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자꾸 물건을 훔칩니다. 아무리 혼을 내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어요." 아이의 반복되는 도벽은 단순한 비행이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뇌의 'SOS 신호'일 수 있습니다."
Q. 선생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너무나 절망스러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희 아이가 얼마 전부터 자꾸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옵니다. 처음엔 호기심인 줄 알고 크게 혼을 냈는데, 나중에 보니 자기한테 전혀 필요도 없는 학용품이나 잡동사니들을 훔쳐서 방에 쌓아두고 있더라고요. 아이 말로는 훔칠 때 순간적으로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는 예전부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치료 중입니다. 혹시 이 몹쓸 도벽이 ADHD 특유의 충동성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낮에는 약을 먹어서 그런지 좀 괜찮은 것 같은데, 꼭 약 기운이 떨어지는 늦은 밤이나 아침 일찍 사고를 칩니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도둑질까지 하는 아이를 보면 제가 자식을 범죄자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피가 마릅니다. 혼을 내고 매를 들어도 그때뿐인데, 도대체 이 습관적인 도벽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아이의 반복되는 도벽으로 인해 얼마나 큰 충격과 자책감을 느끼고 계실지, 부모님의 무너지는 마음이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이를 어떻게든 바르게 키우고자 애쓰시는 부모님의 노고와 간절함에 먼저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의 행동은 단순한 '비행'이나 '나쁜 습관'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나 금전적 가치와 무관하게 불필요한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을 저항하지 못하는 '병적 도벽'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부모님께서 짐작하신 대로, ADHD와 병적 도벽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두 질환 모두 전전두엽 회로의 이상으로 인한 '반응 억제 능력 저하'와 같은 뇌 신경학적 원유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충동적 도벽이 적절한 약물 치료를 통해 크게 호전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임상 사례에 따르면, ADHD와 도벽을 동반한 7세 여아에게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를 투여한 결과, 10일 이내에 도벽 행동이 완전히 사라지는 극적인 호전을 보였습니다.
이는 메틸페니데이트가 뇌의 도파민 시스템에 작용하여 보상과 쾌락을 처리하는 회로에 영향을 미치고, 훔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억제하도록 돕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부모님께서 "약 기운이 떨어지는 밤이나 아침에 사고를 친다"고 예리하게 관찰하신 부분은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낮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서방형 메틸페니데이트를 복용하더라도, 혈중 약물 농도가 떨어지는 야간이나 다음 날 아침에는 다시 충동 조절이 어려워져 도벽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약물 농도가 저하되는 취약한 시간대에는, 저녁에 구안파신과 같은 약물을 추가로 복용하는 것이 야간 도벽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구안파신은 뇌의 알파-2A 수용체를 자극하여 충동 조절과 작업 기억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아이를 비도덕적이라고 혼내거나 체벌하기보다는, 아이의 충동 조절 뇌 회로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임을 이해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하시어, 현재 복용 중인 ADHD 약물의 24시간 혈중 농도 변화를 점검하고 야간이나 이른 아침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 조정(예: 저녁 시간대 추가 약물 처방 등)을 상의해 보시기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아이가 치료를 통해 충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부모님께서도 마음의 평안을 되찾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도벽은 무조건 윽박지른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충동 조절 능력을 돕기 위해 부모님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대처 방안을 소개합니다."
1. 도벽을 '도덕적 타락'이 아닌 '충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해하기
아이가 훔친 물건이 본인에게 별로 필요 없는 것이라면, 이는 훔치고 싶은 '충동 자체'를 브레이크 밟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나쁜 짓으로 규정하고 가혹하게 체벌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ADHD 동반 여부 등)을 통해 뇌의 충동 억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2. 문제 행동이 일어나는 '취약 시간대' 파악하기
위 사례처럼 아이가 훔치는 행동이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는 유독 자제력이 떨어지는 특정 시간대(예: 늦은 밤, 혼자 있는 새벽 등)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언제 가장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지 관찰하시고, 그 시간대에는 가족이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환경적으로 충동을 차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전문의와 상의하여 치료의 '빈틈' 채우기
만약 아이가 이미 ADHD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저녁이나 밤 시간대에 충동적인 문제 행동이 반복된다면, 약효가 유지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부모님이 임의로 판단하기보다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의하여, 사례의 경우처럼 저녁에 작용하는 약물을 추가하거나 복용 시간을 조절하는 등 치료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Miyazaki, K., & Uchiyama, M. (2023). An adolescent boy with kleptomania and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treated with methylphenidate and guanfacine: A case report. Neuropsychopharmacology Reports, 43, 650-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