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빛의 고리
박민서
진눈깨비는 빛을 부드럽게 부셔놓는다
그때 차가운 곳은 소통의 고리
당신의 목소리는 내일을 불러오고
입술이 마주치면 한여름이 숨어버려 얼음이 녹는다
최초의 설렘은 얼음이 어는 온도
매미의 수명이 길다면 어느 계절까지 구애할까
하필 목이 아플 때 소리는 헐거워지고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무대의 결말은 상관없다
심벌즈처럼 부딪히는 소리가 또 다른 고리다
얼음 위에 초콜릿이 쌓여 보이지 않는 질문들
왼손은 오른손에게 비밀이라 말하지만
콘컵 속 끝은 비워둔 창문이다
계절이 끝나는 순간부터 살아가는 속도가 다르다
부드러운 것은 햇빛에 잘 베인다
얼린 집이 사라져버린 저녁
오늘은 입안에서 실컷 녹아버리자
내일은 냉동고에서 견뎌야 할지 모른다
월요일이 슬픈 것은 이유가 없다
빛의 고리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말랑말랑해진 입술 같은 맛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발표
박민서 시인
2019년 『시산맥』 등단. 제4회 시산맥창작기금 수혜. 현재 계간 《시산맥》 편집장.
[출처] 아이스크림은 빛의 고리 - 박민서 ■ 웹진 시인광장 2024년 4월호 신작시ㅣNewly Written Poem 2024, April l 통호 180호 Vol 180|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