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파이
정 우 민
파이의 삼촌인 마마지의 소개로 한 작가가 성인이 된 파이(이르판 칸분)를 찾아온다.
이 작가에게 파이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놀라운 이야기를 해준다.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 이다. 수영에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삼촌 마마지가
프랑스의 황홀한 수영장 ‘피신 몰리토’를 다녀온 뒤 지은 이름이다. 그 수영장은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느낌을 주는 수영장으로 물처럼 맑은 영혼을 가져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영어 오줌싸다 라는 뜻의 '피싱'과 발음이 비슷해서 내내 오줌싸개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았다. 선생님들까지 피싱으로 부르며 놀렸다. 새학기가 되자 파이
는 스스로 '피신 몰리토 파텔' 줄여서 '파이'라는 닉네임을 만들고 작정하고 매 수업시
간마다 그 닉네임에 대해 설명을 한다. 수학적으로는 원주와 지름의 비율을 뜻하는
'π' 라고 말한다. 수학적으로는 무한소수인 3.1415926535...로 이어지는 '파이'를
칠판 세 개가 넘도록 외워 쓰고 결국 '전설의 파이'로 학교에서 유명해지게 된다.
마침내 오줌싸개 별명인 ‘피싱’에서 벗어난다.
서양의학에 의해 구원을 받은 소아마비인 파이의 아버지는 종교보단 '과학'을
더 믿는다. 파이의 어머니는 신을 믿는다. 파이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강했다.
힌두교, 천주교, 이슬람교... 우연히 접하게 된 여러 종교에게서 각각의 매력을
느낀 파이는 모든 종교를 다 믿기 시작한다. 그런 파이에게 아버지는 ‘종교를
3개만 더 믿다간 1년 내내 휴일이겠구나’하며 감성보단 '이성'을 믿고 나아가라
조언을 하고, 어머니는 과학이 증명하지 못한 마음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어른이 된 파이는 대학에선 유대교의 신비를 가르친다. 그런 파이에게 작가가
묻는다. 종교에 대한 '의심'은 해본 적 없냐고. 그러자 파이가 대답한다.
'층층마다 수많은 의심의 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심은 믿음을 더 견고하게
만듭니다.‘
인도의 폰디체리에서 파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동물원에서 최고 인기스타는
'리처드파커'라는 이름의 뱅골 호랑이이다. 원래 이름은 '목마름'이었지만
사냥꾼과 서류상으로 이름이 바뀌어 그냥 '리처드 파커'로 불리우게 된다.
어린 파이는 순수하게 호랑이에게 인사를 하려다 손이 잘릴 번 한다. 그런
파이에게 아버지가 냉혹하게 가르친다. 호랑이가 사슴을 죽이는 모습을 억지로
보게 하여 호랑이는 친구가 될 수 없는 동물일 뿐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동물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끊어지자 파이의 가족들은 동물들을 북미에
팔고 캐나다에 이주하기위해 일본 화물선 ‘침춤’호를 타고 먼 항해를 떠난다
. 물론 배안에 동물들을 가득 태우고 떠난다.
파이의 어머니는 채식주의자였고 굶주리면서도 미트 소스를 먹지 못했다.
그녀와 배안의 주방장(제라르 드파르디유분)은 고기를 먹는가 먹지 않는가의
이유로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주방장은 굶으면서까지 신념을 지키는
파이와 파이의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기 소스를
강요했고 파이의 모친은 그것을 거부했다. 역시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한 일본 불교 신자는 그들에게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행복한 불교 신자인데 고기 소스를 먹죠. 배 안에서 이건 고기 소스가
아니에요. 양념 같은 거죠." 라고.
모두들 잠자던 밤에 폭풍우가 몰아친다. 잠자던 형 라비를 깨워서 폭풍우를
구경하러가자 했지만 형은 ‘폭풍을 우습게 알지 마라’하며 나서지 않는다.
곧 그 폭풍우로 화물선이 순식간에 침몰하게 되고 가족 모두를 잃게 되고
파이 홀로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남는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울부짖던 파이(수라즈 샤르마분)는 구명보트에 뛰어
내리다 다리를 다친 얼룩말을 보트 안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얼룩말을
공격하는 하이에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바나나를 가득 싼 그물더미를 타고
온 어미 오랑우탄이 보트에 타게 된다. 하이에나는 얼룩말을 공격해서
죽이고, 파이를 지켜줄 수 있을 줄 알았던 어미 오랑우탄마저 죽이고 만다.
파이는 죽어가는 오랑우탄에게 그저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마침내 하이에나는 파이를 공격한다. 절대 절명의 그 순간
뱅골호랑이가 갑자기 나타나 하이에나를 죽여 버린다. 배에 둘만 남은
리처드파커와 파이의 표류기가 시작된다.
호랑이와 같이 한배를 탈 수 없기에 파이는 갑판 나무와 구명조끼를 모아
작은 뗏목을 만들고 보트에 줄을 묶어 리차드 파커와 거리를 유지한다.
구명 보트 안에 있는 비상식량을 모두 작은 뗏목으로 옮겨 왔지만 집채
만한 고래가 단 한번 용솟음 친 뒤 모두 수장이 되어 버린다.
유년시절 아버지의 가르침으로 호랑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것을 파이는
잘 알고 있다. 호랑이는 사자와 달리 수영을 잘 한다. 언제 뗏목까지 수영
해와서 자신을 잡아 먹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파이는 호랑이를 먹여
살리기로 결정한다. 호랑이의 본능이, 파이의 생존본능을 일깨운 셈이다.
뗏목에서 파이는 스스로 낚시를 하여 생선을 잡아 리차드 파커에게 주고 ,
빗물을 받아 리처드파커를 먹이게 된다.
갑판을 떼어다 날카로운 창을 만들어 리처드파커를 위협하고, 잡은 생선을
먹잇감으로 주며 훈련을 시킨다. 마치 파블로프가 개 먹이를 주기 전에 종을
울려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하는 조건반사훈련을 시키듯이 생선
을 주기 전에 뱃머리를 두드린다. 마침내 리처드 파커를 훈련시키는 법을
터득한다. 구조보트에서 발견한 생존지침서를 읽으며 점점 적응을 해 나간다.
기나긴 표류로 인해 심신이 지친 파이와 뱅골호랑이에게 두 번째 폭풍우가
몰아친다. 폭풍우가 몰아치자 파이는 번개가 번쩍대며 비를 뿌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신의 위대함을 보라 외치고, 리처드파커가 신의 위대함을 볼 수
있도록 배에 있는 천을 모두 걷어버린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신의 찬양하다가
이내 이성을 차리고 배를 몽땅 천으로 씌워버린다. 파이의 무모한 행동은
파이와 리처드파커를 죽일 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신과 리처드파커의
목숨을 구한다. 두 번 째 폭풍우를 만난 후 지쳐 쓰러진 리처드파커. 그 호랑이
머리를 자기 무릎에 올려두고, 우린 죽을거 라며 파이는 오열한다.
우린 죽고 말거라며 오열을 하고 잠들었는데, 일어나니 미어캣의 섬에 도착해있었다.
거기엔 마실 물과, 신선한 식물과, 수 만 마리의 미어캣들이 살고 있다.
(미어캣은 몽구스과의 포유동물로 몸길이는 50cm정도이고 무리지어 살고 자주
두발로 서서 가슴과 배에 햇볕을 죈다) 이 무인도에는 마실수 있는 담수호가
있고 리차드 파커가 평생 먹을 수 있는 미어캣이 있다. 그러나 이섬은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힌두교의 인류를 보호하는 비슈누신과 흡사한 모습)을 한 떠다니는
섬이었다. 파이는 우연히 연꽃같이 생긴 나무열매 안에서 사람의 이빨을 발견한다.
알고보니 이 섬은 낮에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밤엔 식인 섬으로 변해서 모든 생물체를
녹인다. 파이는 서둘러 최소한의 식량을 챙겨 리차드 파커와 함께 그 섬을 떠난다.
신이 자신을 버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지켜본 것뿐이었다고 파이는 말한다.
마침내 227일 만에 파이는 멕시코 해안에 닿아 구출되고 리차드 파커는 파이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정글 속으로 사라진다.
멕시코로 찾아온 일본 선박회사 조사관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믿지 않는다.
조사관은 파이에게 제대로 된 증거와, 모두가 납득할 이야기를 요구한다.
'바나나는 물에 뜨지 않아'. 조사관의 이 한마디는 모든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분명히 오랑우탄은 바나나더미를 타고 왔는데, 바나나는 물에 뜨지 않는다니,
그럼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다 엉터리였다는 건가?
동물도 나오지 않고, 모두가 다 믿을 수 있는 진짜 이야기를 바라는 조사관에게
파이는 놀라운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주방장과, 행복한 불교신자 선원, 바나나더미를
타고 온 엄마, 그리고 파이. 그렇게 넷이 표류한 이야기. 행복한 불교신자 선원은
다리를 다쳤고, 그를 주방장은 방관한다. 그리고 선원의 시체를 이용해 낚시를 한다.
채식주의자인 파이의 어머니는 그런 주방장을 원망하고 증오한다. 그러다 싸움이
나고 주방장이 엄마를 죽이고 만다.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파이는 다음 날
주방장을 죽이고 주방장의 시체로 낚시를 하며 홀로 표류를 시작한다.
충격적인 두번째 이야기를 들은 일본 조사관들은 그저 얼른 나으라는 말을 하고 돌아간다.
환상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동물들과 미어캣섬 이야기, 살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죄를 저지르게 된 두번째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에서 오랑우탄은 엄마, 얼룩말은
선원, 하이에나는 주방장으로 연결되는 두 이야기에서, 파이는 인간으로서의 파이이기도
하고, 리처드파커이기도 하다.
'두 이야기 모두 배가 침몰하고, 가족을 잃고 나는 고통 받는다. 그러나 증명할 길이 없다.
두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더 맘에 드나요?'라는 파이의 질문에 작가는 동물 이야기가
더 맘에 든다고 한다. 파이도 고맙다고 말한다. 일본 조사관들의 화물선 침몰 관련 보고서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p.s. 그의 이야기는 매우 놀랍다. 그는 표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생존했으며, 뱅골 호랑이와 함께한 자도 그가 유일하다.'라고.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명성이 높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원제 LIFE OF PI)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최초의 3D 영화이다. 이안 감독은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사로잡은 <색, 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 이안 감독은 2013년 2월 25일
제 8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카데미 두 번째 감독상이다
. ‘3D가 없었다면 원작이 전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라고
이안 감독은 말했고 ‘아바타’가 개봉되기 전부터 이미 3D영화로 만들자고 결심했다한다.
주인공 ‘파이’ 못지 않은 중요한 캐릭터는 바로 뱅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였다. 실제
호랑이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모두 네 마리의 뱅골 호랑이 킹,
민, 테무스 그리고 조나스를 섭외했다. 그 중 킹은 이안 감독이 생각하고 있던 ‘리처드
파커’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여 실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CG작업의 메인 모델을
담당했다. 물론 킹처럼 실제 뱅골 호랑이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파이와 함께 바다를
표류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CG가 사용되었다. CG작업을 바탕으로
거짓말처럼 사실적인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만들어냈다. 특히 파이가 느끼는
리처드 파커의 동물적인 본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벵갈 호랑이를 전혀 의인화하지
않고 야생이 그대로 묻어있는 캐릭터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추가 맺음
1. 잔인한 두 번째 이야기의 반전에도 불구하고 신이 존재한다는 파이의 첫 번째
이야기를 믿고 싶다. 전세계의 관객들이 바나나를 물위에 띄우는 실험을 했다.
필자도 바나나를 물위에 띄워 보았다. 결과는 바나나는 물위에 뜬다는 것이다.
2. 하늘을 떠다니는 듯한 ‘피신 몰리토’ 수영장, 태평양 한가운데에서의 수많은 별빛
그리고 심야에 야광을 발하는 해파리와 생물들 , 수천마리의 날치가 나는 장관,
구명 보트 밑의 거대한 고래를 공중에서 잡은 장면 , 이 아름다운 3D 영화를
인기작만 방영하는 영화관 틈 속에서 요행히 관람한 필자는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신‘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