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수누대(近水樓臺)
물가에 있는 누각이나 정자라는 뜻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하여 덕을 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近 : 가까울 근(辶/4)
水 : 물 수(水/0)
樓 : 다락 루(木/11)
臺 : 대 대(至/8)
출전 : 유문표(兪文豹)의 청야록(淸夜錄)
관청에서나 민간기업이나 일을 처리하는데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며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한다. 막상 인재를 구할 때는 어려움에 부닥쳐 망사(亡事)가 된 일이 많았다. 귀한 손님이 오면 식사하던 것을 뱉고 감던 머리카락을 쥔 채 토포악발(吐哺握髮)로 맞았던 주공(周公)의 정신이 이상적이다.
일을 맡겼으면 다른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임현물이(任賢勿貳)로 밀어줘야 함은 물론이다. 인재를 이렇게 찾고 이끌게 하는 것과는 반대로 힘쓰는 자리에 앉았을 때 집안은 물론 개나 소나 출세시킨다는 계견승천(鷄犬昇天)의 비아냥도 있다.
물 가까이에(近水) 있는 누각이나 정자(樓臺)란 멋진 비유가 어떻게 권력이나 힘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하여 덕을 보는 것을 뜻하게 됐을까. 중국 북송(北宋) 4대 인종(仁宗) 황제 때 유명한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范仲淹)이란 사람이 있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고학하여 높은 관직에 올랐어도 사람됨이 겸손하여 아랫사람들과도 흉허물 없이 어울렸다. 범중엄이 항주(杭州) 지역에서 지부(知府)란 벼슬을 하고 있을 때 성내의 문무관원들 중에는 그의 추천을 받아 발탁된 사람이 상당수 되었다.
그런데 외지의 순찰직을 맡고 있었던 소린(蘇麟)이란 사람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소린이 어느 날 항주 관아로 들어갔을 때 범중엄을 만나 시 한 수를 지어 올렸다. ‘물가의 정자에서는 달을 먼저 볼 수 있고, 태양을 향한 꽃나무가 봄을 쉽게 맞는구나(近水樓臺先得月 向陽花木易逢春/ 근수누대선득월 향양화목이봉춘).’
시를 읽은 범중엄은 소린의 속내를 짐작하고 지체 없이 원하는 부서로 추천서를 써 주었다고 한다. 송나라 유문표(兪文豹)란 사람의 '청야록(淸夜錄)'에 실려 전한다.
이런 아름다운 고사가 따르더라도 청탁은 청탁이라 후세 사람들은 실력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가리켰다. 전문성이나 실력은 불문하고 측근 인사를 요직에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최근 들어서도 더하면 더했지 나아질 줄 모른다.
근수누대(近水樓臺)
先天下之憂而憂(선천하지우이우)
後天下之樂而樂歟(후천하지낙이낙)
천하의 근심을 먼저 걱정하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한 뒤에 즐거워하라.
북송(北宋)시대의 걸출한 문인 범중엄(范仲淹)이 지은 '악양루기(岳陽樓記)'의 한 구절이다. 이를 줄인 '선우후락(先憂後樂)'은 동서고금을 초월해 식자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 자세다.
범중엄이 지금의 중국 항저우(杭州) 인근 전당(錢塘)에서 지방관으로 근무할 때였다. 그는 인근 관리들 가운데 인재를 조정에 추천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도왔다. 어느 날 외지 순찰을 도느라 범중엄의 눈에 들지 못한 소인(蘇麟)이 시를 지어 보냈다.
近水樓臺先得月(근수루대선득월)
물 가까이 있는 누대는 먼저 달을 얻고,
向陽花木易逢春(향양화목이위춘)
햇빛 향한 꽃과 나무는 쉽게 봄을 만나네.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함을 깨달은 범중엄은 곧 그가 원하는 부서에 추천서를 써주었다. 송나라 유문표(兪文豹)의 청야록(淸夜錄)에 나오는 일화다. 그로부터 실력자의 눈에 들어야 출세할 수 있다는 뜻의 ‘근수누대(近水樓臺)’란 성어가 생겼다.
범중엄은 그 시를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는 소린이 관료사회에서 불운한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그래서 한동안 그를 관찰한 후,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발탁했다.
근 천년이 흘렀고, 소린이 남긴 14글자의 '단구'는 지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 의미는 적용범위를 점점 넓혀가서, 어떤 사람은 애정을 형용하는데 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사업을 형용하는데 쓰기도 한다.
이를 조선 말기의 문신 이유원(李裕元)은 이 시가 당(唐)나라 때 신라에 조문사절로 왔던 위단(韋丹)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임하필기(林下筆記) 중 '밝혀진 성어를 기록하다(記現成語)'란 문장에서다.
근수누대(近水樓臺)는 지금도 중국에서 세 가지 정도의 용례로 사용된다.
첫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뛰어난 지리적 입지다. 근수누대란 이름의 아파트가 천정부지의 가격으로 팔린다.
둘째, 매관매직(賣官賣職)이다. 지방 말단에서 자행된 인사부정을 비판한 인민일보의 평론 제목이기도 했다.
셋째, 1952년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의 제목이다. '첨밀밀(甛密密)'을 부른 덩리쥔(鄧麗君)이 동명의 주제가를 불렀다. 영문 제목은 '가까울수록 더 좋아(The Closer the Better)'였다.
근수누대(近水樓臺)식 인사의 피해는 크다. 정권 말이 되자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부정부패도 결국 '내 사람 챙기기' 인사의 폐해다.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근시안(近視眼)은 위험하다. 다가 올 선거를 앞두고 근수누대(近水樓臺)에 똬리를 트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 近(가까울 근, 어조사 기)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斤(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斤(근)은 나무를 베는 도끼로 일부를 잘라내다, 구분 짓는 일을 뜻한다. 물건의 주위를 구분하는 일에서 그 주위, 가깝다, 가까이, 가까워진다는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近자는 '가깝다'나 '비슷하다', '근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近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斤자는 '도끼를 그린 것이다. 여기에 辶자가 결합한 近자는 길을 나누듯이 거리를 줄인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近자는 거리의 짧음 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에서의 친분이나 시간의 가까움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近(근, 기)은 셈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서 그 아래의 말이 나타내는 수량(數量)이나 시간(時間) 따위에 거의 가까움을 나타내는 말로 ①가깝다 ②닮다, 비슷하다 ③천박하다, 생각이 얕다 ④가까이하다, 친하게 지내다 ⑤사랑하다, 총애하다 ⑥알다 ⑦근처(近處) ⑧곁, 가까운 곳 ⑨가까이 지내는 사람 ⑩근친(近親), 일가(一家), 집안, 친척(親戚) ⑪요사이, 요즘 ⑫가까이, 가까운 데서 그리고 ⓐ어조사(語助辭)(기)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멀 원(遠)이다. 용례로는 가까운 곳을 근처(近處), 육지에 가까운 바다를 근해(近海), 가까운 데 것은 잘 보아도 먼 데 것은 잘못 보는 눈을 근시(近視), 가까운 곳을 근방(近方), 물체를 똑똑하게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점을 근점(近點), 가까운 요즈음이나 요사이를 근래(近來), 요사이나 요즈음을 근자(近者), 가까이 닿음이나 아주 가까움을 근접(近接), 가까운 지난날의 세상을 근세(近世), 도시에 가까운 주변을 근교(近郊), 최근의 형편을 근황(近況), 아주 비슷함이나 거의 같음을 근사(近似), 촌수가 가까운 일가를 근친(近親), 장소나 위치가 가장 가까움을 최근(最近), 거리 상으로 가까운 이웃을 인근(隣近), 가까이 닿음을 접근(接近), 곁의 가까운 곳이나 가까이 친한 사람을 측근(側近), 어떠한 곳을 중심으로 하여 그에 가까운 곳을 부근(附近), 멀고 가까움을 원근(遠近), 정분이 친하고 가까움을 친근(親近), 흔히 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알기 쉽고 실생활에 가까움을 비근(卑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을 이르는 말을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뜻으로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근주자적(近朱者赤), 부근에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먼 곳의 사람들이 흠모하여 모여든다는 뜻으로 덕이 널리 미침을 이르는 말을 근열원래(近悅遠來), 가까운 곳에서 불이 나 손해는 입지 않았으나 근심을 끼쳐 미안하다는 인사를 일컫는 말을 근화사례(近火謝禮), 가까운 곳에서는 근심하고 먼 곳에서는 염려함을 이르는 말을 근우원려(近憂遠慮), 촌수가 가까운 일가끼리 간음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근친상간(近親相姦),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데의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멀리 있는 것은 급할 때에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수근화(遠水近火), 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를 넓힘으로 중국 전국시대에 범저가 진왕에게 진언한 외교 정책을 일컫는 말을 원교근공(遠交近攻),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이르는 말을 법원권근(法遠拳近), 말은 알아듣기 쉬우나 내용은 깊고 오묘함을 일컫는 말을 언근지원(言近旨遠) 등에 쓰인다.
▶️ 水(물 수)는 ❶상형문자로 氵(수)는 동자(同字)이다.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물을 뜻한다. 본디 물 수(水)部는 시내의 뜻이었다. 부수로 쓸 때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로 쓰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水자는 '물'이나 '강물', '액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水자는 시냇물 위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水자의 갑골문을 보면 시냇물 주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물'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액체나 '헤엄치다', '범람하다'와 같이 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水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氵자나 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水(수)는 (1)오행(五行)의 하나. 방위(方位)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빛깔로는 검정을 나타냄 (2)수요일(水曜日)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물 ②강물 ③액체(液體), 물과 관련된 일 ④홍수(洪水), 수재(水災), 큰물(비가 많이 와서 강이나 개천에 갑자기 크게 불은 물) ⑤수성(水星: 태양에 가장 가까운 별) ⑥별자리의 이름 ⑦물을 적시다, 축이다 ⑧물을 긷다, 푸다 ⑨헤엄치다 ⑩물로써 공격하다 ⑪평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바다 명(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 산 악(岳), 뭍 륙/육(陸), 불 화(火),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물 속에서 몸을 뜨게 하고 손발을 놀리며 다니는 짓을 수영(水泳), 축축한 물의 기운을 수분(水分), 물속에 잠김을 수몰(水沒),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물의 겉을 이루는 면을 수면(水面), 홍수로 인한 해를 수해(水害), 물에 의해 발생하는 힘을 수력(水力),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저수지에 설치하여 수량을 조절하는 문을 수문(水門), 물의 양을 수량(水量), 물 속에서 자라는 풀을 수초(水草),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처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르는 말 또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친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수어지교(水魚之交) 또는 수어지친(水魚之親), 물이 모이면 내를 이룬다는 말을 수적성천(水積成川),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미미한 힘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적석천(水滴石穿), 산과 바다에서 나는 진귀하고 맛있는 것을 이르는 말을 수륙진찬(水陸珍饌), 산과 바다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물을 일컫는 말을 수륙진미(水陸珍味), 물이 맑으면 큰 고기가 없다는 뜻으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그 몸을 감출 곳이 없어 그곳에는 살지 않음과 같이 사람이 너무 똑똑하거나 엄하면 남이 꺼려하여 가까운 벗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 물이 샐 틈이 없음으로 단속이 엄하여 비밀이 새어 나가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수설불통(水泄不通), 깊고 넓은 물에는 큰 고기가 깃듦을 일컫는 말을 수관어대(水寬魚大), 물결이 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수파불흥(水波不興), 물과 불은 서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서로 원수같이 대함을 일컫는 말을 수화상극(水火相剋), 흐르는 물과 하늘의 뜬구름이라는 뜻으로 과거사가 흔적이 없고 허무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 수류운공(水流雲空), 바다 멀리 수면과 하늘이 서로 맞닿아 그 한계를 지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천방불(水天髣髴), 물 위에 뜬 기름이란 뜻으로 서로 잘 어울릴 수 없는 사이를 이르는 말을 수상유(水上油), 물은 그릇의 모남과 둥긂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는 뜻으로 사람은 상종하는 사람의 선악에 따라 달라지므로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말을 수임방원기(水任方圓器),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들이 모여 논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광즉어유(水廣則魚遊), 물이 흐르면 고기가 다닌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나 때가 되면 이루어짐을 일컫는 말을 수도어행(水到魚行), 물이 빠져 밑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물가의 겨울 경치를 일컫는 말 또는 나중에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드러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수락석출(水落石出), 바다와 육지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수륙만리(水陸萬里), 물에 비친 달과 거울에 비친 꽃이라는 뜻으로 볼 수는 있어도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월경화(水月鏡花), 바다 멀리 수면과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그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한 가지로 푸름을 일컫는 말을 수천일벽(水天一碧),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을 일컫는 말을 수중고혼(水中孤魂), 물이 흐르면 자연히 개천을 이룬다는 뜻으로 학문을 열심히 하면 스스로 도를 깨닫게 됨을 이르는 말을 수도거성(水到渠成), 오행에 수기가 왕성한 절기로 곧 겨울을 일컫는 말을 수왕지절(水旺之節), 시문을 짓는 데 재주가 샘솟듯 풍부하여 빨리 이루어 놓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용산출(水湧山出), 물과 불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친교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수화불통(水火不通) 등에 쓰인다.
▶️ 樓(다락 루/누)는 ❶형성문자로 楼(누)는 통자(通字), 廔(누)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部와 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짜서 꾸며낸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婁(루)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樓자는 '층집'이나 '망루'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樓자는 木(나무 목)자와 婁(끌 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婁자는 두 여인을 겹쳐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겹쳐진 모양만이 응용되었다. 樓자는 층으로 이루어진 '층집'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러니 婁자는 발음 외에도 복층 건물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樓(루/누)는 나무를 짜서 높이 세운 망루(望樓)의 뜻으로 ①다락 ②망루(望樓: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 ③집 대마루 ④층집 ⑤점포 ⑥동(棟)(단위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각(閣), 집 관(館)이다. 용례로는 궁궐이나 서원 등에 행사나 놀이를 위해 사방이 탁 트인 상태로 높다랗게 지은 집을 누각(樓閣), 다락집에 있어서 그 다락 밑으로 드나들게 된 문을 누문(樓門), 자세히 자기 의견을 말함을 누술(樓述), 누각 위를 누상(樓上), 누각의 아래를 누하(樓下), 주위의 동정을 살피려고 세운 높은 대를 망루(望樓), 다락 또는 다락과 전망대를 누사(樓榭), 수레 위에 망루를 설치하여 적의 성이나 진지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든 수레를 누거(樓車), 주위의 동정을 살피려고 세운 높은 대를 망루(望樓), 궁전을 좋게 이르는 말을 경루(瓊樓), 마루로 집채 안에 바닥과 사이를 띄우고 깐 널빤지 또는 그 널빤지를 깔아 놓은 곳을 말루(抹樓), 높은 다락집을 고루(高樓), 곡식을 넣어 보관하는 다락의 곳간을 곡루(穀樓), 높은 누각을 숭루(崇樓), 싸움터의 적당한 곳에 세워 사람이 올라가서 적진을 정찰하도록 만든 망루를 정루(井樓), 계수나무로 지은 다락집 또는 높고 훌륭하게 지은 요릿집을 계루(桂樓), 봉화를 올리는 높은 대를 봉루(烽樓), 붉은 칠을 한 누각을 단루(丹樓), 훌륭하게 지은 누각을 보루(寶樓), 여러 층으로 높게 지은 누각을 층루(層樓), 하늘에 닿는 집이라는 뜻으로 아주 높게 지은 고층 건물을 마천루(摩天樓), 바다 위나 사막에서 대기의 밀도가 층층이 달라졌을 때 빛이 굴절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물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신기루(蜃氣樓), 공중에 세워진 누각이란 뜻으로 근거가 없는 가공의 사물을 이르는 말을 공중누각(空中樓閣), 모래 위에 세운 다락집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약하여 무너질 염려가 있을 때나 실현 불가능한 일을 두고 이르는 말을 사상누각(沙上樓閣), 큰 집과 높은 누각이라는 뜻으로 웅장하고 큰 건물을 이르는 말을 대하고루(大廈高樓), 누상에 오르게 하여 놓고 오른 뒤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이롭게 하는 체하다가 뒤에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함을 등루거제(登樓去梯), 차이가 매우 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촌목잠루(寸木岑樓) 등에 쓰인다.
▶️ 臺(대 대)는 ❶형성문자로 台(대)는 간자(簡字), 坮(대)는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 이르다, 도달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지(之의 본자, 대)와 高(고)의 생략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사방을 바라보기 위한 높은 건물, 관청 등의 건물을 말한다. 따라서 널리 물건을 놓는 받침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臺자는 '무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臺자는 高(높을 고)자와 至(이를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高자는 높은 건물을 그린 것으로 '높다'나 '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臺자는 본래 주위의 동정을 살피는 망루나 높은 단상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臺자는 높은 건축물을 뜻하는 高자와 至자를 결합해 '높은 곳에 이르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올라가 있을 정도의 높고 평평한 곳을 뜻하기 때문에 '무대(舞臺)'나 '돈대(墩臺)'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臺(대)는 (1)차(車)나 항공기(航空機), 기계(機械) 같은 것의 수를 세는 데 쓰는 말 (2)수(數), 연수(年數), 액수(額數) 따위의 다음에 쓰여 그 대체의 범위(範圍)를 나타내는 말 (3)흙이나 돌 같은 것으로 높이 쌓아 올리어 사방(四方)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 (4)물건을 받치거나 올려 놓는 물질(物質)의 통틀어 일컬음 등의 뜻으로 ①대(높고 평평한 건축물) ②돈대(墩臺: 높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 ③무대(舞臺) ④받침대 ⑤탁자 ⑥마을 ⑦성문(城門) ⑧방송국(放送局) ⑨능 ⑩어른 ⑪남의 존칭(尊稱) ⑫횟수(回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주위의 지형보다 높고 평평한 넓은 땅을 대지(臺地), 어떤 사항을 기록하는 토대가 되는 장부를 대장(臺帳), 무대 위에서 각본에 따라 배우가 연극 중에 하는 말을 대사(臺詞), 연극의 상연이나 영화의 촬영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각본을 대본(臺本), 차량 따위의 수를 대수(臺數), 남의 얼굴의 존칭을 대안(臺顔), 높은 지위를 대위(臺位), 그림이나 사진 등을 붙이는 데 쓰이는 바탕이 되는 두꺼운 종이를 대지(臺紙), 주위의 동정을 살피려고 세운 높은 대를 망대(望臺), 높게 쌓아 올린 대를 축대(築臺), 흙으로 쌓아올린 높은 대를 토대(土臺), 노래나 춤 연극 따위를 하기 위하여 마련된 곳을 무대(舞臺), 억으로 헤아릴 만큼 많음을 억대(億臺), 무엇을 얹기 위하여 밑에 받쳐 세운 구조물을 가대(架臺), 담이나 집채 따위 건물이나 구조물 아랫도리의 지면에 터전을 잡고 돌로 쌓은 부분을 지대(址臺), 바다 밑바닥이 대지를 이룬 지형을 해대(海臺), 거울을 달아 세운 화장대의 한가지를 경대(鏡臺), 술잔을 받치는 접시 모양의 그릇을 잔대(盞臺), 촛대로 초를 꽂아 놓는 기구를 촉대(燭臺), 다리의 양쪽 맨 끝을 괸 기둥을 교대(橋臺), 양궁에서 활을 쏘는 발사 위치의 대를 사대(射臺), 대뜰에서 윗사람의 명령을 받아 전달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대상청령(臺上聽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뜻으로 임기응변으로 어려운 일을 처리한다를 이르는 말을 하석상대(下石上臺), 높은 누대와 넓은 집이라는 뜻으로 크고도 좋은 집을 이르는 말을 고대광실(高臺廣室), 감옥살이로 고생하는 신세를 이르는 말을 장대뇌상(杖臺牢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