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력타력(借力打力)
힘을 빌려 힘을 제압한다.
借 : 빌릴 차(亻/8)
力 : 힘 력(力/0)
打 : 칠 타(扌/2)
力 : 힘 력(力/0)
자기의 힘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면, 우방은 물론 적의 역량마저 빌려야 한다.
명무종 주후조(朱厚照)는 황당무계하기로 유명한 황제로 오락에 탐닉해 유근(劉瑾)을 비롯한 8명의 환관들을 중용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팔호(八虎)'라고 불렀다. 그 가운데 유근(劉瑾)이 가장 악랄하고 술수에 능했다.
유근(劉瑾)은 조정의 대권까지 장악하며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당시 사람들은 주황제와 유황제라고 비웃었다. 유근(劉瑾)은 자기를 방해하는 내각대학사 유건(劉健) 등 53명을 간당(奸黨)으로 정하고 금수교(金水橋) 남쪽에서 무릎을 꿇고 훈계를 듣게 했다. 대신들은 분노했지만 그를 제거할 방법이 없었다.
1510년, 안화왕(安和王) 주진번(朱眞鐇)이 반란을 일으키자, 무종은 도어사 양일청(楊一淸)에게 토벌하게 하고, 태감 장영(張永)을 감군으로 삼았다. 장영은 유근(劉瑾)과 함께 '8호'에 속했지만, 유근의 발호에 불만을 품었다.
출정할 때 무종은 친히 융복을 입고 동화문까지 나가 송별하며 총애를 표시했다. 대군이 도착하기 전에 주진번은 이미 사로잡혔다. 양일청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지략가였다. 그는 장영이 유근(劉瑾)과 사이가 벌어진 것을 이용해 유근(劉瑾)을 제거하려고 생각했다.
양일청이 장영에게 말했다. “종실의 반란은 공의 힘으로 평정했습니다. 외부의 혼란은 제거하기가 쉽지만, 국가 내부의 혼란은 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습니다.”
양일청은 손바닥에 '근(瑾)'이라는 글자를 써서 보여주었다. 장영이 머뭇거리자 양일청이 다시 설득했다. “황상은 공도 신임하므로 반란을 평정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겼습니다. 이번에 대공을 세웠으니 조정으로 돌아가 황상과 반란평정에 대한 일을 토론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유근의 죄악을 폭로하시고 황상의 심복들로 인한 변고가 발생할까 두렵다고 하십시오, 황상은 영명하시니 반드시 공의 의견에 따라 유근을 주살할 것입니다. 유근으로 인한 폐정을 바로잡고 천하의 인심을 수습하면 공은 이름을 천고에 드리울 것입니다.”
장영은 양일청의 말에 고무돼 황상의 은덕에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영이 첩보를 고하고 포로를 바치겠다고 말하자, 유근(劉瑾)은 기일을 늦추라고 명했다. 장영은 재빨리 입경해 포로를 바치는 의식을 개최했다. 황제는 잔치를 열어 장영을 위로했다. 유근(劉瑾)도 배석했다. 밤이 깊어지자 유근(劉瑾)이 먼저 물러났다.
장영은 주진번이 반란을 일으키며 유근(劉瑾)을 통렬히 비난한 격문을 황제에게 보여주었다. 대취한 무종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근(劉瑾)이 나를 배반했다고 중얼거렸다. 장영은 머뭇거릴 일이 아니라고 진언했다. 진작부터 유근(劉瑾)에게 불만이 많았던 마성도 즉시 옆에서 거들었다. 무종은 한밤중에 유근을 체포하라고 명했다.
다음날 아침, 무종은 내각 대신들에게 장영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유근(劉瑾)을 유배했다. 무종이 직접 유근(劉瑾)의 가산을 몰수했다. 위조된 옥새와 소유가 금지된 물품도 나왔다. 유근(劉瑾)이 매일 들고 다니던 부채에 두 자루의 비수를 숨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무종은 진짜 자기를 배반했다고 노발대발하며 유근(劉瑾)을 하옥시켜 조사하고 능지처참하라고 명했다. 그의 가족과 당원들도 모두 주살됐다.
유근(劉瑾)은 무종이 태자로 있을 때부터 측근에서 시봉했다. 무종이 계위하자 더욱 총애를 받았다. 권력을 이용해 사당을 결성했다. 올곧은 대신들이 유근(劉瑾)을 제거하려고 해도 사실상 어려웠다. 그러나 양일청은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지만 유근(劉瑾)과 틈이 벌어진 장영과 함께 주진번의 반란을 평정하게 된 기회를 이용했다. 우선 그의 호감을 받은 후, 감정과 이성을 동원해 장영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었다. 유근(劉瑾)이라는 가지가 많은 큰 나무가 한 순간에 쓰러졌다. 환관을 이용해 환관을 제거했으니 절묘한 한 수였다.
타력(他力)의 동양학(東洋學)
동서 고금 인류 문화는 인종 시대를 막론하게 본질적으로 다를게 없다는 게 지론이다. 따라서 동양 문명이 어떻게 다르고 서양 철학이 어떻게 다르고 하는 이야기를 함부로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동양학 특히 한중일이나 베트남 같은 한자유교문화권의 전통학문과 오늘날 맹위를 떨치는 주류 서양 학문이 갖는 차이점 중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타력(他力) 또는 차력(借力) 사상의 유무를 꼽고 싶다.
서양학은 철학이든 의학이든 과학이든 막론하고 남 의 힘을 빌리는 것 보다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과정을 중시한다.
매사 '정면돌파' 비슷한 느낌으로 예를 들어 병소(病所)가 있으면 해당 부위에 직접적인 수술을 해 버린다거나 혈관에 대해 직접적인 시술 주사 혈장투여 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 동양학은 어떠한 문제를 직접적 정면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 에 빙 돌려서 접근하거나 또는 남의 힘을 빌려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양학에서 타력사상(他力思想)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십이지지(十二地支)이다. 예를 들어 자(子)라고 하면 쥐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강한 성욕과 번식력의 상징이며 성욕을 의미한다. [성욕]
유(酉)라고 하면 닭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닭이 알을 품는 지극한 정성의 상징으로 빠르게 키우고 싶은 욕망을 의미한다. [급욕]
인(寅)이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호랑이의 힘을 상징하며 강하게 잘기잘기 찢어놓고 싶은 욕망을 의미한다. [소욕]
어떠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오로지 내 힘 만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쥐의 힘도 기꺼히 빌리고 닭의 힘도 기꺼히 빌리겠다는 것이 동양학적 전통사상의 핵심 중 하나인 십이지지의 의미이다.
예를 들어 '불임(不姙)이다'하면 부부가 코피가 나도록 더 열심히 밤에 노력한다거나 또는 현대과학적으로 기계를 이용한 인공수정까지 시도하는 데 이러한 것은 자기 노력, 혹은 정면 돌파 시도의 대표적인 방법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양학은 부부의 노력이나 이런 건 평소대로 적당히 하거나 오히려 그 횟수를 더 줄이기도 한다. 여기서 '줄이기도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동양학이라고 하여 무조건 직접노력 정면돌파를 거부하거나 그런 방법론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정면적인 방법에만 치중하지 않고 자(子)의 힘을 가진 약물이나 방위(북방) 장소(골방) 시간(한밤중) 등 기타 매체를 이용하여 간접적인 방법, 타력을 통한 조력(助力)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확실히 서양학 보다는 동양학 쪽 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설이나 신화에 한 발 정도 걸치고 있는 듯 한 이러한 방법론은 역사적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미신과 결합되기 쉬운 성질이 있으며 동양학이 전근대적 혹은 비과학적 이라는 비난을 받는 근거가 되어 왔다.
특히 매사 직접돌파 정면돌파와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의 눈으로는 이게 무슨 헛소린고 하는 반응을 보이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동양 전통의 십이지지 체계가 옳고 그르고 여부를 떠나, 타력(他力)이라는 사고 체계 자체의 의미는 한 번 더 깊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동양학이든 서양학이든 막론하고 모든 학문의 궁극적 대상은 바로 인간(人間)이다. 인간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과학기술의 발전을 시켜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며 질병 또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란 존재는 (특히 살아있는 인간은) 욕망의 결집체, 욕망의 동물이다.
성욕, 식욕, 색욕 등의 과도한 탐닉과 추구는 물론 옳지 않지만 건강하고 적절하게 사랑, 인정, 자아실현 등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은 또한 욕망의 과잉 탐닉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어쩌면 적절한 욕구충족이 선제 되어야 자율(自律)이 생기고 자아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글은 쉽게 써 놓았지만 참으로 어려운 문제로서 부처님도 본인 꺼는 어떻게 해결해도 남에게는 그저 약간의 도움 밖에 못 주시는 난제 중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욕구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론은 정직하게 정면으로 해당 욕구를 채워야만 해결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교 1등을 한다던지, 한국 최고의 미녀를 결혼 상대로 갖는다던지, 큰 부자가 된다던지, 혹은 부모님께 뒤늦게나마 효도하고 싶다던지 등의 욕구가 있을 수 있고 사회적 집단적 계층적인 욕구 또한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욕구불만이 질병이나 사회 문제로 까지 발전한 경우 대부분은 직접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간이 축적되거나 왜곡된 결과 인 경우가 많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도덕적 윤리적 환경적 또는 시간적으로 채울 수 없는 욕구불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교 1등은 한명 밖에 될 수 가 없고, 대통령도 한명 뿐인데 그 욕구를 모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충족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요컨데 이런 문제는 정면적 직접적인 해결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설령 타고난 금수저에 여유로워 욕구에 대한 정면적 직접적 해결을 시도 한다고 하여도 마치 애들 조기교육으로 괴롭히는 부모처럼 욕망 과잉이 도리어 일을 망칠 수 도 있다. 타력사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왜곡된 욕구를 큰 부작용 없이 쉽고 강력하게 보완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다시 불임부부의 예로 돌아가 불임의 이유가 어릴 때 과잉성욕이나 혹은 어릴 때 갖게 된 성에 대한 공포심 혹은 금단의 욕망 갈구 같은 문제에서 생겼다고 간주 해 보자.
왜곡된 욕망 또는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십수년이 흘러 몸 속에 고착되어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부부가 아무리 억지로 밤에 노력하고 기계적으로 접근한다고 하여 문제가 쉽게 해결 될 수 있을까.
바로 이때 성(性)의 순수한 에너지와 희열을 가득 담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바로 자(子)의 경락이다)에 침을 놓음으로서 그 힘을 빌려 문제를 쉽고 부작용 없이 해결하는 것이다.
뭔가 전설적이고 신비한 이야기 인 것 같지만 그 내면에 들어 있는 이치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것으로 인한 문제를 타력(他力)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각설하고 동양학적 전통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십이지지는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욕망들을 상징하며 욕망의 동물인 인간이 현실적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간접적 접근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눈에 쉽게 보이는 직접적 접근보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늘날 서양 주류 학문처럼 널리 대중화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면 돌파로서는 쉽게 해결 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 문제에 대한 방편 정도로는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 서양학이라고 하여 무조건 정면적 직접적 접근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간접적 정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이드 선생 부터 생각하면 사실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은 이러한 경향은 심리학 철학 정신의학 등에서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인간의 욕망이라는 문제는 정면적 접근법 만으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재화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까?
▶️ 借(빌릴 차)는 ❶형성문자로 藉(차)의 간자(簡字), 徣(차)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昔(석, 차)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昔(석, 차)는 날짜가 몇 날이나 겹치다, 옛날, 여기에서는 겹쳐 깔다, 일시적으로 우선 무엇인가 하는 일이란 뜻을 나타낸다. ❷형성문자로 借자는 '빌리다'나 '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借자는 人(사람 인)자와 昔(예 석)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昔자는 태양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옛날 옛적'이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양념한 고기를 뜻하는 腊(포 석)자가 생략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借자는 남에게(人) 음식(腊)을 빌린다는 의미인 것이다. 다만 지금의 借자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빌리다'나 '빌려주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借(차)는 사람이 임시로 무엇인가 하다, 남의 힘이나 돈을 비는 일의 뜻으로, ①빌리다 ②꾸다 ③기대다 ④꾸어주다 ⑤빌려주다 ⑥의지(依支)하다 ⑦가탁(假託)하다(거짓 핑계를 대다) ⑧구실 삼다 ⑨핑계 삼다 ⑩타다 ⑪가령(假令) ⑫비록 ~이라 할지라도 ⑬설령(設令), ~라 할지라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국가 간에 자금을 빌려 쓰고 빌려 줌을 차관(借款), 남의 이름을 빌려서 씀을 차명(借名), 물건이나 돈을 빌리거나 꾸어 씀을 차용(借用), 돈을 꾸어 옴 또는 그 돈을 차금(借金), 물건을 빌려 줌을 차급(借給), 빌려 줌을 차여(借與), 돈이나 물건을 꾸거나 빌려 들임을 차입(借入), 글에서 남에게 모르는 것을 물음을 차문(借問), 집을 빌려 듦 또는 빌려든 그 집을 차가(借家), 남을 시켜서 시문을 대신 짓게 함 또는 그 글을 차문(借文), 남의 손을 빌려서 일을 함을 차수(借手), 돈이나 물건을 빌려 쓴 사람을 차주(借主), 남에게서 꾸어온 돈의 액수를 차액(借額), 물건을 빌려 쓴 값을 차임(借賃), 새로 꾸어서 먼저 꾼 것을 반환함을 차환(借換), 남에게 빌어 오거나 꾸어 옴을 차래(借來), 남의 집을 빌려 삶을 차거(借居), 남의 서화를 빌려서 봄을 차견(借見), 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리어 몸과 기운을 굳세게 함을 차력(借力), 빌려 온 것에 대한 값을 차료(借料), 빌리어 쓰는 물건을 차물(借物), 요금을 주고 빌리는 일을 임차(賃借), 임시로 빌리는 것을 가차(假借), 꾸어 줌과 꾸어 옴을 대차(貸借), 여러 사람이 연명하여 돈이나 물품 따위를 빎을 연차(連借), 잠시 동안 빌림을 잠차(暫借), 원래 빌린 것을 원차(元借), 남의 재물을 빼앗거나 빌어 씀을 괄차(刮借), 곡식이나 돈을 거두어 모아서 꾸어 줌을 철차(掇借), 개인이 사사로이 빌려 씀을 사차(私借), 마루를 빌리다가 방으로 들어오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 권리를 침범한다는 말을 차청차규(借廳借閨), 닭을 빌려 타고 돌아간다는 뜻으로 손님을 박대하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을 차계기환(借鷄騎還), 책을 빌리면 술 한 병이라는 뜻으로 옛날에 책을 빌릴 때와 돌려보낼 때의 사례로 술 한 병을 보낸 것을 이르는 말을 차서일치(借書一瓻),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허세 부리는 여우라는 뜻으로 윗사람의 권위를 빌려 공갈하는 자를 이르는 말을 차호위호(借虎威狐),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바람을 빌려 배를 빨리 달린다는 뜻으로 남의 힘을 빌려 제 이익을 꾀함을 이르는 말을 차풍사선(借風使船), 귀머거리에게 다른 사람이 네게 뭐라고 하더냐고 묻는다는 뜻으로 도움을 받을 상대방을 잘못 찾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차청어롱(借聽於聾), 남의 꽃을 빌려 부처에게 바친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으로 선물하거나 자기 일을 봄을 이르는 말을 차화헌불(借花獻佛), 직권을 남용하여 사복을 채움을 일컫는 말을 차공제사(借公濟私) 등에 쓰인다.
▶️ 力(힘 력/역)은 ❶상형문자로 팔에 힘을 주었을 때 근육이 불거진 모양으로, 농구(農具) 가래의 모양이다. 나중에 일하다, 힘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力자는 '힘'이나 '힘쓰다', '일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力자를 보면 밭을 가는 농기구가 그려져 있었다. 농사일에는 고강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본래 밭갈이용 농기구를 그렸던 力자는 '힘'이나 '힘쓰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力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힘'이나 '힘쓰다'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力자가 '힘'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후에 耒(쟁기 뢰)자가 '쟁기'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力(력)은 ①힘 ②하인(下人) ③일꾼, 인부(人夫) ④군사(軍士), 병사(兵士) ⑤힘쓰다, 부지런히 일하다 ⑥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 어렵다, 매우 힘들다 ⑦힘주다 ⑧있는 힘을 다하여, 애써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힘쓸 노(努), 힘쓸 면(勉), 힘쓸 무(務), 힘쓸 욱(勖), 힘쓸 려(勵), 힘쓸 자(孜), 무성할 무(懋)이다. 용례로는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낼 수 있는 힘을 역능(力能), 자기의 의도를 힘주어 말함을 역설(力說), 사물의 중심이 되는 점을 역점(力點), 힘써서 배움을 역학(力學), 힘써 행함을 역행(力行), 힘써 공격함을 역공(力攻), 힘껏 달림을 역주(力走), 부지런히 힘씀을 역면(力勉), 어떤 일을 감당하여 해낼 수 있는 힘을 역량(力量),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을 사력(死力), 힘을 들이어 일함 또는 그 힘을 노력(勞力),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이나 괴로움 등을 이겨 내면서 애쓰거나 힘쓰는 것을 노력(努力),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낼 수 있는 힘을 능력(能力), 권력이나 기세의 힘 또는 일을 하는데 필요한 힘을 세력(勢力),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을 협력(協力),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을 권력(權力), 이상하게 사람의 눈이나 마음을 호리어 끄는 힘을 매력(魅力), 사람의 힘이나 능력을 인력(人力), 무슨 일이나 말을 한 데 대하여 돌아오는 좋은 결과를 효력(效力), 있는 힘을 다함을 진력(盡力), 일을 감당해 나갈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힘을 기력(氣力), 살아 움직이는 힘을 활력(活力), 목적에 달할 가능성이 많음을 유력(有力), 주된 일을 하고 아직 남아 있는 힘을 여력(餘力), 한 나라가 가진 힘을 국력(國力), 힘이 부족하여 생각한대로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역부종심(力不終心), 꾀가 막히고 힘이 다하였다는 뜻으로 더는 어떻게 할 방법과 수단이 없다는 말을 계궁역진(計窮力盡), 어떤 일에 모든 힘을 다 기울임 또는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모든 힘을 기울여 공을 던지는 것을 이르는 말을 전력투구(全力投球), 남의 힘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어려움을 타파하여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력갱생(自力更生), 전념하는 힘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진심으로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리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염력철암(念力徹巖),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저항해 볼 수도 없는 힘이라는 뜻으로 천재지변 등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의 위대한 힘을 이르는 말을 불가항력(不可抗力), 한 팔이 힘이라는 뜻으로 보잘것없게나마 남을 도와주는 조그마한 힘을 이르는 말을 일비지력(一臂之力), 마음과 힘을 기울여 애를 쓰나 아무런 보람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도비심력(徒費心力), 부나 병력이나 위력 등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처럼 본심을 가장함을 일컫는 말을 이력가인(以力假仁), 많은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면 태산도 옮길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중력이산(衆力移山), 문장을 자유자재로 잘 지음을 이르는 말을 필력종횡(筆力縱橫), 부모를 섬길 때에는 마땅히 힘을 다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효당갈력(孝當竭力),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 내면서 역동적인 행정을 펼치자는 뜻을 이르는 말을 창의역동(創意力動), 다리와 팔의 힘이라는 뜻으로 온몸의 힘을 이르는 말을 고굉지력(股肱之力),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힘을 다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국궁진력(鞠躬盡力) 등에 쓰인다.
▶️ 打(칠 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 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옛날 나무를 자르는 소리, 비오는 소리, 악기(樂器)의 소리 등을 정정(丁丁)이라고 하였다. 정(朾)은 나무를 치는 소리를 나타낸다. 나중에 치는 것은 손의 동작이므로 재방변(扌=手; 손)部로 바꿔 쓰고 발음(發音)도 변하여 '타'라고 읽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打자는 '치다'나 '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打자는 手(손 수)자와 丁(못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丁자는 나무에 못질할 때 사용하는 '못'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打자는 마치 손으로 못을 내리치는 듯한 모습을 그린 것과도 같다. 다만 打자는 단순히 '때리다'라는 뜻 외에도 어떠한 동작을행하고 있음을 뜻하는 접두어로 쓰일 때도 있다. 그래서 打(타)는 ①치다, 때리다 ②말하다, 사다, 세다, 더하다 ③및, 와 ④타, 다스 ⑤어떤 동작(動作)을 함을 뜻하는 접두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벌(伐), 칠 고(拷), 칠 당(撞), 칠 박(撲), 칠 격(擊), 칠 토(討), 칠 력(轢), 칠 공(攻), 망치 퇴(槌), 때릴 구(毆), 두드릴 고(敲), 쇠몽치 추(椎),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던질 투(投)이다. 용례로는 때리어 침을 타격(打擊), 동물이나 사람을 때리어 침을 타박(打撲), 얽히고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나아갈 길을 엶을 타개(打開), 쳐서 부수어 버림을 타도(打倒), 때려서 죽임을 타살(打殺), 종을 침을 타종(打鐘), 곡식의 알을 떨어서 그 알을 거두는 일을 타작(打作), 야구에서 배트로 공을 치는 공격진의 선수를 타자(打者), 이득과 손실을 헤아려 봄을 타산(打算), 모조리 잡음을 타진(打盡), 전보를 침을 타전(打電), 문지르거나 뭉개거나 하여 지움을 타말(打抹), 거래할 물건의 값이나 수량 등을 미리 헤아려서 벌여 적음을 타발(打發), 사람을 때리고 침을 구타(毆打), 몹시 세게 때리거나 침을 맹타(猛打), 마구 때림을 난타(亂打), 피의자를 고문하여 때림을 고타(拷打), 타자할 때에 잘못 찍는 일 또는 그 글자를 오타(誤打), 잇달아 때리거나 침을 연타(連打), 북 등을 가락에 변화를 주면서 두드림을 곡타(曲打), 통쾌하게 때림 또는 그 타격을 통타(痛打),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이해 관계를 이모저모 따져 헤아리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해타산(利害打算), 울려는 아이 뺨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비유한 말을 욕곡봉타(欲哭逢打),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을 징계하여 갑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라는 뜻으로 일정한 주의나 주장이 없이 그저 대세에 따라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풍타낭타(風打浪打)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