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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장(障)’ ‘거리낄 애(碍)’. 장애다. 장애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만은, 장애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 사전부터 찾아봤다. ‘거치적거려 방해하거나’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는 어떤 것,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막고’ ‘거리끼게’ 하는 게 다 장애였다. 그러고 보면, 장애는 지체 장애만은 아니다. 정신적 장애도 장애의 범주에 포함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육체적 장애자만 장애자로 여기기 십상이다. 정신적 장애는 장애로 여기지도 않는 듯하다. 그렇지만 실상은 오히려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장애자들이 지체장애자보다 더 많다. 자신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정상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실은 정신적 장애자다. 자신은 아주 공평하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편협하고 아집에 가득 찬, 사람들의 비판에는 귀를 닫고 듣기 좋은 말만 듣는 사람들이 정신 장애자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이런 사람들이 많은 게 무슨 문제일까, 싶은 데 이게 실은 정말 큰 문제다. 정신 장애자들이 ‘비정신 장애자’들을 장애자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정신 장애자들이 사회에 끼치는 폐해나 해악이 지체 장애자들보다 훨씬 더 크다. 지체 장애자들이 주는 사회적 폐해가 뭐가 있겠는가?
살다 보니, 그런 주위에서 정신 장애자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된다. 때로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권력에 기대어, 때로는 한 줌의 학문적 성취에 빌붙어, 때로는 썩어버린 종교적 권위에 힘입어 ‘비정신 장애자’들을 재단하고 판단하고 정죄한다. 모든 게 거꾸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식이었던 걸 비상식으로 만들어 버리고, 옳았던 것을 옳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단죄하고, 낙인을 찍어버리고. 흑백논리가 횡행한다. ‘의롭고 뜨거운’ 마음으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며 옳고 그름, 이로움과 해로움, 곧 시비이해(是非利害)를 가려내고 미래를 내다보고 앞날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지식인들이 ‘자기 눈 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들어간 티만 보며’ 곡학아세한다. 답답하고 답답한 세태를 보려니,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살고 싶어진다. 날이 갈수록 더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삶에 회의가 생긴다. 이러니 ‘지극히 정상적인’ 비정신 장애자들의 설 자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요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생각이 더 간절해져만 간다. ‘정신적 장애에서’ 자유로운 삶 말이다. 어찌, 지체 장애인들만 배리어 프리 같은 귀한 가치를 누릴까? 정신적 노안이나 정신적 수전증, 정신적 근육 저하 증세를 보이는 정신적 장애인만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나만이라도 내면의 심리적 장벽, 곧 정신적 장애 제거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해야 할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너무 공부를 안 했구나, 하는 자성이 들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해야 할 공부는 하지 않고 그동안 먹고 마시는 데만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이제라도 책을 들어야겠구나, 공부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 내 화두다. 주간 일정을 짜서 날마다 일정 시간을 공부에 할애하고, 나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내고, 공부주제와 맞지 않는 것들은 모두 머리 안에서 내보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책 읽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정신적 퇴화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의 생각을 균형감 있게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아갈 여생의 그 숱한 날, 정신적 퇴적층에 갇혀 있기보다, 굳어버린 화석이 되지 않기 위해 정신적 장애를 없애고 새로운 눈, 새로운 시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하루하루, 시시각각 쌓여가는 삶의 나이테를 아무런 의미 없이 만들어가기보다 이제는 열린 눈으로, 열린 마음으로 시비와 이해를 가려내어 그른 것, 해로운 것이 아니라 옳은 것, 이로운 것을 살아가야겠다. 그 길만이 한 줌 이슬처럼 사라져갈 인생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입은 닫고, 귀는 열고, 눈은 진실을 보는 그런 삶, 그런 삶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 침묵의 깊은 바다에서 무언가 하나는 건져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나 자신의 눈에서 들보부터 걷어내고 침묵 속에서 시비이해를 가리고 옳은 것만 실천해도 인생은 너무 짧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