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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면 더 멀어지는 것일까. 간직한 섬 하나 보낼 수 없는데 끝내 보내야 한다. 맞뚫리길에 한숨이 쌓여 날 선 언어들이 목구멍에 걸리고 웅웅거리는 바람의 떨림은 곁을 맴돌고, 떠나온 자리 돌아보고 싶어도 매몰차게 소용돌이치는 맘을 어디에 걸어둘까.
캐러멜야끼야또 다디단 향기마저 희미해져 가는 시간, 애면글면 저릿한 열정 주렁주렁 가슴에 묻어두고 애달픈 쑥부쟁이 피는 시절을 기다리며 견딜 수 있을 만큼 거리에서 외줄을 탄다.
낯설게 다가온 기억을 소환해 잠시 느긋한 날, 맑고 향기로움이 거짓일지언정 가시 돋친 말이라도 이제 내 안에 닻을 내려야한다.
초록음 자리 떠나며 꼬리 흔드는 건 강아지풀뿐인가, 어제의 기억은 빈방에 벌거벗은 서글픔으로 도사리고, 밤이 떠나려는 새벽에도 가슴 아린 시어에 등불을 켠다.
당신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려 짧은 가을 향기처럼 머무는 여운을 붙잡는다. 돌아오지 않는 강물처럼 한 줌의 햇살에도 설레는 지독한 사랑앓이, 비워둔 당신의 자리에 살가운 바람 한 줄기 스며든다. 그 강을 건너가야 당신을 만날 것인가.
다 안다고 생각 했는데 당신에게 보낼 안부가 생각나지 않은 밤 어제를 기억하지 않을 뿐 그곳에 아직 기다리고 있나요. 외로워서 산 까치랑 들길을 걷고 있나요.
단풍 내려오면 마음에 묻어둔 말 고백할까요. 아픈 계절이 아니라 초록이 떠나려하고 당신은 돌아오지 않으려 하고. 이별을 기다리지 않을래요. 함께한 시간을 손잡으며 길을 가요. 바람에 보내는 연서 놓칠지라도 혹여 잊히지나 않을는지요.
사랑을 알고 사랑을 떠나보낸다고 하지만,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함께한 시절을 떠나보내는 것을,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여치 우는 밤 기다릴게요.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 생각하였지만 가야 할 길은 서로 다른데. 가끔은 가슴 뛰는 설렘 헛헛한 마음 위로 받을 바람의 손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데.
한바탕 소나기 퍼붓고 가는 날, 어둠이 내리면 창 밖 귀 기울여 봐도 어디론가 떠나는 발걸음만 투벅투벅 들려오고, 밤잠을 설치다 새벽녘에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릴 것 같은데 꿈속에서 한상일까.
흔들리지 않으려고 오롯이 버티려 하지만, 술렁이는 문장들이 머리에 맴돌 뿐, 허상인 것을 알면서도, 그냥 왔다가는 삶이라면 기억 저편에 끝없이 채워지지 않는다 해도, 애틋함은 보랏빛 수채화 넘실거리는 꽃무리 속에서라도 당신을 기억하려 하지만, 짧은 시절에 더 보듬어주고, 더 애틋한 사랑을 하였더라면 후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인연의 끈 잘라내지 못하고, 지키고 싶은 것은 자꾸 달아나려하고, 버려야 할 것은 층층이 쌓여 탑이 되어간다. 가슴에 파고드는 소문은 무채색 아물지 못하는 지친 심장 소리로 푸른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 오늘을 단단히 움켜 잡으려하지만, 모두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바람이 토닥거리고 햇살이 반겨주는 테라스에서 잠시 차 한 잔으로 호사를 누려보지만, 함께 이 아름다운 날 여행하지 못함을, 쏟아지는 햇살에 애태우는 그만큼 머무르고 싶은 이곳에서 하늘의 선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과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그 길 끝에서 그대 나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2008 한국작가 등단신인상
경기문협 공로상 수상
광명문학 대상 외 다수
제5회 월탄 박종화 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광명문인협회 부회장
저서 : {내안의 그리움} {여정} {속눈썹의 미학} {그 별의 밝기는 30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