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하린(河潾)
폭죽과 폭탄 중에서 난 폭죽을 선택했어요
어차피 주성분은 같으니까요
그거 생각해본 적 있나요
폭죽이 터질 때 공중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폭탄이든 폭죽이든
지금만 사는 나에겐 주저함이 없었어요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공중을 물어뜯겠어요
한여름밤의 피
내게만 보일 거예요
아, 혼자니까 생일날 폭죽은 괜찮겠죠
혼자 축가를 부르고
혼자 박수를 치고
혼자 일요일을 견딘다면
혼자라는 단어도 지겨워지겠지요
그것마저 귀찮아지면 기념일을 전부 잘라낼 거에요
생일인데 밥은 먹었니?
내 기념일을 나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슬퍼할 일과 불편한 일처럼 보이겠지만,
선택이 원인인지 과정인지 결과인지
미래인지
알 수가 없어서
난 나를 지우는 선택을 할래요
비겁하지만 폭죽을 삼킬래요
눈물 아니면 구토
고독 아니면 치욕인 날들
어차피 결론은 같을 테니까
바깥을 전부 사양할래요
마지막까지 혼자만 아는 혼자로 남을래요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발표
하린(河潾) 시인
2008년 《시인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서민생존헌장』 ,『1초 동안의 긴 고백』 등과 시 창작 안내서 『시클』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 등이 있음. 청마문학상 신인상,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
[출처] 선택 - 하린(河潾)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April l 통호 180호 Vol 180|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