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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부터 김덕수, 정재국, 안숙선)
김덕수는 흔히 사물놀이 그 자체로 불리기도 한다. 김덕수는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3000회 이상의 세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조선일보에서는 김덕수를 한국의 영향력있는 인물 50인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예술가로서 음악뿐만 아니라 수 많은 공연들을 창작하고 감독하였다. 이번 축제에서 그는 예인인생 50주년을 맞아 자신이 이끄는 한울림 연희단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중요무형문화제 제 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인 정재국 명인은 피리와 함께 50년을 살아오면서 자타가 인정하듯 정악의 연주 전통을 이어온 명실 공히 정악계의 중심적인 인물이다. 정악과 피리의 상징인 그가 이번 축제에서 그의 제자들이 결성한 ‘해피뱀부’와 함께 피리연주의 정수를 전달한다.
국악계의 프리마돈나 안숙선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이다. 또한 어려서부터 전국의 각종 학생명창대회를 휩쓸었고 오정숙, 박동진만이 해냈던 판소리 다섯 마당을 완창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소리인생 50주년을 맞아 가야금병창 제자 30명과 함께 공연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이 세 명인들은 50년동안 오직 국악의 한 길을 걸으며 꾿꾿이 전통을 지키오고 있다. 이들의 50년간의 굳은 심지와 노력의 결실을 제 40회 난계국악축제 명인으로의 초대에서 들어볼 수 있다. 깊이있고, 여유로운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기까지한 명인들의 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어우러지는 최고의 종합예술무대-산사음악제”
공연의 완성도에 있어 무대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는 일반적인 무대의 형식은 액자식(프로시니엄:proscenium) 무대이지만, 대동강을 거대한 극장공간으로 운용했던 조선왕조 정조때의 선유놀음과 이번 2007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선보인, 흐르는 강 위에 띄어놓은 배를 무대화시킨 선상무대는 ‘물’이라는 공간을 무대화시켜 관객들에게 청량한 감상의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선유놀음, 평안감사환영도 중 일부)
우리네 전통 마당놀이 역시 특별한 무대 없이 배우와 관객이 일상공간 속에서 공연의 즐거움을 공유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즉흥적인 재담과 사설의 향연은 그나마 흐릿하게 존재하던 무대와 객석의 선을 지워버리고, 배우의 곁에 서서 흥에 겨워 어깨춤을 덩실거리는 촌로의 모습은 어우러짐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낸다.
(마당놀이, 제40회 난계국악축제 인사동 홍보이벤트 중)
이처럼 다양한 무대 배경의 활용은 우리에게 공연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이곳, 충북 영동이 자랑하는 양산팔경 중 하나인 천태산에 자리한 영국사에서 벌어지는 산사음악제는 관객들에게 자연 속에 자리한 고즈넉한 사찰이라는 참신한 무대공간의 체험을 제시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제40회 난계국악축제 산사음악제의 무대이자 원각국사와 대각국사, 마의태자의 숨결이 어려있는 영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法住寺)의 말사이다. 주요문화재로는 보물 제532호인 부도(浮屠), 보물 제533호인 삼층석탑,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3층석탑(望塔峯三層石塔)이 있다. 수많은 보물들과 비견되는 영국사만의 자랑은 영국사의 발치에 감아들며 700년의 세월을 증언하는 천연기념물 은행나무이다.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민왕시기, 몽고의 침입때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은행나무는 이후로도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땀과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저 허황된 이야기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은행나무의 어깨에 내려앉은 세월의 더깨가 너무도 크다.
산사음악제는 그 무대만큼이나 출연진의 면면과 내용 역시 매력적이다. 이번 축제의 상징이자 한국 전통음악의 기본을 정립한 난계 박연의 아정(雅正:아담하고 바르다는 뜻)한 정서를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인 김영기가 정가(正歌)로 풀어내며, 국내 최고의 대금연주가 박용호의 청성곡은 고음이 매력적인 대금독주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또한 구도와 깨달음의 몸짓을 춤사위로 승화시킨 덕림, 동희스님의 바라춤과 박민정의 승무는 관객들에게 선연한 획으로 각인될 것이다.
(좌로부터 박용호, 박민정, 덕림-동희스님, 김영기)
격조있는 무대와 실력있는 출연진, 그리고 내실있는 공연내용까지, 이번 산사음악제는 최고의 종합예술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9월 2일, 축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지고의 예술과 선(禪)적 깨달음의 접점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최초로 한 무대에 서는 3인의 해금디바들”
이번 제40회 난계국악축제의 상징 국악기인 해금은 최근 새롭게 창작된 퓨전곡과 대중음악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부상 중이다.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는 아마도 해금 소리의 자유로운 조율에 있을 것이다. 단 두 줄만으로 자유자재의 소리와 감정을 자극하는 음색을 표현하는 해금은 악기마다, 혹은 연주자마다 다른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러한 해금의 특징이 연주자들의 개성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해금이 국악장르를 넘어 재즈와 대중음악 등 많은 장르에서 사용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해금의 장점을 100%살려 해금이라는 악기의 연주가능성과 해금음악의 지평을 확대한 대표적 연주자로 정수년, 김애라, 강은일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수년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실내악단 '슬기둥'을 통해서이다. 명연주로 꼽히는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는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의 연주를 통해 해금과 국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해금에 대한 그의 역량을 드러내는 많은 일화 중 하나에 불과하다.
김애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음악을 정도(正道)로 배운 연주자이며 특히 창작곡 연주 역사가 짧은 국악계에서 선두주자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관현악단과의 수많은 협연과 두 차례의 개인 독주회를 통하여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개성적인 해금연주자로 꼽히는 강은일은 전통음악 위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해금을 통한 크로스오버 음악의 선구자로도 평가 받고 있다. 미래가 기억할만한 오늘, 미래의 누군가가 듣고 싶은 동시대의 전통음악을 만들어 나가길 원한다고 하는 연주가이다.
(좌로부터 정수년, 김애라, 강은일)
제40회 난계국악축제 해금디바콘서트에서 사상 최초로 정수년, 김애라, 강은일 이 3인의 해금연주자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역량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해금연주의 대가들이 한 자리에 선다는 것만으로 해금 전공자와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국악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퓨전 및 크로스오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해금소리의 특성상 이들의 공연은 국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들의 귀에도 친근하게 스며들고 감기우는 소리를 선사할 것이다. 9월의 첫날, 우리는 해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