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우리 마을의 가장 높은 곳인 망루꼭대기에 올라와있다. 한 손에는 바스타드를 걸치고…. 흐하하핫 멋있다. 난 망루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망루 앞쪽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맥… 망루 뒤쪽으로는 우리마을 레이던이 펼쳐져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내가 망루에 올라간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다. 문제는 우리 아빠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가 있었다. 아빠!!
“왜 자꾸 위험한 망루에는 올라가고 그러냐!!.”
“당연할걸 물어보십니까?. 우리마을의 평화는 제가 지킵니다!!.”
나의 꿈은 정의의 용사다. 다른 사람들은 가업을 물려받겠다느니…. 위대한 학자가 되겠다고 떠들지만… 난 세계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가 되고 싶다.
“너 저 번에 약속한 걸 까먹었나 본데… 너 오늘 밥 굶어!!.”
아니, 이게 무슨 오크 드레곤 패는 소리냐?. 난 재빨리 망루에서 뛰어 내렸다. 크하하… 난 최대한 멋있는 포즈로 뛰어 내렸다. 이것이 바로 활공 비행이라는 것이다!. 퍽! 이런 건초더미가 쌓여 있는 수레를 피해 옆에 떨어지고 말았다.
“욱.. 아프다. 아버지 뼈가 부러졌나 봐요… 도와줘요.”
“자식이라고 기껏 해서 키워 났더니 쇼나 하고….쯧쯧쯧.”
아빠는 나를 본척 만척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다. 에잇, 그만 일어나야 겠다. 난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 났다. 나는 영주님의 성에서 뛰어내려도 끄떡없다. 이것이 인간이란 말인가?.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은 아니 였다. 아빠는 나에게 말했다.
“내가 왜 오우거를 도와줘야 하냐?.”
“아들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뭐 사실이니까.”
내가 인간오우거가 되어 버린 이유는 바로 이놈 때문이다. 케런!!
-나 불렀냐?.
케런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나와 같이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같이 혼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었던 것이다. 내 몸 속에 들어 있는 레드드레곤… 정확하게 말해서 내 머리 안에 있지… 남의 뇌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크하하하.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빠를 따라가야지!. 잘못하면 오늘 하루종일 밥 굶게 생겼다. 아버지~ 이잉!!
“아빠, 잘못했으니까 제발 밥은 주세요!!.”
난 간신히 밥을 얻어 낼 수 있었다. 대장간 일을 도와 주는 것으로써.. 음..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먹고 살아야지… 우걱우걱. 메뉴는 수프와 야채샐러드, 그리고 베이컨과 빵이었다. 난 걸귀처럼 먹고 있었다. 우리 아빠는 대장장이이다. 솜씨는 레이던에서 최고일걸~ 아니 세계최고 일수도…. 그런 우리 아빠는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수저를 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 좀 먹어라!. 누가 뺏어 먹냐?.”
“먹어야 살죠.”
이렇게 오우거처럼 먹고 있는 나는 엘린 카토르이다. 바로 우리아빠 빌렌스터 카토르의 아들이자 정의의 용사이다. 하하하핫!!
-쇼하구 있네.
이 소리는 남의 뇌에 빌붙어 살고 있는 기생충의 소리이다. 레드드레곤 케런이라고 한다나?.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는 드레곤들 사이에서 로드의 자격을 받은 화이어 로드 나이트 케런이라고 한다. 그걸 누가 믿어?. 나 처럼 자칭일지 누가 아냐구?.
-조용히 하구 있어!.
-꼴에 성깔은 있어가지구…
이 때 아빠의 불쌍해 보인다는 표정과 함께 한마디 말이 실려왔다.
“너 지금 밥 먹다 말고 뭐하냐?. 이런걸 아들이라고…”
내가 케런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나 보다. 에잇! 가끔 이런다니까.
“윽… 콜록콜록”
이런… 수프 먹다 목에 건더기가 걸렸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 산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오크 같은 아빠하고 살고 있다. 쿠헤헤 오크래~
“아빠 내일 아침에 도와 드리면 되죠?.”
“그래.”
아침의 눈부신 햇살이 나의 눈을 두들기고 있었다. 하아암~ 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침에 지저귀는 새들과… 봄이라 아름답게 피어난 각가지 꽃들… 역시 이런 것이 인생이라니까….
“일어 났으면 일을 해야지!.”
아.. 하지만 나의 인생은 이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란 말인가?. 나의 레이디여 당신은 이 대륙 어느 곳에 존재 하고 계신단 말입니까!!. 제발 부디 이 오크 아버지로부터 저를 구해주십시오!!.
-왜 불러?.
-니가 나의 레이디냐?. 드레곤은 전부 호모라고 들었는데…. 이 슬라임아!.
“알았어요, 약속은 지킨다구요. 그런데 아침메뉴는 뭐에요?.”
“트롤 머리 구이!.”
“그렇다면 트롤 눈알은 내가 찌이임~ 했어요.”
“역시 오우거야.. 내려와서 일이나 도와 그리고 나서 밥이나 먹으라구.”
“네 ~ 엡.”
난 무지 열심히 일 했다. 대장간에서 농기구나 무기를 만들 재료인 철도 날랐고. 물도 떠 왔다. 난 그러한 일을 하면서 참된 땀방울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물한 컵이란…. 정말 인생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미성년자 주제에 무슨….
-분위기 깨지마!!!.
뭐 빠지게 일하고 나서 드디어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다. 난 기분이 좋았다.
“잘 먹겠습니다 아~~ .”
“샤워도 안하고 먹냐?.”
샤워를 마치고 난 우리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아주 생글생글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안해두 되요. 좀 이따가 할거에요. 히힛.”
“기분 나쁘게 왜 웃고 지랄이냐?. 너 미쳤냐?.”
“아빠 그런 말을 아들에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일하고 나서 가뿐하게 밥을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서 그러죠. 그리고 샤워는 망루에 올라가서 우리마을 좀 살피고 나서 할께요.”
“쇼하지 말고 장 봐와라… 음식재료가 다 떨어졌어.”
“싫어여!.”
“그럼 점심 없어….
윽… 이런, 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이 존재를 위협하는 망발이… 난 문을 박차고 달려갔다. 그때 아빠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샤워는 하고 가라 임마!. 땀냄새나!!.”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난 어쩔 수 없이 장을 보러 갔다.
“오랜만이구나, 엘린.”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오늘 장사 잘 되세요?.”
“뭐 장사가 전부 그렇지 뭐.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망루에 안 올라갔니?.”
“네, 아빠를 좀 도와 드리느라구요. 아주머니 사과 좀 주세요.”
“이제 다 컸는데 아버지라고 부르렴, 여기 있다. 사과 3개는 서비스다.”
“저도 고쳐 보려고요…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많이 파세요.”
“그래… 잘 가렴.”
이제 무엇이 남았지? 난 오늘 장볼 물품이 쓰여 있는 수첩을 꺼내 들고 생각에 들어갔다. 오늘은 고기 좀 살까?. 요즘에 고기를 못먹었잖아. 배에서 아우성인 것 같은데….난 고민에 빠졌다. 그때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우두두두…. 왜 이리 시끄러운 거야? 집중이 안돼 잖아!!. 오늘 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저것 좀 보구 나서 정하시지….
“헉….”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 달려 오고 있었다. 나의 팬인가?. 오늘 하루 망루에 안 올라 갔다고 저 정도의 반응이 올 줄은 몰랐는데…. 줄서요!!. 차례대로 싸인 해 줄께요!!
-잘 봐라 오우거야. 지금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구…
나는 어떤 한 사람과 같이 뛰며 물어보았다. 그 사람도 겁에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몬스터들이 우리마을을 습격했어!.”
“네?. 경비초소가 있잖아요! 벌써 여기 까지 밀고 들어 온 거에요?.”
“몬스터 수가 너무 많아!. 그리고 우리가 달려온 방향은 전부 패허야!.
저쪽 방향이면….. 우리집?. 안돼!! 난 달려갔다… 제길, 아버지 무사하세요.. 이제야 아버지라는 말을 쓰게되었군…. 난 사과는 팽개쳐 버리고 우리집을 향해 달렸다. 나와 말하던 사람이 위험하다며 나를 붙잡는다. 하지만 나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 달렸다. 나는 눈가가 번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지금 바스타드도 없다. 그래서 몬스터들을 피해서 다녀야 했다. 왜 이렇게 우리집이 먼 거야?.
우리집에 도착했다… 우리집은 무너져 있었다… 주변의 집들도.. 옆집 아저씨의 집도… 전부 무너져 있었다. 난 우리집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들을 치워 나갔다. 돌들 사이로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내 바스타드였다. 난 바스타드를 꺼내 들었다. 나는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 하기 위해 돌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오크들의 소리가 들렸다. 탐색 조 인가? 너희는 제삿날이야!!!.
“취익. 인간이 있다..”
“취이익 죽여 버리자!.”
그거 너희들 임무 아니 였냐? 당연한걸 가지구.. 역시 오크 머리 였다. 아카데미의 학자들은 오크머리는 생명체에 머리가 없으면 허전해 보이므로 그냥 어쩔 수 없이 달고 다닌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오크의 수는 5마리 무기는 도끼, 철퇴 정도를 가지고 있었다. 저런 무기도 강탈한 것일 것이다. 나는 검 집에서 바스타드를 뽑았다. 우리 아버지가 만들어 준 바스타드…
오크 한 마리가 행동했다. 도끼를 나의 머리를 향해 내려 찍었다. 죽고 싶나보군.. 난 옆으로 피했다. 우씨.. 열받어. 난 바스타드를 한 손으로 들고 옆으로 그었다. 무엇인가 나의 검에 걸리는 느낌… 오크 한 마리는 이미 저 세상이다. 다른 오크들이 주춤하는 사이 그 죽은 오크의 머리를 바스타드로 박살을 내었다.
“크아아아아!!!.”
오크들은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듯했다. 나는 바스타드로 남은 오크들을 난도질했다. 오크들은 저항해보았지만 나의 힘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제 한 마리 남았군… 한 마리는 떨고 있었다. 난 오크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쓰고있었다. 너두 이제 죽었어…
“크하하하!!.”
“넌… 인간이 아니지? 취익.”
오크는 주먹으로 나의 배를 후려갈겼다. 퍽! 윽… 아프군 난 3카트(1카트= 50cm)정도 뒤로 밀려났다. 최후의 몸부림인가?.
“너.. 너 넌.. 인간이 아니다. 취익.”
“그래, 잘 알아봤다!.”
나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퍽! 철 퍽.. 피 튀기는 소리.. 오크는 몸통 위에 머리가 없어졌다. 뭐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는데 뭐. 나는 바스타드를 어깨에 걸치고 오크의 피를 뒤집어 쓴 채로 몬스터들의 흔적을 뒤 쫓기 시작했다. 마을의 중앙 회관쯤 도착했을 때는 마을 경비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음… 몬스터의 종류는… 오크, 트롤, 고블린, 미노타우르스…. 엇? 미노타우르스?!. 경비대는 미노타우르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르스가 들고 있는 배틀액스는 사람이 들면 그레이트액스가 될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는 힘 또한 대단하다. 오우거보다는 못하지만….
난 싸움이 일어나는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은빛바스타드를 들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광전사가 투입되자 싸움은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경비대원은 별로 남지 않았다. 대부분이 미노타우르스의 배틀액스에 의해서 반 토막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많은 수의 몬스터들은 상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다. 힘이 빠져 갈려고 할 무렵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광!!. 이 폭발로 인해 많은 수의 몬스터가 희생되었다. 사방으로 살점이 튀었다. 내 옷에도 묻었다. 에이 더러워…. 이 폭발이후에도 여러 번의 폭발로 몬스터의 수는 급격히 줄어 들었다.
이제 남은 몬스터는 미노타우르스 3마리… 너희는 광우병이었어!! 어떤 놈이 배틀액스를 던졌다… 윽 나의 마음을 읽었나?. 챙! 이런 나의 바스타드로 튕겨내긴 했다.. 하지만 팔이 저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의 바스타드는 우리아버지가 생전에 만든 걸작이다. 원래는 어떤 상급레벨 모험가에게 판매하려고 했지만 내가 애원을 해서 얻어낸 것이다. 그래서 미노타우르스의 배틀액스를 튕겨내고도 멀쩡할 수 있었다. 아이구 팔 저려… 콰과광!! 미노타우르스 밑의 땅에서 지금까지 같이 폭발이 일어 났다… 남은 미노타우르스들도 동료들과 같이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익스플로우젼!.”
콰과광!! 뭐야? 나의 발 밑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우씨.. 나 맞았잖아. 난 공중으로 20카트 정도는 날아갔다. 그러다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퍽!… 우씨.. 또 아파… 난 얼굴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이구 코야… 나의 높은 코가 내려 앉으면 죽었어!!. 하지만 멀쩡했다. 코피 나는 것은 빼구…
“어떻게 나의 익스플로우젼을 맞고도 살아남는 몬스터가 있지?. 오우거까지 투입되었나?.” 아, 이 녀석이 마법으로 몬스터들을 제거했나 보지?. 빨강머리의 여자애였다.
“나는 몬스터 아냐!!.”
“그걸 어떻게 믿지?!.”
난 경비대쪽을 바라 보았다. 살아남은 사람의 수는 아주 적었다. 우울해 지는군…. 난 계속 몬스터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여자마법사의 말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왜 그러는거야? 더욱 우울해지려고 하잖아….
우리집이 있던 곳으로 가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돌더미들만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계속 돌들을 치웠다. 한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밤이 다 되어서야 나는 싸늘하게 식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엎고 숲으로 가서 양지바른 곳 어머니의 묘소 옆에 묻어드렸다. 난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옆에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