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한 성탄절이자
<Eternally> 디지털 싱글 발매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돌이켜 보면 <Eternally>의 등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겨울밤의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느낌의 멜로디가 물론 한몫을 했지만,
이 곡에 담긴 가사는 그야말로 오마이걸이 써내려온 이야기의 핵심을 관통함과 동시에
인생의 중요한 부분에 대한 철학이 담긴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마이걸은 주로 짝사랑, 설렘과 관련된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손에 꼽을 만큼이지만 이별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풀어내었죠.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던 오마이걸답게 그들의 이별 이야기도 물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 속 이별의 모습과는 꽤나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셨을지 모르겠네요.
이번 시간에는 오마이걸이 들려주었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며,
이별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별'
여러분은 이 단어를 볼 때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물론 여러 입장이 존재하겠지만,
긍정 여부를 척도로 하여 이별의 느낌을 3가지로 분류하자면
'아프다', '후련하다', '무감각하다'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왜 이별 앞에서 이러한 느낌들을 받을까요?
그 이유는 이별을 불러온 원인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며 수많은 존재를 접하고,
특정 존재에게 호감을 가질 때 자의적으로 '인연'을 이어갑니다.
이 호감이 지속되는 한, 인간은 이별을 선택할 이유가 딱히 없습니다.
하지만 인연이 길어질수록 갈등의 요소가 늘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갈등을 극복하여 사이가 더욱 돈독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결국 이별을 피하기 힘들게 됩니다.
만약 갈등의 요소가 전혀 없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인연이 영원히 이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무뎌지는 경우가 많고,
더 이상 인연의 지속이 무의미해 보인다면
인간은 이별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대부분의 인연은 그 자체로 이별을 기약합니다.
인연을 유지해 줄 호감은 서서히 식어가고,
그것이 바닥날 때 인간은 스스로 이별을 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이별을 택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후련함 또는 무감각함이 될 것이고,
이들에게 과거의 인연을 회상하도록 요구한다면
씁쓸한 최후의 장면만을 회상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정말 아름다웠던 순간도 분명 존재했을 텐데,
끝 인상은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모든 기억을 잠식하는 듯합니다.
이것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별의 패턴이며,
그다지 아름답다고 볼 수 없는 경우들입니다.
앞서 말했듯 오마이걸은 이별의 주제를 노래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최초로 공개된 곡은 <PLAYGROUND>로,
직접적으로 이별을 맞이한 소녀의 감정을 그려낸 곡입니다.
이후 공개된 곡으로는 <Sixteen>, <불꽃놀이>가 있으며,
이들의 가사는 화자가 이별의 사건을 겪었다는 것을 암시하기에
간접적으로 이별을 다루는 곡이라 칭하겠습니다.
그다음으로 공개된 이별에 관한 곡이 바로 <Eternally>입니다.
이는 <PLAYGROUND>와 마찬가지로 직접 이별을 맞이한 소녀의 곡이지만,
이별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소녀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전례 없이 특별한 곡이 됩니다.
이번에는 위의 네 곡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스페셜 앨범의 수록곡은 배제시켰습니다.
<PLAYGROUND>는 연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은 소녀의 감정을 그린 곡입니다.
소녀의 사랑은 한순간에 증오로 탈바꿈하게 되지만,
소녀는 뻔한 이별을 거부하며 상대방을 놀이터로 불러내 함께 놀기를 원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상황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소녀는 무슨 생각으로 이와 같이 행동한 것일까요?
<Sixteen>은 학창 시절 친구와 나눴던 소중한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의 곡이며,
<불꽃놀이>는 연인이었던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내용의 곡입니다.
가사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소녀의 과거는 그저 아름다움으로 가득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멀리 떨어진 상태이며, 그저 오래된 기억을 되짚을 뿐입니다.
뭔가 아이러니합니다.
그들의 인연이 아름다웠다면 자의적으로 이별을 선택할 이유가 딱히 없고,
각자의 인생을 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녀는 어째서,
아름다웠던 상대방과 현재를 공유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을 과거에 묻어둘 뿐일까요?
이 모든 의문의 해답은 <Eternally>를 통해 찾을 수 있습니다.
<Eternally>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만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곡입니다.
이 곡의 특이한 점을 짚어보자면,
화자는 상대방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 약속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상대방과 앞으로 영원히 마주치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를 정말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만 하는 것이라면,
분명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기로 약속하거나
먼 훗날 더 멋진 모습으로 재회하기를 약속할 텐데,
화자에게서 이러한 행동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헤어짐은 영원한 이별이 될 수밖에 없고,
이 이별은 화자가 직접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원히 그리워할 것을 알면서,
가슴속이 눈물로 가득 찰 것을 알면서,
왜 화자는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요?
인간은 안타깝게도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천생연분의 상대방을 만났을지라도
인연이 길어질수록 그것의 아름다움을 처음 그대로 지키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무엇도 영원할 수 없다는 말이 존재하듯
인연의 아름다움도 영원할 수 없을 것이며,
아름답지 못한 최후는 가장 강렬한 끝 인상이 되어
정말 아름다웠던 순간마저 잠식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아름다운 순간에 인연을 스스로 끊는다면,
아픔을 무릅쓰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
그 인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다움으로만 가득한 기억이 될 것이며,
그 기억을 간직하는 한 인연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머무를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영원히 아름다운 인연이란 아름다운 순간의 이별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아름다운 순간의 이별은 아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으며,
그 아픔을 간직하는 한, 아름다운 인연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었습니다.
<PLAYGROUND>의 소녀는 이별의 통보에 대해 상당히 괴상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것은 인연의 끝을 어떻게든 즐거움으로 장식하기 위해 아픔을 무릅쓴 행위였으며,
훗날 그 시간을 돌이켰을 때 "아프지만 아름다웠다"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소녀는 자신의 심오한 이별관을 행동으로 옮겼던 것이었습니다.
<Sixteen>과 <불꽃놀이>의 화자가 과거의 인연을 아름답게 회상할 수 있는 이유도
화자가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아픔이 존재했고,
아픔이란 쉽게 잊히는 것이 아니기에,
아픈 만큼 아름다웠던 그날의 기억을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꺼내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Krystal>에서 말하는 "sad sad but bright one day"의 의미를
<Eternally>에 담긴 오마이걸의 이별관을 통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오마이걸이라는 커다란 이야기 속 이별의 모습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에 아픈 이별에 대한 곡을 내놓다니,
그것도 이별을 통해 영원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았다니,
참 아이러니해 보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픈 이별을 맞이하고도 지금껏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는 성탄절의 주인공을 생각하면
<Eternally>의 등장은 완벽한 한 수였다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이번 시간에는 오마이걸이 들려주었던 이별에 관한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으며
이별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오마이걸이 노래한 이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은 영원히 아름다울 인연을 위해 아픈 이별을 택하실 수 있나요?
어쩌면 오마이걸이 노래한 이별은 현실보다는 예술의 영역에 속한 것이기에
현실 속의 이별과는 괴리감이 클 수 있습니다.
모든 인연이 반드시 영원히 아름다워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오마이걸과의 기억을 영원히 아름답게 간직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언젠간 오마이걸과의 이별을 맞이할 것이고,
그 이별은 한없이 아픈 이별이 되겠지만,
그 아픔이야말로 우리가 만들어온 시간이 아름다웠다는 증거로 남을 테니
그저 있는 그대로 아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혹시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여러분만의 생각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라며,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마이걸 #Eternally #이터널리 #이별 #분석 #해석 #크리스마스
첫댓글 오마이걸 음악 속의 이별에 대한 고찰.. .. 잘 봤습니다!!
잘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클로저도 이별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만난 적이 있어야지 이별을 생각하죠... 갑자기 훅 들어오시면... 따흑ㅠㅠ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ㅎㅎ
CLOSER는 오마이걸의 스토리상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라는 저의 생각이
Eternally 이전의 곡들을 다루겠다는 저의 생각과 함께 꼬여버린 것 같습니다 ㅎㅎ
아무튼 씅해라씅님 또한 오마이걸과 함께하는 입장이니 현재를 있는 힘껏 즐겨봅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글인 것 같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지만 대상과는 떨어져 있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단어 하나면 바로 납득 할것 같네요 '죽음' 12월 25일에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으로서 믿음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연은 영원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신뢰는 영원할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요?
죽음이 우릴 갈라놓아도 우리의 믿음만큼은 영원 하길
죽음과 관련된 해석도 좋은 해석이라고 봅니다!
저도 이 글의 정체성을 죽음으로 설정해볼까 했지만 내용이 너무 암울해질 것 같아서 자제했습니다 ㅎㅎ
어쨋든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진 우리 인간에게 영원이란 끝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불님!
@조용한등불
도데체.. 난 캐츠아이님의 정체를 알고 싶다..언젠간 내가 밝혀내겠어..
글 잘읽어봤습니다.
믿고 보는 캐츠아이님 👏🏻
저의 정체는...
필멸자일 뿐입니다!(?)
믿고 봐주시는 재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역시 캐츠아이님의 분석글은 수필처럼 독자가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 오늘도 제 생각의 깊이를 더 늘리게 됐습니다 ㅎㅎ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저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가실 수 있다니 아주 기쁘네요!
사실 저도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고 새로운 것들을 깨우치게 된답니다 ㅎㅎ
다음 글은 아마 1월~3월이 될 것 같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서사를 '오마이걸' 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려는 거라면 WM은 정말 대단한 큰 그림을 그리는 거네요. 과연 멤버들은 이 사실들을 알고 있을까요?
와우... 속독왕이신 것 같습니다 ㄷㄷ
가수에게 녹음을 시킬 때, 사전에 곡의 의미나 살리고자 하는 느낌을 알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멤버들도 WM의 큰 뜻을 알고 있을 것 같네요.
(아니면 저만의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캐츠아이 캐츠아이님 덕분에 조금 감수성이 짙어지는 밤이네요 :)
@핑돌이와오마이걸 오늘 밤은 <Eternally>와 함께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ㅎㅎ
어제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캐츠아이 감사합니다
@핑돌이와오마이걸 옴나잇 하세요~
늦은 시간에 댓글 죄송합니다 이제야 이 명문을 읽고 정말 너무 큰 감동이 왔네요 정말 글 잘 쓰신것 같아요
함께 보낸 시간들이 아름다웠으니 그만큼 아픔을 느끼는 것이겠죠.
그동안의 기억들은 잘 접어 두었다가 좋은 날에 다시 펼쳐 보기로 합시다.
저도 캐츠아이님 이 글 참 마음에 깊게 담기네요. eternally에서 지호가 부른 마지막 파트는 “나 여기서 쳐다보고 있어. 지켜보고 있을게”라는 가사네요. 7년 동안 오마이걸이라는 아름다운 시간을 지나 이제는 다른 멤버들이 이어가는 그 시간을 함께 지켜볼 지호를 더욱 응원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늘 함께했던 곳에서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마음으로는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으니...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와,,이터널리의 가사를 보면서 여러 생각은 해봤지만 글을 보면서 정말로 많이 알아가네요 지호누나생각도 나면서 많이 울컥하네요🥺
지호님은 오마이걸이라는 책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남기셨으니,
아픈만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도록 합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