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9. 8. 금요일.
며칠 뒤에 시골로 내려가야 한다.
종중 산소에서 벌초행사를 한다.
묘소와 시향(시제)을 지낼 때 가장 먼저 절을 올려야 하는 나.
올 들어와 등허리뼈가 더욱 굽어져서 걸어다니는 것조차도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시골로 내려가서 며칠간 머물러야 한다.
머리털이라도 단정해야 하기에 오늘 오후에는 뒷골목 이발소에 들렀다.
송파구 잠실(삼전동)에 있는 이발소에 들러서 길게 자란 머리털을 조금 잘랐다.
머리털 깎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되었다.
너무나도 성의없이 머리털을 깎은 듯 싶다.
이발비 1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발소를 벗어난 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 터로 나갔다.
요즘 서호 쉼터에서는 시멘트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새로 보수작업을 한다. 공사기간이기에 돌 벤취 위에서 바둑 장기를 두었던 영감들이 요즘에는 없다.
장기 구경꾼이었던 나는... 별 수 없이 .... 석촌호수 동호로 향해서 걸어 나갔고, 석촌호수 한 바퀴보다는 ... 방이동 재래시장으로 구경 나갔다.
방이동 전통시장 골목길 양쪽에는 가게들이 많고, 장사꾼도 많다.
나는 구경꾼이 되어서 가게 앞에 놓은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되돌아 나오면서 빵집 두어 군데에 들러서 빵 이만 원어치 넘게 샀고, 과자가게에서는 전병을 샀고, 떡집에서는 송편도 샀다.
모시-잎사귀를 돌 절구통에 넣고는 절구대로 짓찧어서 쌀가루에 섞어서 만든 송편은 생송편(날것).
삶아낸 것이 아니기에 집으로 가져온 뒤 작은 냄비 안에 넣고는 뜨겁게 삶아서 쪄야 할 터.
*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내 시골집. 앞밭에는 식물인 모시 종자가 조금은 남아 있다.
수십 년 전. 어머니는 모시를 가늘게 삼아서 베틀로 베를 짰고, 5일장날에 장터에 내다 팔았다.
지금은 내 텃밭 안에 식물인 모시가 조금은 있다. 내가 식물 다양성을 추구하기에 종자용으로 조금이나마 남겼다.
군것질용 먹을 거리를 무겁게 양손으로 쳐들고는 잠실 아파트로 향했다.
허리뼈가 아프기에 이따금 멈춰 서서 주먹으로 등허리뼈를 두둘기면서 귀가했다.
아내한테 말했다.
'보온밥통에 밥을 지을 때 생-송편도 함께 넣어서 익혀 봐. 실험해 봐.'
* 제대로 성공한다면 다음번에는 생-송편을 더 많이, 더 자주 사서 먹어야겠다.
나는 당뇨병환자. 20년도 넘게 내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요즘에는 슬픈 생각이 자꾸만 든다.
먹는 것조차도 가려서(선택) 먹어야 하는 현실이 좀 그렇기에.
만약에 그 어떤 신(神)이라도 내 곁에 있다면 나는 그 신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귀싸대기를 후려쳐 갈길 게다.
'내가 먹는 게 그렇게 아깝냐?'
당뇨병은 음식물을 조율해야 한다. 특히나 단맛이 나는 음식물은 크게 제한한다.
모시 : 잎사귀를 짓찧어서 송편을 만듦
2m 길이로 자라나는 줄기-대를 잘라서 겉껍질 벗겨내고, 속껍질로 실을 삼아서 베옷을 만듦.
지금은 충남 서천군 '한산세모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음.
모시떡 : 쌀가루에 잎사귀를 넣어 짓찧어서 만든 송편.
뜨겁게 삶지 않는 생-떡이라서 빛깔이 아주 싱싱하다.
수십 년 전...
충남 보령 웅천읍 구룡리에서는 모시-풀을 많이 재배했고, 베틀로 세모시를 짜서... 두루마리 천을 시장에 팔았다.
베옷을 만들어서 입고....
내 고향마을(화망)에서는 내 어머니가 마지막 기술자.
모시에 관해서....
나는 어렷을적부터 숱하게 보면서 자랐고, 내 청년일 때에도 낫으로 모시대를 잘라서 겉껍질을 숱하게 벗겨냈다.
그 뒷일은 아녀자의 몫.
지금은 베를 짜던 베틀 등이 모두 사라졌다.
민속품을 수집 판매하는 장사꾼이 몰래 들어와서 차-떼기로 훔쳐갔다는 뜻.
내 어머니는 혼자 살면서 하도 늙어서..
민속품 수집상(도둑놈들)이 트럭 몰고 와서는 숱하게 들락거려서 .... 살림살이를 많이 잃어버려도 내 어머니는 치매기가 진행 중이어서 ...
도둑질해 간 물건들, 사라진 옛물품들이 아쉽다.
모시에 관한 옛이야기가 이제는 꿈만 같다.
잠깐 쉰다.
더 보태야 할 터...
2023. 9. 8. 금요일.
위 사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용서해 주실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