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흥사지를 벗어나 안성으로 길을 돌린 까닭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칠장사 철당간과 청룡사의 대웅전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지만,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 탓에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뿐인데 아들놈은 돌아갈 뜻은 전혀 없는 듯 하다.
-칠 장 사 -
"칠장사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현산 기슭에 자리잡은 절입니다. 안성시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절이 처음지어진 시기는 신라시대이며 처음 지은 사람은 자장율사입니다. 그 뒤 고려시대 들어와 현종 임금때 혜소국사라는 스님에 의해 고쳐 지어졌는데 혜소국사는 이 절에서 나쁜 마음씨를 가진 7명의 도둑을 설득시켜 착한 사람으로 살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 절의 이름은 7명의 어진 사람을 만든 절이라는 의미로 '칠현사'라 불렀습니다. 이후 혜소국사가 돌아가시자 1308년에 <혜소국사 홍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이 세워지면서 다시 한번 크게 지어졌고. 고려말에는 왜구를 피해 우리의 역사책을 보관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들어와 인목대비에 의해 중수되기도 했는데 이때 인목대비는 광해군에 의해 희생된 자기 아버지 김제남과 아들 영창대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이 절을 원찰로 삼았다. 그런 인연으로 인목대비는 <금광명최승왕경> 이라는 랙과 자신의 심정을 직접 한문시로 써서 족자를 만들어 칠장사에 주기도 했습니다."
칠장사 초입에서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부도를 눈에 담고 그렇게 보고 싶던 철당간 앞에 섰다.
석조당간지주는 전국에 고루 산재되어 있지만 철당간은 청주 용두사지,공주 갑사 등 몇군데만 소재할 뿐 잘 만날 수 없는 문화유산으로 사찰의 행사시 '당'을 거는 일차적인 목적외에도 운주형국의 지형에 풍수지리적 비보책으로 조성되기도 한다.
옛시절에 28층 원형철통 위에 당이 휘날렸다고 하나 현재 칠장사 당간은 14층이 남아 참배객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높은 석축위에 자리한 칠장사는 산지 중정형의 가람이며 정면을 벗어난 천왕문에서 직각으로 꺽여져서 중정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배치다. 칠장사의 사천왕은 재질이 진흙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며,무섭기 보다는 친근함을 지울 수 없었다.
중정을 들어서는 순간 올라온 길을 되돌아 가고 싶은 충동이 전신을 휘감는 것은 정체불명의 석탑 한 기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저 고풍스런 대웅전 단청,공포,두벌의 괘불대,봉업사에서 옮겨왔다는 석불입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국적불명의 석탑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나의 맘을 설상가상 더욱 슬프게 했다.
현재의 대웅전은 고종 년간에 중수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꼭 안내문이 아니라도 사찰 건물에 5단의 장대석을 쌓은 것으로도 유교의 질서가 무너진 조선 말엽으로 추론이 가능한 대웅전은 고색창연한 단청, 힘이 있어보이는 맞배지붕이지만 민가에 많이 채택되는 같은 크기의 4분합 띠살문 때문인지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대웅전 옆에는 고향 봉업사지를 떠나 기나긴 만행길을 접고 이 곳에 터를 잡은 잘생긴 석불 입상이 한분의 협시불과 나란히 서 계신다. 불상과 거신광이 한 개의 돌로 되어 있고,두광에는 3기의 화불, 작은 바람에 금방이라도 나풀거릴 듯한 법의, 특이한 수인의 불상은 통일신라의 석불로 알려져 있으며, 제짝이 아닌 대좌위에 서 있지만, 얼굴의 마모에도 불구하고 코을 갈아먹고 아들을 낳은 보살들을 이해하시겠다는 표정으로 고운 모습이다.
대웅전을 돌아 혜소국사비로 향했지만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매운 산바람에 아들놈도 두손을 내저으며 아빠 컵라면이라도 사먹자라며 나의 팔을 잡는다. 그려 답사도 좋지만 양력 초하룻날 부터 추위에 떨어서야 되겠냐며 칠장사를 내려왔지만, 임꺽정과 갓바치 병해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벽초 홍명희도 해금된지 오래이고 산사에서 문학의 자취를 찾아보는 문학기행이 이제 보편화된 추세라면 국적불명의 요상괴상TIC한 탑을 걷어 치우고,임꺽정에 등장하는 두령들이 기거하는 산채 하나 장만 하심이 어떨지....
첫댓글 새해벽두의 답사기로군요. 철당간의 위용이 대단하겠습니다. 그리고 칠장사가 임꺽정의 활동무대였나 봅니다. 그동안 선과님께서 답사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마만할까 공연히 혼자 계산해 봅니다. ㅎㅎ