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라 무드라
정선희
전 단계에 머무르셔도 됩니다
자벌레 한 마리 나무토막을 기어간다
숨을 쉬세요
부들부들 다리가 떨린다
닫힌 구멍에서 소리가 새어나온다
트리코나아사나
불안하게 나무에 매달린 자벌레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단다아사나
여여한 시간을 틀고 똬리처럼
있기도 힘든 일이다
세상에 쉬운 건 없어요
호흡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자벌레도 단단한 나무 위를 걷기 위해
살라바사나 살라바사나, 많은 시간을 등에 구부리고 있다
살아있는 시체처럼 놀이처럼, 우리
발은 땅을 딛고도 별을 쳐다보자﹡
무드라 무드라
작으면서 커다랗고 어설픈 몸짓
나무토막과 함부로 비교하지 마세요
요가매트가 나를 들어 올리고 있다
﹡노천명 <별을 쳐다보며> 변용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발표
정선희 시인
경남 진주에서 출생. 201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푸른 빛이 걸어왔다』와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가 있음.
[출처] 무드라 무드라 - 정선희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April l 통호 180호 Vol 180|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