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목욕탕 / 아폴론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캔버스에 유화
구약성경 중 유딧서의 일화를 담은 그림
유디트는 유딧서에 등장하는 인물로, 위험에 빠진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항복을 가장하여 앗시리아 군의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취하게 한 뒤 칼로 목을 베어버리는 아름다운 과부이다.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서 유디트는 주로 잘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는 팜므파탈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나마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보이는 광경이 끔찍한듯 찡그리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순간의 유디트가 등장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젠틸레스키의 그림은 다르다. 그녀는 유디트의 관능적인 유혹 대신 유디트의 강인한 기개에 더욱 집중했다. 적극적으로 홀로페르네스를 잡고 압박하는 시녀와 힘을 주어 목을 베는 유디트의 얼굴에는 굳은 결의가 차있다. 홀로페르네스는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젠틸레스키는 당시 드문 여성화가이자 성폭력 피해자이기도 했다. 스승이자 아버지의 동료 화가인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강간을 당해 이를 고발하였으나 재판 과정 중 2차 가해를 당할 뿐 아니라 타시의 처벌이 명백히 집행되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타시의 처벌을 바라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 속에 담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젠틸레스키의 그림을 무조건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들에는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인물로써의 여성이나 폭력과 싸우는 여성이 있었다. 젠틸레스키의 작품에는 그녀의 영혼과 가치관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었다
5일마다 한장씩 시리즈로 올라옵니다
#21 검정색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
#22 메두사 호의 뗏목
첫댓글 나 이 작가의 유디트를 특히 좋아해
역동적이라 좋아 유디트의 표정이랑 자세가 특히
여성화가여서 가능했구나
그냥 설거지 물 튀는 거 피하듯이 일상적으로
최애 명화 중 하나
워... 처음엔 홀로페르네스의 목에 집중했다면 글 읽고 나서는 유디트의 표정에 집중하게 되네 이런 게 예술이지
진짜 좋아하는 그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