘면’을 ‘만’으로 발음하는 게 조금 특이한데...
주인공은 아니고 엑스트라급이지만 한 인간의 모습이 절로 그려질 만큼 리얼하지 않은가요? 끝에선 죽는데... 주인공보다 개성을 한층 더 잘 살린 캐릭터라 기억에 남습니다.
그쪽 지방도 편차가 심하다고 들었는데...부산 쪽인지, 경북 쪽인지 확인은 못했는데 아무래도 경남 해안 방면인듯 싶습니다.
남녀간의 차이도 있는 것 같고......
언젠가 부산여행을 갔을 때... 여관 옆방에서 여성 둘이서 몇시간 수다를 하는데.. 대부분 알아듣지도 못했건만...
마치 천상의 음악소리같이 듣기 좋았던 기억이.....
행복한 날 되시길........
* 2007,06
* 오래전 글인데 3년전 모카페에 예사로이 올렸는데 뜻밖에도 이내 1300조회나 되어 깜짝 놀랐네요.
회원수는 십만 넘지만 보통 100조회 정도였거든요.
아마도 경상도분들이 대체 뭔가 하고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헌데 그전에도 그후로도 그쪽의 많은 분들을 오프에서 접했건만 너무 표준어만 써서 오히려 실망했던 기억이..^^
2022.9
첫댓글
따스한 햇볕이 비취어주는 금요일날 오후시간에 음악소리와.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가네요 기상청예보로 강풍과 황사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나들이 길 몸 관리를 잘 하시고 즐거운 한주도 잘 마무리 하세요..
감사 반사^^ 좋은 주말 만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