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강아지 천둥이가 흐느적거리면서 일어나다말고 다시 쓰러지고 급기야 땅바닥에 퍼질러 누워서는 끙끙거리면서 앓기 시작했다. 생후 2개월쯤 되었는데 뱀한테 물린는 줄 알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다. 일요일이라 병원에도 못 데려가고, 별 수 없어서 지켜만 보고 있는데, 작년에 꿀병에 담가 둔 토종벌집술 찌꺼기를 버린 것이 생각났다. 그거구나! 생각이 거기에 미치게 되자 갑자기 웃음도 나오고 저러다가 술병으로 못 일어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무열이 아빠가 그 찌꺼기를 자두나무 밑에다 버렸는데 나중에 가 보니 하나도 없었다. 그 찌꺼기가 꿀병 한 되 정도의 양이 되는데 소주 25도를 넣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 실제 알코올은 얼마 안 되어도 어린 것에게는 어지간히 독했을 것이다. 벌집술이라 달짝지근하니깐 제다 먹은 모양이다.
밤에는 아궁이 앞 보드라운 흙에다가 무열이가 옮겨 놓았는데 아주 맛이갔다. 억지로 물을 먹여보기도 했지만 역시 동물들은 스스로 이겨낼 것이라 생각되어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현관 앞에 와 있었다. 이제 꼬리도 흔들고 하는 걸 보니 어제보다 움직일 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눈동자가 풀리어서 흐리멍텅 그 자체다. 오후에는 처음 우리가 발견했을 때처럼 움직이다가 휘청, 움직이다가 휘청을 반복하였다. 혹시나해서 북어국을 끓여주었다. 더구나 어제 그 이후로 아무 것도 못 먹었으니.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어찌나 반가워하면서 먹어대는지. 술찌꺼지때문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혹 장염이나 다른 것이 아닐까 반신반의하기도 했는데 해장국을 맛나게 먹는 걸 보니 정말 이게 술병이 나서 그렇게 끙끙거리면서 앓았구나 싶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만한게 다행이라 싶기도 하고. 애들이 죽을까 봐서 온 신경을 쏟았는데 북어국 먹는 걸 봤으면 한시름 덜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원 참, 신랑한테 북어국은 끓여줘 봤어도 강아지한테까지 해장국을 끓여주다니...
첫댓글 아픈 개 한테 제일 좋은 약은 명태라더군요. 북어국 먹는 천둥이를 바라보는 무열 아빠의 진지한 모습이 반갑긴 한데역시 개팔자는 상팔자 임을 실감하는 것 같네요...^^개들은 술에 취하면 무어라 떠들던가요 ? TV 에 자주 나오는 개만도 못한 사람들은 저만 잘났다고 몸부림 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